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와 노인빈곤

2023.10.10 16:17:46

[충북일보]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정부가 정한 법정 기념일로 원래는 국제연합이 1991년 10월 1일 지정한 '국제 노인의날'에 맞춰 노인의날을 제정할 계획이었으나 국군의날과 겹쳐서하루 늦춰 10월 2일로 변경했다고 한다. 노인의날이 포함된 10월은 그래서 경로의달이기도 하다. 노인의날 제정취지는 누구나 알 듯 미풍양속인 경로효친사상을 고취시키고 노인분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노인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하자는 뜻도 있다. 이날 정부는 건강한 100세를 맞이한 전국의 2천623명에게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장수지팡이 '청려장'을 전달했다. '청려장'은 명아주로 만든 가볍고 단단한 지팡이로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70세, 80세가 넘은 노인들에게 나라와 임금의 이름으로 하사하며 장수를 축하하는 일종의 '세러머니'였다.

분명 장수는 축하해야 할 경사이고, 축하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오래사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삶의 질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오래 산다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때문에 단순한 장수의 의미보다는 건강하고 행복이 전제된 장수가 진정한 의미의 장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인의 삶의 질 수준은 어떨까. 먹고 사는 어려움없이 노년을 즐길 여건을 갖추고 있는 걸까. 안타깝게도 이 물음에 '예'라고 답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노인의 현재 삶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25년 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후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으로 11년이 걸린 일본이나 15년이 걸린 미국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초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빈곤문제도 덩달아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이상 노인 중 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336만5천명으로 전체의 37.3%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0년 100만4천명(29.6%)과 비교할 때 비율과 수치가 모두 늘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노인이 됐으면서도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경제활동을 멈출 수 없는 노인층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더욱이 지난 2021년 기준 66세 이상 인구가운데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에 못미치는 노인 빈곤율은 37.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OECD 평균(13.1%)의 3배 가까운 수준이자 미국(23%), 일본(20%), 영국(15.5%) 등 주요국과 견줘 볼때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같은 노인빈곤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맡겨 두어선 안된다. 기초연금 비용증가 등 우리 사회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적 고려를 통한 사회적 안전망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고령자의 공공신탁 사업모델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고 사업 추진전략을 살피는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고령자 공공신탁 제도는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재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 대해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로서 재산 관리를 대신하는 제도다. 앞으로 어떤 용역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노인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유의미한 접근이라고 판단된다. 생노병사의 과정은 인간이면 피해 갈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현재가 아닌 먼 미래라는 안일한 인식에 빠져 있다면 노인빈곤 문제는 해결 난망이다. 노년의 삶이 행복해야 인생이 정말로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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