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직지 혼 무심천

2024.02.25 14:07:48

직지 혼 무심천
       임준빈
       충북시인협회 회원



보아라, 저 은유의 몸짓에
들리는가, 무엇이 되어 어디로 흐르는지
천년의 혼이 깃든 청정한 물줄기여.

도심 한복판을
저토록 갈무리하듯 흐르나니
선과 악의 구분인가?
비움과 채움의 합수인가
몹쓸 짓 우리의 참회인가

남자와 여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의 사슬처럼
저것은 분명, 아름다운 공존이다.

무심히 무심히 흐르는
고요한 수행의 나래여.

그대 보았는가, 들리는가
저 은밀한 사랑과 포옹을
조근조근 쟁여와 들려주는 신비의 노래를

고요를 딛고 피어나는 저녁노을에
욕심도 꾸밈도 벗어놓고 마음 헹구어 씻어놓고
차디찬 홀몸이 되시라

하늘을 우러러 깊어지는 무심의 갈대
은빛 너울 일렁이면 프랑스 국립도서관
홀로 저무는 그대는 노을빛에 눈물을 적시겠지.

온 생애
그대만을 위해 살아온
일신 또 일신 흘러온 무심천처럼
스스로 다독이며 다시 태어나는
무언의 그 옛날 흥덕사의 풍경소리처럼.

울어라 노아라 외쳐라
외마디 언어로 침묵의 천 년을 부르짖듯
흐르고 흘러
그대에게 가고 싶다

직지 그대,
귀환의 그 순간까지
다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기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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