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무명 골무

2024.02.18 13:58:05

무명 골무
      황혜경
      충북시인협회 회원



밤하늘
별이 빛난다
외할머니가
별들의 골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방학이면 마루 끝에 기대어
골무를 끼고 바느질하던 외할머니
고구마 한 소쿠리 숭늉 한 대접
사랑을 놓았다

골무는 손가락 감싸는 갑옷
외할머니는 부모님 감싸 안고

살아보니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힘겹게 넘긴,
부모님 안전했으리라
외할머니 골무가 있어

긴 겨울밤
별이 반짝인다
별의 숨소리
외할머니는
바느질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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