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설화, 왜 충북에 유독 많을까

2016.08.23 15:10:08

조혁연 객원 대기자

[충북일보] 돈이나 재물을 쓰는데 매우 인색을 사람을 가리켜 '자린고비'라고 한다. 그런 자린고비는 설화나 전래동화에 매우 다양한 행태로 등장한다.

먼저 '생선 매달고 쳐다보기'는 반찬값을 아끼려고 하는 행동이고, '파리 쫓아가기'는 파리 몸에 묻은 된장과 간장을 되찾으려는 동작이다. 또 '부채를 펴 들고 목을 움직이기'는 부채를 아끼려고 하는 모습이고, '생선 비늘 묻혀서 국끓이기' 역시 생선 살 돈을 아끼려고 하는 동작이다.

이밖에 '무장아찌를 아주 잘게 썰거나 통째로 상에 놓기'는 무장아찌를 먹지 못하게 하려는 모습이고, '엉덩이나 주먹으로 떡 찧기'는 절구와 절굿공이에 떡이 묻는 것이 아까워서 하는 행동이다.

이 가운데 일반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생선 매달고 천장 쳐다보기'다. 몇 년전 TV 전파를 타면서 자린고비의 전형적인 행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국문학자들은 자린고비의 어원을 다소 다르고 풀고 있다. '겨른고비' → '저른고비' 혹은 '자른고비' →'자린고비' 순으로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뒷말 '고비'는 한자 '죽은 아비 考(고)'와 '죽은 어미 비(女+比)에서 온 말로 본다. 그리고 앞말 '자린'은 제사나 차례 때의 지방(紙榜)을 너무 오래 사용해 반질반질 해진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문학자들에 따르면 자린고비 설화나 동화는 전국적으로 40여개 존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명의 출처를 밝힌 자빈고비 이야기는 충주 15개, 진주 3개, 해주·청주 각 2개, 음성 1개 등이다. 이중 음성지역 자린고비 내용은 정통에 가까운 편이다.

'음성의 자린고비는 절약하여 재산을 많이 모았으나 쌀을 아끼기 위해 매일 죽을 쑤어 먹었다. 그는 조기 한 마리가 생기면 천장에다 매달고, 그거 한 번 쳐다보고 밥 한 번 떠먹고, 죽 한 번 떠먹으며 살았다.'-<박종익의 한국 구전설화집 15>

충주 '자리꼽재기' 즉 자린고비 설화는 생선장수와 아이들이 등장하는 점 등은 다소 다르나, 천장 쳐다보기 등은 비슷한 구도다.

'충주 자리꼽재기가 마당을 쓸고 있는데, 생선 장수가 조기 큰 것 한 마리를 던졌다. 그는 '밥도둑'이 왔다고 하면서 이것을 천장에 매달아 놓고 한 숟갈 떠먹고 한 번만 보라고 하였다. 아이들이 여러 번 쳐다보면 물을 켠다고 많이 보지 말라고 꾸중하였다.'-<최운식의 한국의 민담1>

또 다른 설화에는 청주의 노인이 충주 자린고비에게 "너무 짜게 살지 말라"며 충고하는 내용까지 등장한다. 충고에 사용된 비장의 카드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였다.

'청주에 사는 노인 몇 사람이 충주 자리꼽재기를 놀려 먹으려고 집으로 찾아갔다. 노인들은 그를 만나자마자 일제히 슬피 울었다. 그가 왜 우느냐고 하니, 오는 길에 상여를 보았는데, 공수래공수거 하는 인생이 허망하여 운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자리꼽재기는 노인들을 후히 대접하면서 며칠을 묵게 하고, 갈 때에는 노자까지 주었다.'-<〃>

음성군 금왕읍 삼봉리에 위치하고 있는 '자린고비 조륵선생 유래비'.

자린고비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잘 고증되지 않는다. 그러나 음성 금왕의 한양조씨 문중은 선조 조륵 선생이 자린고비의 조선시대 주인공이라며 금왕읍 삼봉리에 자린고비 유래비를 세운 바 있다.

충주시 신니면 대화리 화치마을에는 조륵선생의 묘비도 위치하고 있다. 음성 금왕은 구한말까지 음성이 아닌 충주목에 속해 있었다.

/ 충북대학교 사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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