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사직동에 위치한 디저트카페 '흥흥제과사무소'를 운영중인 유진호 대표가 자신이 만든 타르트와 마카롱들이 가득한 진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부모님의 반대로 요리를 공부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어요. 대학도 아버지의 말을 따라 경영학과로 진학했고요. 그러다 군대에서 자연스럽게 취사병이 됐어요. 그 땐 정말이지 미친 듯이 신나서 요리를 했던 것 같아요. 그 때 깨달았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요리구나, 경영학은 아버지를 맞춰주기 위해 선택했던 거구나’ 하고요. 제대 후 부모님께 엉망인 대학 성적표를 들이밀며 요리를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어요. 그렇게 요리 공부를 정식적으로 하게 됐어요.”
“항상 남편과 다정하게 같은 쿠키를 주문하던 여성분이 계셨는데 어느 날 혼자 들어오셨어요. 웬일로 혼자 오셨을까 하며 늘 그랬다는 듯 그 쿠키를 준비했죠. 그런데 갑자기 여성분이 펑펑 우시는 거예요. 남편분이 돌아가셨다면서요. 전 뭐라고 위로의 말을 드려야할 지도 모른 채 그저 가슴만 먹먹해하기만 했고요. 그렇게 마지막이 됐어요. 가게에서 그 여성분을 볼 수 있던 시간이요. 음... 충분히 이해가 돼요. 가게를 지날 때마다 그분의 맘이 어떨지 저도 조금은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른다면 남편이 그렇게 좋아했다는 그 쿠키로 인해 다시 들르실 거라 믿고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손님의 사연들을 알아갈 때마다 이 가게는 오직 나만의 소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요.”
“원래 프랑스 요리를 배웠어요. 하지만 프랑스 요리는 재료 공수부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비교적 대중적인 제과분야로 시작하게 된 거죠. 그래도 나중에 차차 프랑스 요리를 알려갈 계획이에요. 태어나서 쭉 자라온 이 동네에 저만의 브랜드 가게로 가득한 거리를 만들어 보는 게 꿈이거든요.”
청주 사직동에 위치한 디저트카페 '흥흥제과사무소'의 유진호 대표가 가게 정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훈기자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흥니세프’라고 흥흥제과와 유니세프를 합친 이름의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어요. 함께하는 사람이 없어 거의 저 혼자 움직이지만. 가끔 손님들이 참여해주셔서 지난번엔 연탄봉사를 같이 나누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큰 부자가 되고 싶어요. 많이 버는 만큼 많이 나눌 수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고객층은 젊은 여성분들이 대부분이라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해요. 불특정 다수의 여성분들과 요리에 대해 SNS로 함께 소통도 하는 편이고요. 그래서 처음엔 여자친구가 무서울 만큼 샘을 많이 냈어요. 저도 미안했고요. 하지만 이젠 많이 너그러워졌어요. 내년 초로 결혼날짜를 잡았거든요.”
“아직 내공이 부족해 손님들의 모습을 보곤 원하시는 제품의 취향을 맞추지는 못해요. 그래도 확실하게 맞추는 부분이 있어요. 주문 안하고 그냥 가겔 나가겠다 싶은 손님은 100% 맞더라고요. 너무 잘 맞아서 내가 전생에 관상을 봤나 하는 생각마저 들곤 해요.”
/김지훈·김희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