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정북토성

2024.01.30 16:31:42

정북토성
      김선중
      충북시인협회 감사



고라니가 감탕 위로 달린다
갈대가 길을 내주며 흔들거리고
잠자던 것들이 깨어나
해자에 겹겹이 쌓여있던

수루를 바라보는 동네 처자
병사와 눈이 마주치자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토성 위 서 있는 소나무가 외롭다
길 위에 둘이 넘어질 듯하다
데이트하는 연인인가

곡식 창 수비군 보이지 않고
처자의 한숨이 사라졌다
성 한쪽이 무너져 간다
뜰 안 넓은 땅
망초꽃이 피었다

어둠 속에 행진하는 병사들
처자도 왔다
켜켜이 쌓여있던 볏단
달그림자가 길다
어둠 속 하늘과 땅이 겹치고
둔덕이 둔부를 닮아간다
거대한 테두리가 꿈틀거리는

문지기가 서고
비빌 언덕이 되는 시간
저녁놀이 붉다
처자의 염원을 담은 고추가
비행기가 만든 하얀 금줄에 매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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