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어머니

2024.03.03 14:43:02

어머니
   정진헌
   충북시인협회 이사·건국대 교수



관절 수술 후유증으로
무릎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위해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한다
접시와 컵
그릇 뒷면에 물때가 보인다
뜨거운 물에 담근 후
철 수세미로 물때를 문지른다
무관심만큼 녹슨
스텐 설거지건조대도
함께 깨끗하게 닦는다
어머니의 고달픈 삶 저편에
켜켜이 찌든 물때
무심한 자식은
바쁜 나날 속에 모르고 살아왔다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항상 가득 담겼던 그릇과 접시들
그 뒤편에 왜 그리도 때가 찌들어
지워지지 않았는지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부끄러움을
나는 그렇게 잊고 살아왔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하는데

어머니의 뒷모습만 보이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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