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중년의 겨울

2023.01.26 17:25:42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고 노래한 어느 시인의 시구절이 생각난다. 혹독한 겨울인생을 살면서 소규모 프레스공장을 할 때의 일이었다.

거래처에서 1t 트럭에 금형을 싣고 공장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거의 다 와 가는 지점인데 도로가 왼쪽으로 급커브를 이루고 있다. 맞은편에서는 검은색 RV차가 내리막길을 달려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내리막길을 저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면 급커브 길에서 정상적으로 우회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다.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니 걱정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선택을 결정해야 한다. 우선은 내가 중앙선을 넘어 피하는 방법이다. 도로에서 1~2미터 정도의 낮은 논으로 뛰어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 내가 전적으로 피해를 당해야 할 일이다. 아니면 내가 그 자리에서 그냥 부딪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내 몸과 차에 실린 금형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지만, 중앙선을 넘지 않고 충격을 견디면 되는 것이다. 짧은 순간에 수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불과 몇 초의 시간 안에 나는 선택하고 결단해야 했다.

순간적으로 후자로 결심했다. 부딪치기로 결심 하자마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동시에 이를 악물고 핸들을 꽉 잡고 온몸으로 버티었다. 이때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의 파편들이 튕기고 차 앞부분이 밀려들어 오며, 핸들과 의자 등받이 사이에 내 몸이 끼이는 상황이 되었다. 하늘이 노랬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잠시의 공황상태를 견디고 정신을 차려서 억지로 몸부림치듯이 차에서 빠져나왔다.

상대 차량은 내 차와 부딪힌 후 그대로 직진 방향으로 논을 향하여 십여 미터를 날았다. 다행으로 전복은 되지 않았다. 운전자인 듯한 남성이 차에서 내려서 이마에 피를 흘리면서도 나보고 괜찮으시냐고 걱정을 한다. 동승한 여성분은 많이 다친듯하다. 운전자는 논에서 도로로 나오자 누구에겐가 급하게 전화를 한다. 병원 이름을 말하며 빨리 가서 다친 여성분이 도착하면 2층으로 안내하라고 한다. 운전자 부인이 도착하기 전에 서로 만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 같다. 부부가 아니고 연인 사이인지, 불륜관계인지 알 수 없지만 정신을 다른 데 써서 본인들은 물론 남에게까지 피해를 입힌 것이다. 때마침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에 의해 신고가 되고, 119와 경찰과 견인차가 출동하여 사고현장은 수습되고 있었다. 상대 차량의 탑승자들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나는 가슴에 피멍이 들고 타박상으로 전체적으로 불편한 정도이었다. 차량은 보험처리를 하고 별도의 치료절차 없이 추후에 약간의 위로금을 받고 사고처리는 마무리되었다. 운전할 때는 전방주시가 중요하다. 불필요한 행동보다는 자신의 안전운행에 집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크게 확인하였다. 과거나 현재도 중앙선은 물론 흰색 실선도 철저히 지키고자 노력한다.

IMF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절박한 삶에서 입원치료도 하지 못하고 바로 일에 집중해야 했다.

대기업의 1차 협력업체에 세탁기 부품을 납품하는데 품질은 물론 납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파도, 다쳐도 입원할 엄두도 내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차에 실린 금형도 지키고 나도 살아남기 위해 정면으로 부딪치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직 앞만 보고 가열차게 달리던 내 인생의 삶. 숲인지 늪인지도 모르고 빠져버린 연대보증이라는 늪에서 살아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던 지난 세월이 회상된다. 아파할 시간도 없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했던 내 중년의 겨울로 남아 있다.

인생의 삶은 꿈을 안고 착하고 정직하게 꾸준히 달려야 한다.

이진우

충북대학교 산림학과 졸업

숲해설사

산림치유지도사

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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