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미술 최일선에 선 여성작가들

박윤지·이성경·노경민·여인영·이소연 5명 작가 전시
오는 7월 15일까지 우민아트센터 '스미다 머무는' 개막

2023.05.18 13:19:08

박윤지 작가의 '11:29am'

[충북일보] 충북지역 젊은 여성작가들이 청주에 그림을 내건다.

11일 우민아트센터 주제기획 '스미다 머무는' 전시가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일상적 이미지가 회화 표면에 스미고 머무는 흔적들에 연결고리를 걸었다.

박윤지·이성경·노경민·여인영·이소연 5명 작가의 작품 32점을 통해 지역미술의 젊은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박윤지 작가는 장지에 안료가 천천히 번지도록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빛과 바람, 시간과 온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다.

오전 11시 29분께 흰색 벽면에 어린나무의 그림자가 얼비치며 흔들리는 장면을 포착한 '11:29am' 작품이 대표적이다.

해당 작품은 쏟아지는 빛무리가 어린잎에 부딪혀 청록색 그림자로 산란하는 순간을 은은하게 표현한다.

'4:35pm', '2:55pm', '8:53pm', '2:50pm' 등의 작품을 통해 각일각 변하는 풍경을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이성경 작가 또한 그림자를 그림의 소재로 차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또 다른 그림자' 연작 6점을 선보인다.

채색을 끝낸 한지 위에 목탄으로 덧대 그렸다 지우길 반복한 작품들이다.

창틀과 그림자 따위의 경계선을 설정해 안과 밖의 화면을 비틀고 뒤흔든다.

질서정연한 세계 속 왜곡된 상을 표면화해 실재와 실재가 아닌 것 사이를 곰곰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노경민 작가의 작품들은 단연 인상적이다.

붉은빛으로 연속된 이미지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그림 속 배경이 여관방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게 된다.

촌스러운 나비 무늬 벽지와 인조 장미가 꽂힌 꽃병, 독특한 모양의 화장대 같은 어설픈 공간 연출을 통해 성적 욕망과 죄의식, 정열과 공허함 등을 주시한다.

여성으로서 오랜 시간 고민한 경험과 정서의 흔적이 진솔하게 표현돼 있다.

여인영 작가의 경우 삶과 죽음을 무게감 있게 다룬다.

낡고 연약해 언젠가 사라지고 마는 것들이 작품의 주된 주제다.

'귀로', '내가 피어난 곳', '순환', '되돌아가는 길' 등으로 죽음·소멸이 끝이 아닌 시작이며 모든 존재는 자연으로 돌아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믿음을 시각화한다.

이소연 작가는 내면의 공간에서 펼친 상상의 나래를 캔버스 뒷면으로 옮겨 놓았다.

캔버스 천을 뒤집어 아크릴 안료를 바르는 형식으로 작업한 게 특징적이다.

화폭 위에 그린 3차원 공간은 직관과 환상이 교차하며 독특한 연상 작용을 도출한다.

이번 기획전시 '스미다 머무는'은 오는 7월 15일까지 도민과 함께한다.

충북미술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젊은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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