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오창읍에 위치한 홈메이드 스타일 카페 '카페미루'를 운영 중인 이지연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고양이를 강아지 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고양인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동물이거든요. 가게일로 돌봐주지 않아도 문제될 게 전혀 없어요. 적당히 떨어져 있는 시간이 오히려 저와 고양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반면 강아지는 주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잖아요. 떨어져 있어서 보살펴주지 못하는 죄책감. 전 그걸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요.”
“한겨울에 가게를 시작했어요. 사람구경조차 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눈구경은 실컷 했어요. 괜찮은 경험이었죠. 익숙치 않은 ‘오창’이라는 지명보다 눈 자체가 훨씬 낯설었으니까요. 제가 부산여자거든요.(웃음) 내리는 눈을 보며 제철 과일 레시피를 차근차근 준비했어요.”
청주 오창읍에 위치한 홈메이드 스타일 카페 '카페미루'를 운영 중인 이지연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훈기자
“고등학교 때 인스턴트 라면을 처음 먹어봤어요. 신세계였죠. 그전까지 엄마의 철저한 자연식 식단으로 키워졌거든요. 첫 라면 이후로 돈만 생기면 라면을 사먹었어요. 먹고 와서 밤새 배를 앓으면서도. (웃음) 제 몸이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됐고요.”
“거제도에 있던 지인들이 회사 앞에 식사할 공간이 없다며 가게를 제안했어요. 뭐에 홀린 듯 그 쪽에 자리를 잡았어요. 새벽부터 모든 재료를 직접 준비해 샌드위치를 만들었어요. 매일 전쟁 같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온몸이 녹아내릴 만큼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던 건 손님들의 격려였죠. 꼭 하루에 두 개씩 먹어야 사는 것 같다던 손님도 있었고, 외국으로 돌아갔던 한 달여의 휴가가 끝나자마자 가게로 달려오던 외국인 친구들도 많았거든요. ”
“제 몸도 약했지만 잠시 돌보던 조카들이 아토피를 앓다보니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우연히 보게 된 환경 다큐멘터리의 장면들도 잊혀지질 않았고요. 이 가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았죠. 내부에 사용된 나무들은 화학 처리를 안했기 때문에 수시로 닦아줘야 해요. 설거지도 친환경 세제를 사용해 서너번씩 반복하고요. 몸이 너무 힘들 때도 있지만 뿌듯해요. 가치 있는 불편함을 감내하는 기분이거든요. ”
“일요일 저녁이면 꼭 오시는 부부 손님이 있어요. 늘 같은 메뉴에 한결같이 웃으며 감사를 표하시곤 언제나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분 들이에요. 언젠가 그분들이 따님과 함께 왔을 때 정말 놀랐어요. 어쩜 그렇게 부모님과 똑같이 밝고 예의바르게 행동할 수가 있는지. 가정교육의 중요성의 새삼 느낀 순간이었죠. (웃음) 일요일 저녁은 늘 피곤했는데 그분들이 오시곤 제 일주일도 편안하게 마무리되는 기분이에요.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면서 한 주를 마무리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죠.”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샌드위치에요. 정성이 담뿍 들어간 만큼 자신 있기도 하고요. 샌드위치를 주문하시면 손님 테이블에 꼭 나가요. 바질페스토를 넣었다거나 치즈를 많이 넣어 빵을 구웠다는 둥 묻지도 않은 부연설명을 늘어놓게 되더라고요. 이래저래 맛있다는 말을 들어야 설명을 그만두게 돼요. 단골 분들은 먹기도 전에 맛있다고 하실 때도 있어요. (웃음) 그저 말 한마디로 제 모든 수고가 보상받는 기분이랄까요. 그 말만은 들어도 질리질 않아요.”
/김지훈·김희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