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꼴찌 출산율 극복하려면

2023.02.27 16:13:17

[충북일보] 대한민국의 저출산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급기야 출산율이 세계 꼴찌다. 잘 키우고 싶은 열망이 아이를 낳지 않게 했다. 완벽한 부모신드롬이 만든 역설적 부작용이다.

*** 맞벌이 지속가능한 사회여야

인구 감소가 재앙일까. 축복일까. 인류번영에 필수요건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사람 사는데 적정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그런데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국내 여성의 평균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다. 현재 아이 낳을 연령대는 30대 전반 그룹이다. 1990년 전후 출생했다. 1960년 전후에 태어난 부모들이 극진히 키워온 세대다. 베이비부머 자식들이다. 6년 전만 해도 합계출산율이 1명은 넘었다. 물론 그때부터 무시무시한 위기가 감지됐다.

한국인은 지금 소멸중이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없어지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청년들의 비혼이 주된 이유다. 결혼을 하더라도 늦게 한다. 결혼 이후에는 5쌍 중 1쌍엔 아이가 없다. 아이 낳기를 계속 미룬다. 여성 1명이 아이를 낳아도 평생 1명뿐이다. 혹은 아예 낳지 않는다. 결국 인구 1천 명당 4.9명밖에 태어나지 않는다. 지난해 인구 1천 명당 2.4명이 사라졌다. 제천시 한 개가 통째로 사라졌다. 올해는 더욱 가파를 것 같다. 5G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충북도 심각하다. 지난해 충북지역 합계출산율은 0.87명이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떨어졌다. 전년 0.95명 대비 8.2% 줄었다. 하락폭이 세종(-12.3%), 울산(-9.8명)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출생아수는 2012년(1만 5천139명)의 절반 수준이다. 충북에선 이미 2019년 연간 출생아수가 1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2018년을 기점으로 자연감소로 돌아섰다. 자연증가는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작아졌다. 올해 1월 충북에서 1만 6천명이 다른 시·도로 갔다. 물론 같은 수만큼 다른 시·도에서 들어왔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말 위기감을 갖고 제도를 바꾸면 된다. 그러면 결국 문화와 환경은 따라온다. 해결책은 결국 2가지다. 먼저 일과 가정을 진짜로 양립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그게 안 되면 현실적으로 갈음할 수 있을 만큼 돈을 줘야 한다. 하지만 돈을 파격적으로 많이 주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나라 전체적으로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280조원의 행방이 묘연한 이유다. 역대 정부는 지난 16년간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280조 원을 썼다하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0.78명은 세계역사 속에서 없던 숫자다. 그런데 한국에서 0.78명이 되는데 딱 5년 걸렸다. 전쟁이나 대기근 상황에서도 별로 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속 가능한 맞벌이가 가능해야 한다. 지금의 문화와 환경이 모두 바뀌어야 가능하다. 결론은 지속 가능한 맞벌이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아이를 낳고 내 삶의 질도 최소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경력단절의 공포가 과도하면 육아를 할 수 없다.

*** 저출산 악성 진화 전 치료해야

저출산은 소리 없이 나라를 죽이는 암이다. 더 악성으로 진화하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 280조원은 이미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낮은 출산율은 인구절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인구절벽이 심화하면 최종적으로 국가가 소멸한다. 국가의 소멸에 앞서 나타나는 현상이 지방소멸이다. 2017년 지방자치단체 234곳 중 12곳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2047년에는 소멸 고위험 지역이 157곳이다. 2067년에는 290곳까지 늘어난다. 국가소멸은 이렇게 진행된다.

국가소멸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이유가 없다. 국가 없이 내가 있을 수 없다. 프랑스의 출산정책은 본받을만하다. 프랑스는 한 때 심각한 저출산으로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2021년 합계출산율을 1.83으로 끌어올렸다. 앞으로 매년 80만, 90만 명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한다. 이들을 부양해야 할 세대가 지금의 청년, 청소년들이다. 그런데 베이비부머의 2분의 1, 3분의 1 규모밖에 안 된다. 부양폭탄이 청년·청소년 세대의 어깨에 내려앉은 셈이다. 세대 전쟁의 암울한 기운이 점점 더 가깝게 다가온다.

미시적 우연이 거시적 필연이 되기 전에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적확하게 처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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