알기 쉬운 직지(直指)이야기(Ⅰ)

사잇길

2025.05.20 16:22:11

김성수

대정건설 대표, 세계직지문화협회 회장

'직지(直指)'는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라는 서명을 줄여 호칭한 것이다. 일명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또는 '직지심경(直指心經)'이라고도 불리기도 했었다. '직지심경'이란 호칭은, 1972년 UN산하 기구인 유네스코에서 '세계 책의 해'를 기념하여 '책'을 주제로 한 전시회에서 처음 사용을 했다고 한다.

당시 전시장인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직지심경'이란 약칭을 사용하면서 국내에서도 한 때 이 서명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한때 우리나라 교과서에서도 그리 호칭이 된 적이 있다.

직지는 고려 우왕 3년(1377년 7월) 청주의 '흥덕사(興德寺)'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된 책이다. '묘덕'이라는 비구니 스님의 시주로 '백운화상'의 제자인 '석찬'과 '달잠'이 발간한 책이다. 내용은, 백운화상이 부처와 조사 스님들의 깨달음을 모아놓은 것으로 선불교 최고의 교과서라는 점에서 불교계에서 그만큼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과거 7불과 인도의 28조사, 중국의 109선사, 한국의 1선사 등 145(家)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을 요점 정리하여 편찬한 책이라는 것이다. 즉 145(家)의 법어를 가려 뽑아서 '직지' 상·하권으로 편찬한 것이다. 그 중 한국의 1선사는 신라 대령선사(大領禪師)로 하권에 수록되어 있다.

또한 직지는 인도-중국-고려 말로 이어지는 불교 교류 과정에서 탄생한 역사적 산물 중 하나로, 상·하권은 총 307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절반 이상은 선어록으로 중요한 부분만을 발췌·수록하였다. 내용 대부분이 은유적인 공안(公案)이나 게송(偈頌)등으로 구성된 까닭에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가 않다. 다만 직지의 핵심내용인 직지심체(直指心體)는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에서 온 것으로, 선(禪) 수행을 통해 내 마음을 바라볼 때 그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즉 내 마음밖에 부처가 따로 있지 않고, 내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임을 깨달으라는 뜻이란다.

직지는 금속활자가 아닌 금속활자본으로 - 금속활자를 사용해서 인쇄한 책으로 - 한국이 금속활자 발명국임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 자료이다. 그동안 알려졌던 독일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 42항 성서(Gutenberg prints the Bible)보다 78년이나 앞서는 금속활자본인 것이다. 현재 실물로 존재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最古) 금속활자본인 것이다. 다만 상(上)·하(下) 두 권 중 하(下)권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존되어 있어 안타깝기가 그지 없다.

직지는 2001년 9월 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인류가 함께 보호해야 할 중요 기록물로 지정된 것이다. '언어'라는 제1의 혁명과 '문자'라는 제2의 혁명 그리고 '인쇄술'이란 제3의 혁명이 한국의 문화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의 인쇄술은 한국의 문화사적인 측면과 사상적인 측면에 그 어떤 것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고려 불교의 문화와 조선 성리학의 사상적인 흐름은, 인쇄술을 통해 발전해 왔으며 한국의 정체성을 만드는데 이바지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과 '직지'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인쇄 문화는, 한국 사람들에게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문제를 대(代)를 이어 제시해 온 것이다. 직지라는 금속활자 기술은 한국 사회의 정신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다. 지식의 대량 전달과 기록정보의 평등이라는 문명사적 가치를 지닌 혁신적인 기록문화유산인 것이다. 즉 근대사회 발전의 기초가 된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대한민국의 보물인 것이다. 한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966년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 해체·복원 과정에서 발견된 유물이다. 불국사 건립 연도가 751년이므로 최소한 건립연도와 같거나 그 이전에 인쇄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목판 인쇄물이다. 이 책은 목판본으로 인쇄연도를 알 수 있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쇄물이기도 하다. 한국의 목판인쇄는 고려시대에 가장 절정기에 이르게 된다.

한편 직지는,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한 1본과 여주 '취암사'에서 목판으로 간행한 3본이 전해져 오고 있다. 그리고 흥덕사 금속활자본을 1613년에 필사한 필사본 1본과 여주 취암사 목판본을 필사한 2본이 전해지고 있어 현재 총 7본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 중 취암사본 직지는 그 판본이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그리고 영광 불갑사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3본은 밝혀지기를 꺼리는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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