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
최예숙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절벽 그곳에 길 없는 길이 있다
강이 흐르는 바위 정수리 아래
삶 하나 버텨 서서
느슨해진 겨울을 휘감고
산새 울음 떨어진 문희마을 벼랑 바위틈 사이
놓쳐버린 이름 하나 붙잡고
흰머리 어머니처럼 넋 없이 앉았다
피멍 가슴에 한 움큼 담고
바위 등에 아슬아슬하게 핀 고개 든 동강할미꽃
위태롭게 버텨 서서 절벽을 기댄 바위들은
자줏빛 슬픔을 품었다
저 아래 동강, 나룻배 한 척
절벽에서 떨어진 생의 완성을 담고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