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이 지난 4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공식 지정되며 세계적인 자연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단양은 수억 년에 걸쳐 자연이 빚어낸 독특한 지질학적 가치와 아름다운 경관, 그리고 이를 활용한 지역 농업문화를 함께 인정받으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남한강 북쪽인 영춘, 가곡, 어상천, 매포, 적성 일대는 석회암에 해당하며 이곳에서는 카르스트 지형의 대표적 형태인 동굴과 돌리네(Doline)가 발달해 있다.
돌리네는 석회암이 녹아내리며 형성된 원형 또는 타원형의 움푹 팬 땅으로 단양처럼 경작지가 부족한 산지 지형에서는 이를 개간해 농경지로 활용해 왔다.
지역 주민들은 이러한 돌리네를 개간해 만든 밭을 '못밭'이라 부른다.
못밭은 비가 오면 연못처럼 물이 고이지만, 비가 그친 뒤에는 배수가 잘되어 다시 밭이 되는 독특한 구조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마늘처럼 뿌리가 깊은 작물들이 잘 자란다.
돌리네 내부에서는 붉은색 토양을 관찰할 수 있다. 이 토양은 석회암이 용식 돼 탄산칼슘이 제거되고 그 자리에 남은 철과 알루미늄 산화물, 점토, 모래 등이 축적되어 형성된 것으로 철과 알루미늄 산화물이 집중되며 붉은색을 띤다.
이 토양을 '테라로사(Terra rossa)'라고 부른다. 테라로사는 이탈리아어로 '흙(Terra)'과 '붉은(Rossa)'의 합성어로 석회암 지대에서 나타나는 붉은 토양을 지칭한다.
테라로사는 배수가 탁월하고 일정한 수분을 유지해 강우나 가뭄에도 안정적인 농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단양의 테라로사는 성분 또한 뛰어나 ㏗는 중성으로 작물의 영양 흡수를 도우며 중금속 흡수를 억제한다.
유기물 함량도 다른 지역보다 높아 토양 비옥도가 뛰어나며 유효인산, 칼륨(K), 칼슘(Ca) 등의 성분도 적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단양에서는 마늘 외에도 고추, 수박, 배추 등 다양한 채소와 과수가 많이 재배되고 있다.
테라로사는 농업 외에도 경관적인 가치가 높아 일반적인 석회암 지대가 회색을 띠는 데 반해, 테라로사는 붉은 흙과의 대비로 독특하고 인상적인 경관을 연출한다.
특히 테라로사로 덮인 석회암 지형은 '피복 카르스트'라고 불리며 단양은 이를 대표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은 지명에도 반영돼 '단양(丹陽)'과 '적성(赤城)'처럼 붉은색과 관련된 이름이 그것이다.
붉은 토양이 석회암 지대를 덮고 있는 풍경이 마치 저녁노을이나 붉은 햇볕을 연상시키며 이러한 아름다움이 지명의 유래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단양의 지질학적‧생태학적 자산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테라로사와 돌리네, 동굴 등을 포함한 단양의 다양한 지형은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을 통해 보전과 교육, 관광 자원으로서 그 가치를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다.
단양은 이러한 자연유산을 토대로 교육과 보전,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양의 붉은 땅이 수억 년의 지질 이야기와 주민의 삶은 이제 세계인과 더욱 깊이 소통하며 공유될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