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상당구 우암동에 위치한 웨딩영상 스튜디오 '포레스트 필름'의 이상호 대표가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어려서부터 미술을 공부해 홍대에 입학했어요. 그곳에 들어가 보니 전 세상에서 그림을 가장 못 그리는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자신감이 사라졌죠. 그래서 자연스레 학교공부를 멀리하게 됐고요. 그러다 2학년 때 생각지도 않던 영상영화를 전공하게 됐어요. 정말 멘붕이었죠. 미술대학이라 생각한 그곳에서 영상을 촬영하며 편집까지 하게 됐으니까요. 그러다 영화의 결과물은 내가 아닌 우리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재미를 붙이게 됐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제작의 모든 걸 함께 나눌 수 있거든요. 물론 고민과 의견충돌이 많았죠. 하지만 서로 다를 뿐 정답은 없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혼자 작업하는 미술과는 판이한 부분에 점점 빠져들게 된 거죠.”
청주 우암동에 위치한 영상 스튜디오 '포레스트 필름'을 운영 중인 이상호 대표가 자신의 영상편집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훈기자
“회사 이름을 ‘포레스트 필름’으로 지은 건 좋아하는 영화이름이 한 몫 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포레스트 검프’거든요.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함들이 인상 깊었어요. 영화를 배울 땐 그런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되길 꿈꿔왔어요. 지금은 웨딩영상 일을 하고 있죠. 미술에서 영화로, 그러다 또 다시 영화에서 영상으로. 이렇듯 제 일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리고 싶진 않아요. 막연했던 목적지가 점점 드러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게다가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과 함께 하며 영상을 만드는 일이 꽤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도 순수함과 성실함을 잃지 않았던 검프처럼 최선이 아닌 차선에도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 일인 거 같아요. 또 그 차선이 누군가에겐 최선일 수도 있는 거고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에요.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 후련하다가도 곧 찝찝해지거든요. 괜히 원치 않는 평가를 받는 기분도 들고요. 반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을 좀 참고나면 처음엔 답답하지만 나중엔 잘했다 싶어지는 순간이 많았던 거 같아요. 상대방 얘길 더 많이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웨딩 촬영할 땐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아요. 그저 제가 들고 있는 카메라 화면 속의 세상만 보이죠. 그런데 편집을 시작하면 그 세상이 또 다르게 다가와요. 촬영할 때는 전혀 못 느꼈던 그들의 감정에 고스란히 이입되거든요. 감격에 벅찬 시선, 감정이 교차되듯 꽉 잡은 손, 그들만의 신호로 살짝 올라간 입꼬리, 부모님과 교감에서 차오르는 눈물,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 같은 것들에 마음이 동하는 거죠. 편집하다가 그런 장면들로 울컥 눈물이 나는 순간이 많아요. 불현듯 결혼도 하고 싶어지고.”
“대학 시절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그 땐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마음에 너무 와 닿아요. 어떤 대상과 친해지고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 사람에게 기대하게 되잖아요? 그러곤 곧 서운함을 느끼죠. 그래서 그 사람을 바꾸려 갖은 노력을 하게 돼요. 그 노력 때문에 대상이 변한 것처럼 보일 순 있겠지만 결국엔 상대방이 내 노력에 지치게 되고, 나 또한 그 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해 지칠 거예요. 악순환이 되는 거죠. 정말 그 사람이 내게 소중하다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드려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