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품격 높이는 경관조명

2023.07.12 16:20:49

[충북일보] 파리를 흔히 '빛의 도시'라 부른다.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파리가 이런 명칭을 얻기까지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17세기 후반. 당시 프랑스를 통치하던 루이 14세의 고민중의 하나는 밤만되면 무법천지로 변하는 파리를 어떻게하면 안전한 거리로 만드느냐는 것이었다. 어둠만 내리면 도둑, 강도 등이 난무해 일반 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큰 위협을 받자 루이 14세는 경찰청에 특명을 내렸다. 3천여 개의 공공 등불을 주요거리마다 걸라고 지시했고, 그후로 파리의 밤거리는 조용해졌다. 파리지앵들은 가로등세를 내는 부담은 생겼지만 덕분에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고 밤거리를 활보하게 됐고, 그때부터 파리는 '빛의 도시'로 명명됐다. 지금도 파리는 낮에 보는 파리와 밤에 보는 파리는 전혀 다른 세계다. 에펄탑을 중심으로 한 파리의 밤 세계는 한마디로 환상 그 자체다. 파리 뿐만아니라 동유럽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역시 파리 못지 않은 빛의 도시로 유명하다. 다뉴브강을 따라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등은 낮과는 전혀 다른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파리나 부다페스트나 훌륭한 문화유산에 덧대 화려한 경관조명이 도시의 이름값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경관조명이 유명한 곳이 꽤 많다. 한강 인도교를 비롯해 부산의 광안대교 등 야간경관 명소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뿐만아니라 서울, 부산, 포항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각종 빛과 관련 축제는 언제나 구름인파가 몰린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의 긍정적인 파급효과는 빛의 축제가 가져오는 낙수효과다. 결론적으로 빛이 가져다주는 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둠과 상반되는 빛은 희망과 내일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빛과 조명에 환호하고 흥분한다. 도시공학적, 도시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경관조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지 오래다.

최근 청주시는 '밤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야간경관 조명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73억4천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모두 17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적인 규모만을 놓고 볼 때 역대급이다. 대상지역도 다양하다. 분평동 용평교, 모충동 무심천변, 금천동 회전교차로, 문화제조창, 초정행궁, 유기농마케팅센터, 중앙공원, 성안길, 북문로 소나무길, 남주남문로 웨딩테마거리, 오송호수공원, 상당산성 등이다. 청주시내 주요 관광지와 거점지역이 대거 야간경관 조성지역에 포함됐다. 그 중 무심천 교량에 설치되는 조명에 가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청주시는 지난 3월 무심천 청남교와 모충교 일원에 3억 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레이저 조명과 달 조명, 고보조명 등을 설치한데 이어 다른 교량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명과 미디어파사트 등을 설치해 할 예정이다. 조만간 한강 인도교 못지 않은 화려한 야간경관이 청주시에도 등장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올해 안에 성안길 상점가에 건물과 건물사이 와이어를 연결해 민들레를 연상케하는 전구를 매달고, 북문로2가 소나무길과 남주동 웨딩테마거리에도 어둠을 밝히는 경관조명이 설치된다. 이를 계기로 청주시는 더 큰 그림을 구상중이다. 문화제조창에서 구 남궁병원 사거리 3.7km를 야간 경관조명으로 잇는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고배를 마셨던 정부 공모사업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청주시는 원도심에서 명암유원지, 문암생태공원 등을 축으로 잇는 야간경관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어둠을 몰아내고 희망을 주는 빛(조명)을 테마로 한 청주시의 야간경관 조성계획이 목적대로 잘 추진되길 바란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획일적이고 관주도의 사업추진에서 벗어나 시민과 전문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 전문위원을 위촉해 자문을 구하고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방향성을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여하튼 청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이 작업이 시민의 호응속에 알찬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노잼'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가 되고, 나아가 청주시의 새로운 관광인프라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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