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회 파리 올림픽이 성대한 막을 내렸다. 17일 동안 수많은 경기가 펼쳐졌고, 우리나라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최종 8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올림픽을 위해 모든 선수들이 흘렸을 피, 땀, 눈물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올림픽 또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을 기쁘게 하고 눈물짓게 했다. 환희와 감동, 희망 등으로 충만했던 말 그대로 세계인의 축제였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의 공통된 목표는 '금메달'일 것이다. 그러나 금메달은 필연적으로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오직 한 명 또는 한 팀에게만 주어진다. 수많은 선수들이 금메달을 향해 4년을 달려왔지만, 대부분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이들의 빈손을 힐난하지 않는다. 이들의 노력과 도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숭리의 순간에 희열을 느끼지만, 그만큼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순간에서도 깊은 감동을 받는다. 승패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잘 싸운' 경기가 이긴 경기보다 오래도록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우리에게 '과정'의 가치를 일깨운다.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메달의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최선의 노력을 다한 선수들을 응원하며 힘을 얻는다. 그러나 사실 경쟁에 익숙한 우리에게 '과정'은 좋지 않은 결과를 변명하는 핑계로 여겨지기도 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결국 1등, 1등급, 합격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금메달과 마찬가지로 1등은 단 한명에게만 주어지는 성과이다. 따라서 우리는 학창시절을 지나오며 대부분 성취보다는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 한 고등학교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가 있다. 평가는 만점에서 깎아내려가는 감점이 아니라 0점부터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말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배움의 존질적 의미를 다시금 떠올렸다. 학습(學習)은 문자 그대로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다. 배움은 지식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익힘의 과정을 반드시 포함한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이 좋은 결과를 무조건 담보할 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는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얻어지는 법이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 현장에도 '졌잘싸'의 마음과 응원이 필요하다. 1등, 1등급, 합격 메달만이 아니라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든 과정에 얼마나 충실히 임하고 있는지에도 집중해야 한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을지라도 잘 싸웠다면, 우리는 미래의 성취를 기대하며 다시 달려나갈 수 있다. 좌절로 가득한 교육이 아니라, 차곡차곡 '잘 싸우는 과정'을 채워나가는 교육에 가치를 두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