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석 청주시장이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청주 홈경기 배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8일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의 시범경기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한화 이글스가 올해 한국프로야구 리그 정규시즌에 청주지역 경기를 배정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이범석 청주시장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19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한화 이글스는 2구장인 청주 야구장에 올해 경기를 지난해 수준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 시장은 "한화이글스는 신구장(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관 등을 이유로 청주 경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청주에 경기를 배정하지 않는 것은 지역 팬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KBO가 누리집에 공지한 정규시즌 일정을 살펴보면 오는 22일 개막부터 8월 마지막까지 총 69번의 홈 경기 중 청주 구장에 배정된 경기는 없다.
이범석 청주시장이 19일 시청 기자실에서 프로야구 청주 이글스 구단이 청주 경기를 배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앞서 시는 두 차례에 걸쳐 올해도 청주야구장에서 6경기를 개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한화에 보냈으나 아직 확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된 바가 없다는 답변이 반복되자 시는 한화가 사실상 올해 청주 경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시는 지난 2007년부터 덕아웃 확장, 그라운드 정비, 인조잔디 설치·교체, 전광판·조명타워 교체 등 청주야구장 시설 개선에 170억여 원을 투입했는데 이같은 예산투입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이 시장은 "최근 10년만 보더라도 청주시는 약 120억 원을 들여 KBO와 한화 구단이 요구하는 사항에 맞춰 청주야구장을 개선해왔다"며 "한화 경기 유치를 위해 시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지원한 만큼 한화는 지난해 수준의 경기 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주 야구장의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시정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올해 4억 원을 들여 5월까지 보수공사도 진행한다"며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한화 구단이 지역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의 발언 이후 한화이글스 구단 측은 곧바로 입장을 내고 "신구장 개막 준비로 모든 구단 행정력을 그에 쏟고 있는 만큼 그간 청주시와 논의할 여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청주야구장의 경우 구장을 찾아주신 팬들은 물론 홈과 원정 선수단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단 측은 또 "스카이박스, 중앙석 시즌권을 구입하신 팬들에게 제공할 좌석과 광고물 설치에 대한 대안이 청주 구장에는 없는 실정"이라면서 "여기에 대전구장에 입점한 수많은 자영업자들과 소상인들과의 계약관계를 고려하면 대전 경기를 줄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약 9천500석 규모의 청주 야구장보다 2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전 신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게 이득이다 보니 이같은 대응이 나온 것이다.
한화이글스 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좌석 수를 단순 비교하더라도 입장료 수익 차이가 많이 나는데 청주 야구장은 일반석 비중이 높아 대전 신구장과 객단가 차이도 크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한화가 입장권 수익 등을 포기하고 청주에 경기를 배정하더라도 신구장 입점 식음매장의 보상금과 구장 내 광고 수입 등 문제가 뒤따른다.
또 한화는 청주가 대전과 가까워 청주 시민도 대전 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한화이글스 팬들과 시민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갈린다.
청주 지역에 거주하는 한화이글스 팬 A씨는 "낙후된 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하다가 다치느니 차라리 대전에서만 경기를 하는 것이 낫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다른 팬은 "청주지역을 두번째 연고지라며 홍보하고 있는 한화이글스가 말로만 연고지라고 하고 경기는 제대로 치르지 않는 행태를 보면 그냥 청주를 버린 것 같다"는 쓴소리를 냈다.
청주시민 B씨는 "청주시가 땜질식 보수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새 구장을 짓는 것이 보다 선결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