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칼슘 도로와 얼어붙은 인도 사이

2023.01.30 17:04:39

박연수

백두대간연구소 이사장

제설차가 연신 움직인다. 눈이 쌓일 틈조차 없다. 그 위로 염화칼슘을 듬뿍 뿌린다. 지난해 12월 초 1㎝의 눈에 도시 교통이 마비 되었던 경험이 있다. 언론들은 제설작업 미비로 교통대란이 발생했다고 연신 보도를 한다. 자치단체장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를 한다. 이런 학습효과는 '제설=염화칼슘'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냈다. 차가 다니는 도로마다 최대치를 투여한다. 눈은 녹고 차량은 씽씽 달린다. 시민들은 차량통행의 불편을 최대한 줄이려는 자치단체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염화칼슘(CaC12)은 흰색 고체로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어는점을 낮추기 때문에 제설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얼어붙은 뒤보다 미리 뿌려두는 것이 10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연유로 눈 예보가 있으면 먼저 도로에 살포한다. 눈이 오면 무차별 살포를 한다.

염화칼슘은 의료용, 식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동물에는 무해하다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설용으로 사용되는 공업용 염화칼슘은 식용이나 의료용이 아니기 때문에 수족관이나 풀장 등에 칼슘 보충용으로 투입하면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피부 접촉시 가려움을 유발하며,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철근을 및 차량을 부식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수분해되며 발생하는 염소로 인해 아스팔트 및 시멘트마저 부식된다. 이런 염화칼슘은 강물을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 2차 오염이 우려된다. 사용량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는 염화칼슘 과다투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다. 혹 제대로 녹지 않은 눈으로 인한 사고 및 교통 대란은 자치단체장의 비난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우리도 폭설 등 기후재난이 발생하면 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임시 휴업일을 지정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12월 하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폭설이 왔다. 지속된 한파는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도로를 제외하곤 모두 눈 속에 파묻혔다. 사람이 걸어 다니는 인도도 마찬가지다. 촌로들은 얼어붙은 인도를 따라 힘겹게 걷는다. 이것을 지적하는 기사는 없다. 달포가 지나 추위가 꺾이기 전까지 골목, 다리 위 등 서민, 노약자, 장애인들이 걸어가는 공간은 빙판 그 자체였다. 차량은 쌩쌩 걸음은 위태위태했다.

1월 중순 잠깐 녹았던 대지는 북극에서 유입된 한파로 또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눈발이 휘날리자 제설용차는 분주히 움직인다. 인도는 무방비 상태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살얼음 위를 걷는 것보다 더 위태로워 보인다.

65세 이상 인구가 절반을 훌쩍 넘어선 초고령사회 보은에서의 행정 서비스는 도시보다 더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자기 집이나 가게 앞은 주인이 치워야지'라는 생각을 넘어 민간 사회단체와 함께 범시민운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보은군민이면 누구나 살얼음을 걷어낸 인도를 당당히 걸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염화칼슘 도로와 얼어붙은 인도 사이에서 '도시형 농촌 보은'의 모습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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