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2014.12.22 18:18:08

네스카페 커피를 생산하는 롯데네슬레코리아가 시끄럽다. 벌써 6개월째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그해 임단협은 9월과 10월 사이에 끝나기 마련인데, 롯데네슬레코리아 청주공장만이 청주산업단지 내에서 유일하게 협상 테이블을 물리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에 따른 갈등이다. 지난해 12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한 급여를 7월분부터 지급하라는 게 노조 측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고용노동부도 노조 측의 주장을 정당하다고 판단, 사측에 2차례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사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노조는 결국 시정명령 기한이 지난 22일, 사측의 노동법 위반 행위를 검찰에 송치하라는 집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사정당국의 조사로까지 번지게 된 셈이다.

물론 노조의 요구는 노동법과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당한 권리 행사다. 그런데 사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롯데네슬레코리아의 전신인 한국네슬레는 지난 3년간 5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지난 6월 롯데푸드와의 합작회사로 재출범했다. 이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총력을 가했으나 올해 역시 200억원가량의 적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롯데네슬레 청주공장의 한 임원은 취재진에게 이런 말을 했다. "돈만 있으면 상여금이든 뭐든 못해주겠냐. 옆집하고 뒷집은 사정이 좋아 학원도 보내주고 어학연수도 보내주는데, 형편이 안 좋아 그러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떻겠느냐."

네스카페, 핫쵸코 등으로 시장 점유율 6.8%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제품의 전량을 청주공장에서 생산한다. 국내 마켓시장을 극복하기 위해선 수출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지난 11월부터 이어져온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 투쟁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측의 적자 구조. 그리고 노조의 정당한 권리 요구.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지 참 풀기가 어렵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해묵은 과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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