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틀# - 청주 내수읍 '반찬마루'

2015.12.04 10:55:10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청주 가게 CEO들의 소소한 이야기.
과장되고 식상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정보 과잉시대에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하는 '삶 속의 삶'으로 지역경제의 꽃 소상공인을 정성껏 응원해 본다.
1인칭 진솔·공감·힐링 프로젝트 '마이 리틀 샵' 이번 편은 청주시 내수읍에 위치한 반찬배달전문점 '반찬마루'를 운영 중인 최영호 대표의 얘기를 들어본다.

마이리틀샵 - 77. 청주 내수읍 '반찬마루' 최영호 대표

청주 내수읍에 위치한 반찬배달 전문점 '반찬마루'를 운영 중인 최영호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대학 시절 자취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늘 집 반찬을 나눠주곤 했죠. 친엄마가 손이 크셨거든요. 졸업 후 친구들을 다시 만났는데, 대학 때처럼 우리 집 반찬을 얻고 싶어 하더라고요. 맛도 맛이지만, 일과 가정을 함께 하다 보니 요리는커녕 반찬 살 시간조차 없다는 거였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남이 지은 밥이라는 푸념과 함께요. 그게 계기였어요. 친엄마 솜씨를 믿었던 구석도 있었지만."

"엄마는 집에서 살림만 할 때가 가장 좋았어요. 하지만 늘 일을 하셔야 했죠. 끊임없이 일을 만드는 아빠 영향 때문에. (웃음) 집에선 늘 단아하세요. 하지만 일을 할 땐 몸뻬에 모자를 푹 눌러 쓰시죠. 일이 끝나는 새벽 사우나 가는 게 인생의 유일한 낙이라고 하는 그녀의 말을 들을 때면 맘이 참 안쓰러워요. 워낙 애교 없는 딸이라 어깨 한 번 주물러 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알 거로 생각해요. 가족이니까요."

청주 내수읍에 위치한 반찬배달 전문점 '반찬마루'를 운영 중인 최영호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훈기자
"아빠 스케일은 블록버스터급이에요. 자수성가하셔서 그런지 욕심도 많으시고, 아이템도 무궁무진하시죠. 매점부터 식당까지 여태껏 얼마나 많은 일을 벌이셨는지 몰라요. 아빠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난감해요. 계속 바뀌니까. (웃음) 요즘에도 아빠랑은 참 많이 싸워요. 하지만 난 알고 있죠. 내가 뭔가를 했을 때 아빠가 침묵하면 그건 굉장한 칭찬이라는 걸."

"아이들이 다니던 병원 의사 선생님도 저희 반찬을 이용하시더라고요. 그것도 3년 단골. 그 사실을 여태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선생님이 보낸 포토문자로 알게 됐어요.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직접 인사하는 사진을 보내주신 거예요. '반찬 잘 먹고 있습니다'라는 텍스트와 함께요. 꽤 감동적이었어요. 여태 선생님은 환자 보호자인 제가 반찬가게 주인이라는 걸 모르고 계세요. '제가 그 반찬가게 주인이에요'라고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웃음) 대신 맘으로만 그 병원을 평생 이용하리라 다짐했죠. 그런데 인생이란 참 공교로워요. 아이들이 더는 아프질 않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병원이 집에서 너무 먼 거 같기도 하고. (웃음)"

"반찬으로 오삼불고기가 나가자 바로 클레임 전화가 오더라고요. '불고긴데 왜 돼지고기가 들어갔느냐'면서요. 오징어와 삼겹살이 들어간 메뉴라고 차근차근 설명해 드렸어요. 그런데 그 사실을 왜 미리 설명해주지 않느냐며 화를 거두지 않더라고요. 황당했지만 이미 시중의 흔한 메뉴라고 재차 곱게 말씀드렸죠. 대신 굳이 죄송할 일까진 아닌 것 같아 사과 드리진 않았어요."

"가게 오픈 이후 첫 여름, 노심초사했어요. 배달 도중 행여 반찬이 상하면 어쩌나 싶어서요. 무작정 배달차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놨어요. 삼복더위에도 긴 소매를 입고 장갑을 끼지 않으면 운전할 수 없을 지경이었죠. 그런데 효과가 없더라고요. 여러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게 바로 보냉 가방이에요. 완벽하게 배달할 수 있는 보관법을 찾아낸 거죠. 디자인 전공을 살려 비쥬얼에 남다른 공을 들였어요. 누구라도 갖고 싶을 만큼요. 그래서인지 문 앞에 걸린 저희 보냉 가방을 보고 고객이 된 분들이 많아요. 보관법도 찾고, 가게 PR도 되고. 이 정도면 성공적이지 않나요?"

청주 내수읍에 위치한 반찬배달 전문점 '반찬마루'를 운영 중인 최영호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남편이 출장 갈 때 참 행복해요. (웃음) 신랑이 재택근무를 하거든요. 물론 존경하고, 사랑하고, 아끼죠. 그렇지만 아주 가끔은 떨어져 있는 것도 좋잖아요."

"맛있는 반찬. 답은 없는 거 같아요. 입맛이란 게 주관적이니까요. 사실 저희 반찬이 맛을 극도로 끌어올렸다고 말할 순 없어요. 대신 가정에 최대한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거죠. 한 끼를 위해 신경 쓰는 수고를 대신해 주는 서비스. 그렇게 아낀 고객들의 기회비용이 각자 가정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처음엔 고객이라곤 아는 사람 포함해 딱 세 명이었어요. 그러다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늘어나게 됐죠. 그땐 제 운전이 서툴러 배달 가는 길이 어찌나 길게만 붓껴지던지… 그러다 고객이 불어나더라고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요. 덜컥 겁이 났어요. 오붓하게 가족끼리 했던 사업이 직원을 써야 하는 규모가 됐으니까요. 그래도 사람의 능력이란 게 그 끝을 알 수가 없더라고요. 막상 닥치니까 그게 또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고요."

"쑥스럽지만, 재가노인복지센터에 3년째 반찬을 제공하고 있어요. 어린이센터나 학교에도 지원하고 있는데 반찬을 받고 고마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힘이 나거든요. 한번은 홀몸노인 댁을 찾아갔었어요. 혼자 지내시는 줄 알았던 그 집엔 젊디젊은 손주들이 있더라고요. 사람이 들어와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분들이었죠. 그들을 외면한 채 할머니께 반찬을 건넸더니, 할머닌 그 손자들에게 밥상을 차려주시더라고요. 손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밥상을 받아 먹곤 제자리로 돌아가 작정한 듯 또다시 눕더라고요. 속상했어요."

/김지훈·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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