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우암동에 위치한 그래픽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권진호(사진 오른쪽) 대표와 임웅빈 대표가 자신들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권 “대학 때부터 늘 함께였어요. 평소 친했는데 같이 살아보니 더 잘 맞았죠. 졸업 후 서울로 각자 다른 디자인 회사에 취업했는데 그곳에서도 동거생활을 계속 이어갔어요. 그러다 비슷한 시기에 회사 생활에 대한 염증을 느꼈고, 호주로 1년 정도 배낭여행을 떠났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이 회사를 차리게 됐고요.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여정의 결과물이랄까요?”
임 “호주에선 아이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쳐주며 돈을 벌었어요. 사실 돈을 벌 요량으로 갔던 여행이긴 했어요. 하지만 버는 족족 그대로 써버렸죠. 내일을 떠올려 계산을 하기 시작하면 그게 진정한 여행인가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의 밝은 모습이 저희에겐 뜨거운 에너지로 전해졌어요. 그걸로 충분했어요.”
청주 우암동에 위치한 그래픽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권진호(사진 왼쪽) 대표와 임웅빈 대표가 자신들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권 “초창기엔 회사 생활이 참 즐겁더라고요. 일이 좋아서 취직 했는데 그곳의 사람들까지 좋은 느낌이었거든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막역하면서 분위기가 훈훈했죠. 시간이 지나자 점차 욕심이 생겨났어요. 좋은 관계 속에서 좀 더 배울 게 있었으면 싶었고, 능력있는 선배가 그리워졌죠. 사실 그런 회사는 없죠. (웃음) 원하는 회사를 찾으려다가 결국 이렇게 만들게 됐네요.”
임 “부모님은 미술을 좋아하는 제 취향을 탐탁찮게 생각하셨어요. 이에 반항하는 마음으로 재수까지 했으니까요. 그 당시 준비했던 입시 미술은 뭔가 기묘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정형화된 방식대로 훈련하는 거였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겨우 대학에 들어가 겨우 졸업했고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애써 부모님을 외면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고집하고 있는 거죠.”
권 “회사생활을 하면서 늘 아쉬웠던 건 고객을 대면할 수 없었다는 거예요. 그들과 소통하면서 의도를 이해하면 훨씬 효율적인 작업이 될 것 같은데… 보통 회사 시스템은 고객의 이야기를 기획자들이 사전에 듣고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잖아요. 그 과정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임 “어쨌든 실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아무리 주관적이어도 정말 좋은 디자인에는 대다수가 인정하는 무언가가 있는 거니까요. 참, 좋은 디자인은 좋은 클라이언트가 만든다는 얘기도 있어요. 특히 지역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공공디자인도 그렇고. 이번에 새로 만든 청주시 CI는 꽤 깔끔한 것 같아요.”
권 “우리나라는 분류병에 빠진 거 같아요. 대학조차 취업률을 높이려 학과를 세분화 시키거든요. 디자인의 경우도 웹, 인쇄, 제품 등으로 지나치게 나눠서 틀에 가둬놔요. 자연스럽게 관심 있는 분야로 이동하고 확장시키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저희 회사는 그래픽 스튜디오예요. 분야를 한정하지 않고 모든 그래픽 작업을 포괄하는.”
임 “시장 한복판에 회사가 자리 잡고 있어서 ‘정’이란 걸 마주칠 때가 잦아요. 매일같이 인사를 나누며 활짝 웃어주시는 야채가게 아주머니. 김치는 떨어지지 않았는지 걱정해주시는 떡집 아저씨. 종종 사무실을 들여다보며 ‘꼭 성공하라’며 의욕을 북돋아주시는 건물주 아저씨. 따뜻한 시장의 느낌은 이런 분들의 정겨움들이 만드는 거 같아요.”
/김지훈·김희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