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호주에 갈 기회가 생겨 갈등했어요. '축구냐, 아내냐'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한 거죠. 결론은 아내는 사랑이라는 거였어요, 축구는 좋아하는 거고. 목숨 보다 귀한 이 여잘 떠나는 건 상상만 해도 견딜 수 없었거든요. 그렇게 축구를 맘속에서 묻고 무작정 취직을 했어요. 너무 힘들죠. 내키지 않는 일을 하는 건 참을 수 있었지만, 결과에 따른 보상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의 도움으로 제과 쪽에 발을 들였어요. 아직도 처음 반죽을 만졌을 때의 감흥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마치 발로 공을 찼을 때 느꼈던 행복함. 그게 고스란히 전해졌거든요."
"'김관식 빵집'이란 가게 이름. 너무 터무니없었죠. 창피도 했고요. 아는 형님이 강력하게 밀어붙여 결정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잘했다 싶어요. 촌스러운 것 같지만 의외로 느낌 좋다는 손님도 많이 계시고. 무엇보다 저 스스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자신감이 붙었거든요. 이름 석 자의 무게감을 버텨야 하니까요."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에 위치한 베이커리 '김관식빵집'을 운영 중인 김관식 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자신의 가게 정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언제나 향후 전개될 상황을 그려봐요. 운동선수 생활 때 든 버릇이거든요. 그 버릇이 제빵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고요. 그러다 강적을 만났어요. 마카롱이었죠. 녀석 때문에 오븐 앞에서 수도 없이 울었어요. 머리에 그려졌던 그림과 결과물이 딴판이었으니까요. 실패 횟수도 일일이 세어봤어요. 정확히 312번이더라고요. 실패와 성공 요인을 메모했고요. 그 메모가 종이 두 장으로 정리가 될 때쯤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얻게 됐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바른생활 사나이’가 제 별명이였어요. 자랑스러웠죠. 당시 제 삶이 정답인 줄 알았거든요. 운동 할 때는 그런 자신감이 시너지가 됐고요. 그런데 세상에 나와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옳고 그름의 기준이 판단하는 사람과 위치에 따라 변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 사실을 알게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참 미안했어요. 가족과 친구들에겐 그런 식의 갈등은 없었으니까요. 그때 깨달았어요.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참 많은 걸 맞춰주고 있었다는 걸. 부끄러웠어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어떤 분이 가게로 급하게 들어오셨어요. 차 댈 곳이 없어 몇 바퀴를 돌아왔다는 말과 함께요. 미안한 마음에 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아주 먼 곳이었어요. 갑자기 울컥하더라고요. 제 빵을 먹기 위해 빗속을 뚫고 멀리서 와주었다는 마음 때문에. 뭔가를 위해 빗속을 뚫는다는 건 왠지 비장한 느낌이 들잖아요."
"전엔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가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끊임없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해요. 작은 것에 감사가 되고 그게 또 기쁨이 되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인 것 같아요."
/김지훈·김희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