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행정수도 개헌안 '혹시나'가 '역시나'

정부 발표 안에서 '헌법 명시' 아닌 '법률 위임'
세종시 "일단 환영하지만 갈등과 논란 우려돼"
'지방세 조례주의' 등 자치 분야는 매우 파격적

2018.03.21 18:06:50

정부가 마련한 개헌안에 '세종시 행정수도'가 직접 명시되지 않고 법률로 위임되도록 한 데 대해 세종시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야경이다.

ⓒ행복도시건설청
[충북일보=세종]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세종 행정수도'가 정부 개헌안에 명시되기를 기대했던 세종시민과 대다수 충청권 주민의 기대는 무산됐다.

헌법보다 지속 가능성이 낮은 하위 '법률'에 위임,국회에서 해결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세종시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도 우려를 나타냈다.

◇지자체 스스로 지방세 신설도 가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날 발표한 개헌안 2차 브리핑에서 지방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내용은 '지방자치'와 '수도(首都)조항'이다.

우선 지방자치 분야에서는 매우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조 수석은 "지방 없이는 수도권도,서울도 없다"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권한 강화 △주민참여 확대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신속한 시행 등 3가지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우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바꾸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조 수석은 "중앙과 지방이 종속적·수직적이 아닌, 독자적·수평적 관계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입법·재정권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지자체들은 '상위법에 정해진 범위'에서만 조례(지방법)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는 조례 제정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즉, 입법 규제를 '포지티브(positive)'에서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변경, 허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기준에서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 지자체들이 스스로 새로운 세목을 만들 수도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조 수석은 "다만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법률의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주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의 자율성 확대로 인해 지역 간 재정 격차가 커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지자체 사이의 재정을 조정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중앙과 지방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시·도지사가 참가하는 '국가자치분권회의(제2국무회의)'를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장관들이 참가하는 국무회의와 위상이 같은 이 회의는 대통령이 의장, 국무총리가 부의장을 맡는다.

◇'세종 행정수도' 반대파들 주장과 비슷

수도에 대해 조 수석은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총강에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헌법이 아닌 법률로 정하도록 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가기능 분산이나 정부부처 등의 재배치 필요도 있고, 나아가 수도 이전의 필요도 대두될 수 있으므로"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헌법자문위원회가 최근 온라인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할 때 '세종 행정수도' 반대파들이 주장한 논리와 거의 일치한다.

남북통일 등 국가 상황 변화에 대비, 헌법에 수도 규정을 못박지는 말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권과 다수당의 변화에 따라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데다, 소모적 정쟁과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법률 위임' 방식은 매우 절망적"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시도 "정부가 수도 이전을 재추진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환영한다"며 "다만 수도에 관한 규정을 법률로 넣는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과 논란이 빚어질 수 있고, 법률은 헌법보다 개정이 용이해 정치적 상황에 따라 행정수도 규정이 바뀔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 / 최준호 기자 choijh5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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