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이의 마음
이수진
충북시인협회 회원
할머니 손을 잡고 어린이집 가는 길에
상상도 할 수 없고 예상 또한 못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었나 조심스레 꺼내고
"할머니, 나는 해님이 안 좋아, 깜깜한 밤이 좋아."
"왜? 우리 유안이는 달님이랑 별님을 무척 좋아하는구나."
"아니, 깜깜한 밤이 되면 엄마 아빠가 오니까"
짠하게 스며들어 먹먹하게 이는 전율
깜깜한 밤이 돼야 온다는 엄마 아빠
애틋한 설렘 속에서 기다리다 잠들었을
여권도 소용없는 꿈나라 여행인데
똑똑똑 노크하면 와락와락 안겨올까
살포시 다가가보니 눈물자국 얼룩진
윤회(輪廻)로 길들여진 일상을 뒤로 한 채
내 안의 안식처로 타박타박 걸어가면
현실의 모순 앞에서 오늘도 기다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