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벚꽃 엔딩' 현실화 막아야

2023.01.03 21:03:30

[충북일보] 지방대학의 '벚꽃 엔딩'이 현실화 되고 있다. 2023학년도 수시합격자 5명 가운데 1명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지방대에 수시전형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수험생 수는 3만3천 명이 넘는다. 지방대 수시 모집 정원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서울에서 먼 지역의 수시 미등록 비율이 유독 높았다. 지방대 미달 사태는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벚꽃의 화려함과 '망함'이란 단어 대비가 섬뜩하다.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2023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등록 결과를 보면 지방대학의 현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지방대학이 생존 위협을 받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정시 모집 상황을 봐도 별로 다르지 않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충북도내 4년제 대학 13곳 가운데 정원을 채울 가능성이 높은 대학은 6곳으로 나타났다. 모집 경쟁률이 3대 1은 넘어야 미등록률을 고려할 때 정원 충족이 가능하다. 유웨이 어플라이의 정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에 따르면 도내 4년제 대학 가운데 정시마감일인 2일 밤 9시 마감결과 기준 경쟁률 3대 1을 넘긴 대학은 충북대와 한국교원대, 서원대, 건국대(글로컬), 한국교통대, 청주대 등이다. 수시모집에서 미등록한 인원은 정시모집으로 이월된다. 그래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추가모집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수시모집 미등록률이 높은 대학은 추가모집에서도 정원 미달사태가 빚어지기 쉽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속설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은 후유증에 시달렸다. 올해도 신입생 등록률이 떨어진 충격적인 결과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일부 대학 총장은 정원 미달 책임을 지고 쫓겨났다. 설마 했던 우려가 정원 미달로 현실이 됐다.

정원 미달은 학령인구 감소에서 오는 현상이다. 꽤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하지만 정부도 대학도 제대로 된 예방책이나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올해 정원 미달 대학 중 90%가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들이다. 몇몇 학교는 학생 유치를 위한 자구책으로 장학금 명분의 학비 면제나 현금 지급을 하고 나섰다. 심지어 태블릿 PC나 최신형 스마트폰을 선물로 주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래도 역부족이다. 지방대학의 정원 미달 사태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다. 모든 게 수도권 중심으로 집중된 과밀 현상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출산율은 0.81명이다. OECD회원국 중 최하위다. 출산율이 1 이하인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2021년 출생자 수는 26만 6천 명이다. 한해 100만 명을 기록했던 1970년대 초반의 1/4 수준이다. 20년 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불을 보듯 훤하다. 학령인구로만 본다면 20년 뒤에는 누구나 경쟁 없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이대로 두면 지방대학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삶의 터전이 지역에 있더라도 대학교육을 받으려면 무조건 수도권으로 이사를 가야한다는 얘기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앞서 밝힌 대로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청년유출과 일자리 부족 등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대학과 학생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지역경제 쇠퇴와 지역문화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지역소멸을 부를 수밖에 없다. 지방대학은 가장 먼저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자체적으로 학과 개편 등 고강도의 구조조정은 필수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사 위기의 지방대학 혁신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일각에선 시장경제의 논리에 맡기는 게 낫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경쟁에서 밀리는 대학이 사라지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지방대학이 문을 닫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밀려 지방대학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하면 해당 지역의 문화도 상권도 무너지게 마련이다. 청년들의 이탈을 막을 수가 없다. 결국 지방은 더욱 소외되고 수도권 집중화와 과밀화는 더욱 심각해지게 된다. 그래서 지방대학의 소멸은 단순히 대학의 소멸이 아니다. 지역의 소멸을 의미한다. 더 늦기 전에 대학과 지역이 협업하고 상생하는 창의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지방대학과 지역이 함께 생존·부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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