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헌 윤봉길 의사 상해의거 92주년을 경축하며

2024.04.28 14:53:25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매헌 윤봉길 의사가 중국 상하이 홍구공원(虹口公園)에서 일본 군인들을 향해 도시락 폭탄을 투척한지 92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매헌(梅軒) 윤봉길(尹奉吉, 본명 尹禹儀, 1908~1932)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오전 일제가 상하이 홍구공원에서 천장절(天長節)과 상해 점령 전승기념 축하행사를 진행하는 도중 단상을 향해 물통 폭탄을 투척해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총사령관인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와 상해 일본거류민단장인 가와바타 사다쓰구(河端貞次)는 사망하고, 중국 공사 시게미쓰 마모루(重光 葵)는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으며, 9사단장 우에다 겐키치(植田謙吉) 중장은 왼쪽 다리가 잘리었고, 3함대 사령관인 노무라 기치사부로(野村吉三郞) 중장은 오른쪽 눈을 잃었다.

중국 국민당 장개석(蔣介石, 1887~1975) 총통은 "중국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했다"고 극찬했고, 이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했다.

윤봉길 의사의 상해의거로 많은 피해를 당한 일제가 보복으로 임시정부를 밀착감시하며 혹독한 탄압을 가하자 임시정부는 상해, 항저우, 전장, 청사, 광저우, 류저우, 치장, 충칭으로 무려 4천㎞를 이동하며 광복군을 창설하고 무장 항일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거사 직후 체포 연행되어 5월 25일 상하이 파견 일본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뒤 감옥에서 온갖 고초를 겪다가 그해 11월 일본으로 호송되어 1932년 12월 19일 이시카와현 금택형무소 교외 미쓰코치 공병작업장 내 산골짜기에서 잔혹하게 총살되어 25세를 일기로 순국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윤봉길 의사의 항일독립운동 공적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윤봉길 의사는 1908년 충남 예산군 덕산의 파평 윤씨 문중에서 아버지 윤황(尹璜)과 어머니 김원상(金元祥) 사이의 5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0세 되던 해에 덕산보통학교에 입학했으나 다음 해에 3·1운동이 일어나자 일제 식민지 교육을 거부하고 자퇴했다.

그 후 동생 윤성의(尹聖儀)와 함께 마을의 최병대(崔秉大) 선생에게 한학을 공부했고, 1921년 14세부터는 예산군 덕산면 둔2리 노곡 16길에 위치해 있는 오치서숙(烏峙書塾)에서 매죽헌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의 후손인 매곡(梅谷) 성주록(成周錄)에게 사서삼경과 한시를 배웠다.

1923년 오치서숙 시 대회에서 장원을 했고, 1928년에는 시집인 '오추嗚推)'·'옥수(玉睡)'·'임추(壬椎)' 등을 발간했다.

1926년 오치서숙을 졸업하고 독학으로 국사와 신학문을 공부했으며 농민 운동에 관심을 갖고 오치서숙 동창들과 야학을 개설했다.

1927년 20세 때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농촌 청소년들에게 한글, 역사 등을 가르치면서 수업의 교재로『농민독본(農民讀本)』3권을 저술했다.

1929년 부흥원(復興院)을 설립해 인기리에 '토끼와 여우'를 공연하기도 했다.

윤 의사는 일본 경찰의 주목을 받게 됐지만 월진회(月進會)를 조직, 이를 기반으로 농촌 자활운동을 펼쳐나갔다.

일제의 감시가 심해지자 1930년 3월 6일 새벽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이란 비장한 출향가를 써놓고 삽교역에서 기차를 타고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백범(白凡) 김구(金九, 본명 金昌洙, 1876-1949) 선생의 지도하에 항일 독립운동을 했다.

그리하여 윤봉길 의사는 문무를 겸비한 애국지사로 항일독립운동가, 낭만적인 시인, 농촌개혁가, 농민계몽가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현행 국사교과서에는 홍구공원 폭탄투척만 간단하게 기록해 놓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윤봉길 의사를 단지 테러리스트(terrorist)로만 기억하고 있어, 국사편찬위원회 주도로 국사 교과서의 윤봉길 의사 관련 기록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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