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서 쫒겨난 세종시 상징 '저승사자 조각상'

국세청, 부정적 이미지 강한 '흥겨운 우리가락' 이전

2015.06.17 16:27:39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2청사 인근 BRT(간선급행버스) 도로변에 있는 조각가 안초롱 씨의 작품 '흥겨운 우리가락'. 저승사자처럼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여론에 따라 국세청앞에서 대로변으로 최근 이전됐다.

ⓒ최준호 기자
[충북일보=세종] 16일 저녁 9시40분께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2청사 인근 BRT(간선급행버스) 도로변.

보도 옆 잔디밭 사이에 은빛이 나는 대형 철조각상이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사람(여성)이 춤 추는 모습이다. 조각상 바로 뒤 한국정책방송원(KTV) 건물엔 불이 대부분 꺼져 있다. 초여름 밤,은회식 가로등 불빛에 비친 조각상은 상당히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버스를 기다리다 조각상을 감상하러 왔다는 문지현(37·주부·세종시 도담동)씨는 "세종 신도시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주택단지인 2-2생활권 인근에 '납량특집 드라마에 나올 법한' 흉물스러운 조각상이 왜 서 있는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2청사 인근 BRT(간선급행버스) 도로변에 있는 조각가 안초롱 씨의 작품 '흥겨운 우리가락'. 저승사자처럼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여론에 따라 국세청앞에서 대로변으로 최근 이전됐다.

ⓒ최준호 기자
이 조각상은 작년말 국세청과 한국정책방송원이 입주한 정부세종제2청사 근무 공무원들 사이에서 이른바 '저승사자'라고 불린다.

정부가 정부세종청사 미술품 설치 계획의 일환으로 공모를 거쳐 선정한 이 작품은 홍익대 조소과 출신의 젊은 조각가 안초롱 씨가 제작한 '흥겨운 우리가락'이다. 작품 설명서에는 "동작이 우아하고 품위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인 한국 무용의 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라며 "기와의 반복적인 쌓기 구조가 적용된 표현 방식은 세종시의 심벌마크처럼 세종시를 의미한다"라고 돼 있다.

이 작품은 당초 지난 2월 국세청 건물 바로 앞에 설치됐다. 그러자 일부 민원인은 "국세청이 납세자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일부러 저승사자 이미지의 조형물을 설치한 게 아니냐"란 민원을 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탈세를 엄단해야 하는 국세청의 단호한 이미지를 잘 형상화했다"는 그럴 듯한 해석도 나왔다고 한다. 이에 국세청은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러자 조형물에 대한 부정적 답변이 우세했다는 것이다.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2청사 인근 BRT(간선급행버스) 도로변에 있는 조각가 안초롱 씨의 작품 '흥겨운 우리가락' 작품 설명서. 저승사자처럼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여론에 따라 국세청앞에서 대로변으로 최근 이전됐다.

ⓒ최준호 기자
결국 국세청은 세종청사관리소와 협의를 거쳐 최근 문제의 조각상을 100여m 떨어진 대로변으로 옮겼다. 정부세종청사 안에 설치된 다른 대부분의 미술품과 달리,이 작품은 일반인들이 오가는 공공장소로 쫓겨난 것이다. 공무원과 국세청 민원인들이 버린 조각품을,세종시민들이 감상해야 하는 것이다.

세종 / 최준호기자 choijh5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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