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화분 소묘

2024.04.16 13:22:19

화분 소묘
       김창식
       충북소설가협회 회장



소임을 다하지 못한 화분이
깐깐한 사월 뜨락에 버려졌다.

이파리 잡아주던 바람 한 가닥
숙명을 묵도하며
저만치서 애틋하니 기웃거린다.

살아 있던 날들의
촘촘한 그리움이 볕 좋은 한낮
내리쪼이는 수척한 묵도로
헛헛함을 게우는 중이다.

긴 겨울 다부지게 부둥켜안던
흔적의 혼을 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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