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고욤나무 풍장風葬에 들다

2018.12.13 19:29:05

고욤나무 풍장風葬에 들다

                     정연덕
                     충북시인협회 고문

그 옛날 5대 조부께서 심었다는
수백 년 살아온 모습 또 다른 얼굴로
자리를 지키던 고염나무 풍장에 들다

아무 미련 없이 몸을 풀어헤치고
바람 끝에 옷 한 벌 없이 나서나

텅 빈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그 모습은 산 너울 건너온 자태로
갈림길이 어디인가 알 수가 없네

이빨 빠진 입을 벌리고서 이빨 사이에
낀 태양을 훌훌 털고 세월의 말기를 접나

바람에 와르르 무너져 내려
쥐똥나무 숲길 나와 겨울 강을 건너

나 함께 땅을 지키며 웃음을 나누고
때로는 슬픔도 함께 새기며 지켰던

허물어진 집터 텃밭머리에서
우리들 돌아오길 기다리며 버틴
그 많은 사연들 무너져 내리고 있다

낡고 마른 가슴 어디 두고
바람 불고 하늘 흐린 날 떠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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