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언어가 있다

2022.05.19 16:17:15

윤선아

청운중 전문상담교사

사자와 토끼가 사랑에 빠졌다. 둘은 너무나 사랑하는 나머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서로에게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사자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를, 토끼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풀을 가져다 주었고 사랑하는 상대가 주는 음식을 차마 버릴 수 없었던 사자와 토끼는 연인이 준 음식을 먹으며 결국 모두 죽어버렸다. 이런 비극적인 결말의 원인은 사자와 토끼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일까?

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사랑의 언어'가 도움이 될 듯하다. 게리 채프먼이 소개한 사랑의 언어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거나 상대방의 사랑을 받아들일 때 사용하는 5가지 언어로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스킨십, 봉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선순위로 여기는 제1의 사랑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그 언어를 통해 타인과 소통한다.

간략히 언어들을 소개하자면, 먼저 '인정하는 말'을 제1언어로 삼는 사람은 타인의 애정과 칭찬이 담긴 말에서 기쁨과 사랑을 느낀다. 잘했어, 사랑해, 고마워 등의 말로 감정을 표현해주길 바라고 본인도 타인에게 이런 감사의 말을 잘 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고마움도 말로 표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함께하는 시간'은 애정 하는 타인과 서로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 자체에서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끼는 유형이다. 함께 하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보다 함께 하는 시간에 서로에게 집중하고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선물'은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생각하며 고른 선물은 사랑과 배려, 관심을 가득 담고 있고 그것으로 상대방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네 번째 '스킨십'은 성적인 접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손잡기, 포옹, 배려하는 신체접촉은 가장 본능적인 사랑의 표현 방법이다. 실제로 언어를 배우기 전 아기들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부모의 사랑을 느낀다. 마지막 '봉사'는 나를 향한 배려와 희생을 가장 큰 사랑으로 느끼는 타입이다. 봉사를 제1언어로 활용하는 유형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묵묵히 해줌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행동을 더 큰 애정으로 느끼는 타입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현재의 연인, 가족, 스쳐지나간 인연들과 어떤 식으로 사랑을 느끼고 표현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을 법 하다. 처음 사랑의 언어가 소개되었을 때는 부부관계를 중점으로 사례를 소개했으나 지금은 청소년, 자녀와의 관계까지도 이 사랑의 언어를 적용시키고 있다.

학교 상담실에는 많은 아이들이 방문한다. 심각한 정서적 문제를 가지고 오는 친구들도 있지만 호기심이나 재미로 방문하는 아이들도 많은 편이다. 그런 친구들에게는 종종 사랑의 언어 검사지를 해주곤 했다. 중학생쯤 되면 보통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는 시기라 '사랑=이성친구'라고 생각하며 흥미 있게 검사를 하곤 하는데 사실 사랑의 언어라 함은 이성과의 관계를 넘어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검사를 해주며 의외로 깨달은 점은 아이들의 제1사랑의 언어가 '스킨십'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네 사랑의 언어는 스킨십이네"라고 이야기 해주면 아이들은 부끄러워하거나 쑥스러운 모습을 보이곤 한다. 아마도 그 나이대에서 스킨십이란 조금 부끄러운 것인 듯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오면서 가장 분명하게 크게 들어온 사랑의 언어는 스킨십이었을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부모와의 신체 접촉이 분명하게 줄어들지만, 태어나서부터 학령기 전까지 아이들은 부모와 안고 포옹하고 뽀뽀하며 사랑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 연구 중 의식주는 충분히 제공되었으나 신체 접촉이 매우 부족했던 보육원의 아이들의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낮았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부모가 각자 아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의 언어로 자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준다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더 풍족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사실 환상에 가까운 말이다. 눈빛만 봐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이는 없다. 한국어와 영어를 쓰는 사람이 바디랭귀지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는 있겠지만 분명 세심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할 것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서로의 감정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있다면 처음 소개한 사자와 토끼의 비극적인 사랑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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