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허수아비

2024.02.21 14:07:39

허수아비
      서승석
      충북시인협회 이사
      단양문인협회 회장



내 가슴이 허한 것은
그가 바람으로 있기 때문이오
내 눈이 휑한 것은 그를 바라보았기 때문이오
내 걸음이 휘청이는 것은
그에 갈 수 없기 때문이오

허하고 휑하여 휘청이며
논밭 두렁에 탄식할 때 이랑은 그 말 묵묵히 들었소
귀뚜라미의 귀와 풀벌레의 눈으로

씨알의 소리에 열매는 거룩한 이름

눈물겨운 땅
빈 들판에 슬픈 꽃은 더 향기로우니
알곡 여물어 고개 숙일수록 네 덕
빈 쭉정이는
내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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