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기자
“가게 마감하기 전 술 취한 남자분이 들어오셔서 무척 긴장했어요. 그런데 느닷없이 ‘남은 빵 다 주세요’ 하는 거예요. 남은 빵은 조금밖에 없었지만 놀란 가슴에 쿠키까지 죄다 싸드렸죠. 그 후로 그분이 오실 때마다 기대가 되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그분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고.(웃음) 다만 전처럼 ‘남은 빵 다 주세요’ 하는 일은 사라졌죠. 너무 멋진 말인데. 아무래도 술을 끊으신 거 같아요.”
"빵은 아주 예민해요. 굽는 온도나 반죽 상태에 따라 더 섬세하게 결과물이 달라져요. 특히 식빵은 제 기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죠. 잠을 푹 자 컨디션 좋은 아침이면 유독 기막힌 빵이 나오거든요. 식빵은 겉보다 속이 부드러워요. 게다가 다른 음식과의 조화를 통해 전혀 다른 음식으로 변신하죠. 그 점이 아주 매력적이에요. 마치 나쁜 남자 같은 느낌. 꼭 정복하고 싶어요.”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손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시간이 즐거워요. 작은공간에서 나누는 손님과의 수다는 좀 더 친밀한 맛이 있거든요. 간혹 그 시간이 길어져 30분을 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게 바로 의자 없는 가게가 된 이유죠.(웃음)”
“집에선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걸로 여가를 보내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남자친구가 없어요. 딱히 눈이 높은 건 아니지만 안정적인 남자를 만나고 싶은 맘은 있죠. 빠른 시일 내로 드라마 남자주인공에 따라 이상형이 변하는 걸 고쳐야겠어요.”
/김지훈·김희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