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햇볕 놀리지 마라

2024.02.22 14:08:28

햇볕 놀리지 마라
        김경인
        충북시인협회 부회장·충주지회장



햇볕이 놀고 있단다
빈 빨랫줄도 직무유기감이고
빨랫줄 놀리는 것도 우리네 게으름이라고
볕이 샐까 아까워서 틈없이 널어 놓신다

락앤락통들이 일광욕하는 날
담겼던 흔적을 속속들이 날리고
중독성이 있는 개운한 반응에
옷에 배인 잡다한 일상들을 털어 내신다

굽은 허리처럼 늘어진 빨랫줄이
삶의 무게가 버거웠을 종갓집 맏며느리 닮았는지
휘청거리는 바지랑대를 다시 곧추세워 놓으신다

햇볕 놀리지 마라!
언젠가는 눈물 시린 그리움으로 다가올 텐데
햇볕 나는 많은 날을 난 어떻게 감당할까
양팔 벌려 온몸으로 받아 안고 엄마 생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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