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으로 하는 경기들은 대개 다 공 하나로 시합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공 두 개로 시합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체로 야구나 배구 같은 종목은 공 두 개를 쓰는 것이 아예 불가능할 것 같다. 이 종목들은 공이 두 개가 되면 일단 너무 위험하다. 농구는 공 두 개의 시합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농구는 공 하나만 해도 충분히 점수도 많이 나고 역동적이므로 공 두 개를 쓴들 장점이 없을 것 같다. 축구 정도라면 공 두 개로도 해봄직하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약체인 팀이 단단하게 지키기만 하다가 한두 번의 역습으로 골을 얻어내는 전술은 아마 쓰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원래도 감독의 전술구사가 중요하지만 공격조와 수비조가 모두 항상 움직여야 하므로 선수의 배치 등 전술 싸움은 더욱 치밀하고 치열해질 것이다. 이런 축구라면 상당히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요즘 영화들을 보면 다중우주를 막 건너 다니기도 하고, 우주의 기운을 담은 돌 여섯 개가 우주 생명체 절반을 없앴다가 살렸다가 하는 세계관도 존재하는데, 공 두 개짜리 축구 정도는 충분히 상상해 볼 만하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대통령 선거는 최종적으로 후보가 몇 명이냐에 관계없이 당선 가능성을 보면, 거대 양당의 2파전이며, 한 번씩 대선 무렵에 나타나는 다크호스들을 흥행 요소 삼아 포함해도 3파전일 따름이다. 이들 두 명, 혹은 세 명의 대선 후보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당들에서 여러 단계의 경선 과정을 거쳐 가리고 골라 뽑은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A든 B든 다들 우수한 후보여야 한다. 이것은 마치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것과 비슷한데, 실상 우리 유권자들이 대선 때 이처럼 행복한 고민을 한 적이 있을까? 오죽하면 과거에 한 일간지 만화에서는 "에이, 진복기라도 나오지."라는 독백이 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보다 보면 하나의 궁금증이 생긴다. 왜 하나의 정당에서는 한 명의 후보만 내야 하는 것일까? 거대 정당도 후보 1명, 무소속도 후보 1명이면 거대 정당에게 손해 아닌가? 만약 하나의 정당에서 후보를 둘 이상 낼 수 있다면, 우선 유권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점 외에 또 다른 장점도 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회창씨는 '스페어 후보론'을 내세우며 출마하였는데, 사실 한 정당에 후보가 한 명뿐이면 해당 후보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정당은 후보가 없어져버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1956년 제3대 대선에서는 신익희씨의 사망으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못하기도 하였다. 물론 실제로는 하나의 정당에서 후보가 둘 이상 나오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선거와 같은 중요한 순간에 한 정당에서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일관성 없이 중구난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의 변화는 상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상상이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