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일선서 형사과 기피 부서로 전락

타 부서 업무 형사과로 이관되며 업무량 늘어
도내 형사 1인당 사건 처리기간 평균 40일 내외
업무 부담감 높아 지원 경력 부재
형사기동대 신설로 형사과 인원 감축

2023.11.26 15:25:02

[충북일보] 충북 일선 경찰서 형사과(팀)가 경찰 조직 내 기피 부서로 전락하고 있다.

수사과에서 담당하던 보이스피싱, 동물 학대 범죄 등이 형사과로 이관되는 등 과도한 업무로 내부 불만도 커지고 있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올해(~10월 31일) 기준 실종수사팀과 피싱수사팀 등을 포함한 도내 형사 현원은 총 224명이다.

같은 기간 형사 1인당 사건 접수 현황은 평균 79.2건, 처리 기간은 40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 1명이 사건을 하나 처리하는데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수사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보이스피싱 등 지능형 범죄와 각종 민원 신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수사·형사·사이버 부서에 분산된 보이스피싱범죄 수사 기능을 형사 부서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여성·청소년범죄 업무도 일부 이관되면서 부담감을 호소하는 형사들이 늘고 있다.

청주 일선서의 한 형사는 "1천 원짜리 물건 하나 잃어버리고 찾아달라는 소액 사건부터 수사과의 일부 업무까지 모두 형사과가 담당하고 있다"며 "여기에 형사 개개인 담당 사건까지 처리해야 하다 보니 업무 처리에 힘이 부친다"고 호소했다.

이렇듯 업무 부담감이 높은 부서로 악명이 높다 보니 형사과에 지원하는 경력이 없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일선 경찰서의 형사과는 경력이 오래된 고참급 형사들이나 수사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어 지원한 젊은 경력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충북 일선서 고참급 형사는 "수년간 다져진 체력과 경험으로 수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젊은 경장과 경사들 사이에서도 형사과는 힘들다는 인식이 생겨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어렵게 데려와도 1~2년 뒤 의무 복무를 해야하는 기동대나 일선 지구대로 옮겨간다"고 말했다.

경찰 개편안의 일환인 형사기동대의 신설로 형사과 인원이 감축되면서 수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있다.

형사기동대는 충북의 경우 형사기동대장(총경)을 포함해 총 61명 규모로 구성되며 청원경찰서, 상당경찰서, 충주경찰서 등에 배치된다.

이들은 주로 5인 1조로 활동하며 안전사고, 대형 화재, 조폭 수사 등 대규모 사건을 맡는다.

경찰 내부에선 형사기동대 인력들이 선제적으로 현장에 투입되면서 범죄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형사과에선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형사기동대 전체 인원 중 절반에 가까운 인력을 기존 형사과에서 차출해가기 때문이다.

충북 일선서의 형사는 "형사기동대 인원을 충원하기 위해 일선서 형사과에서 각 4~5명의 인원을 빼가게 됐다"며 "이 인원이 빠져나가게 되면 형사 1개 팀이 사라지는 것으로 수사력은 이전보다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충북청에선 수사와 현장 치안은 별개가 아니고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어 기존 형사과의 수사력 저하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다는 입장이다.

충북청 관계자는 "형사기동대 신설로 형사과의 수사력이 저하되지 않게끔 대책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며 "형사기동대와 형사과가 서로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일선서 형사과의 의견을 수렴해가며 업무 분담을 계속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임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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