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장애인식 개선 교육 강의를 하는 강사로서 오늘 놀라운 일이 있었다. 한국 장애인 고용공단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포털사이트에서 1천 회를 넘어 1천5회째 라는 소식을 들었다. 폭풍검색으로 찾았다며 초대해 주신 기관,기업 교육담당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법정 의무교육으로 2018년 5월 29일 법제화가 된 후 집합교육,원격교육,체험교육의 형태로 실시 할 수 있다고 명시 되어 있다. 자체교육도 가능하다. 사업주 및 내부 직원이 직접 교육을 실시도 무방하다. 단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주가 자체교육시는 공단의 사내강사 양성 과정 수료자가 교육을 실시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장관이 지정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기관에 위탁하여 교육을 실시 할 수도 있다. 강사 지원 사업을 통해 무료강사 초빙하여 실시하는 경우도 있음을 참고로 언급한다. 사업장(사업자 등록 기준)별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300인 미만 일 때 지원이 가능하다. 연1회 1시간 이상 지켜야 한다.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교육의무란 사업주는 장애인에 대한 직장 내 편견을 제거함으로써 장애인 근로자의 채용이 확대 될 수 있도록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교육을 실시 하여
캐나다에서 3년간 학업을 마친 딸은 서양인의 몸매를 닮은 채 공항에 도착했다. 아마도 음식 탓인 것 같았다. 귀국한 지 5일 만에 서울 서초동에 있는 S그룹에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딸은 귀국하기 전 메일로 입사원서를 여러 곳에 넣고 왔다고 했다. 딸이니 주거가 문제가 되었다. 사무실 반경 4㎞ 이내 집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파트가 나왔는데 딸애가 혼자 쓰기에는 넓다 싶어 서울에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니는 삼 남매를 같이 살게 해주었다. 딸은 직장에서 건실하고 미래가 밝은 남자를 만났다. 사위는 카이스트에 근무 중 딸이 근무하는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둘이 인연을 맺었다. 아이 둘을 돌보면서 5년 후 커피에 관한 공부를 하던 딸이 심사위원이 되었다며 전화하는 목소리에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위는 연구실 책임이사였는데 딸과 함께 사업을 하겠다며 합류했다. 나는 딸이 운영했던 목욕탕을 리모델링하여 N88 카페와 N88 바리스타 학원을 만들어 딸이 사업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주었다. 이제는 카페와 학원이 모두 자리를 잡았는데 나는 사위한테 지나가는 말로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기업 임원이었던 때와 지금 카페를 운영하는 것 중 행복지수를 따진다면
다섯 살 무렵이었다. 어느 가을날 외가 뒷산엘 큰 이모를 따라 오를 때였다. 마침 바람에 나무 가지가 흔들리자 모과 한 개가 '툭'하며 떨어졌다. 그 때 앞서 가던 이모는 땅에 떨어진 모과를 줍더니, "너도 한번 이 냄새 맡아볼래?"라며 모과를 코앞에 내민다. 그 말에 모과에 코를 대봤다. 당시 모과 내음이 매우 향긋했다. 모과의 그 향에 반한 나머지 나뭇가지에 매달린 모과를 따달라고 이모한테 조르기까지 했다. 이 말에 이모가 모과나무를 흔들자 모과가 땅에 떨어졌다. 그것을 갖고 온 이모는 잠자는 내 머리맡에 놓아 주었다. 당시 어머니는 집안 일로 필자를 외가에 맡긴 채 여러 날 째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와 분리됐다는 불안감 때문인가 보다. 밤에 잠을 잘 때도 잠을 못 이룬 채 보채고 칭얼대곤 했다. 하지만 모과가 머리맡에 놓인 후론, 마치 어머니 살 내음을 맡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서인지 밤잠을 잘 이루었다. 그동안 따뜻했던 햇살이 점점 옅어지는 이즈막, 집 앞 호숫가를 산책하노라면 지난 가을 기억이 새롭다. 따사로운 한낮 가을 햇살 아래 누렇게 익어가는 모과며 붉은 감이 마음을 한껏 풍요롭
공직 3년차가 됐다. 스스로를 신규라 부르기도, 남에게 신규라 불리기도 애매한 경력이지만 하루하루 차곡이 공직자로서의 시간을 쌓아 왔다. 덕분에 인사발령문에 또렷하게 인쇄된 임용일자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이켜 볼 여유가 생겼다. 보건직이라는 특수성 덕에 동기보다 이르게 일을 시작하게 됐지만 예상과 달리 홀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에, 그것도 민원실의 얼굴인 주민등록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허둥지둥 민원대에 앉아 어디에 쓰일지도 모를 권한을 신청하고, 마치 기다리고 있었단 듯 줄지어 대기 중인 민원을 서툴게나마 하나씩 처리했다. 녹록치는 않았다. 악성 민원인들의 격앙된 목소리에 식은땀을 흘리며 보내길 여러 날. 이제는 유독 집요한 민원인의 살해 협박에도 담담해졌을 때 보건소로 발령을 받았다. 보건직이었던 나는 '이제 있어야 할 곳으로 가는구나' 싶었다. 비록 당시 보건소는 코로나19 방역업무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9급의 호기에 어떤 것도 무섭지 않았다. 그리고 그 호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새벽에 출근해서 다음 날 새벽에 퇴근하는 삶이 지속됐다. 마음 편히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여유는 사치였고, 김밥 한 줄을 손에 쥐
계절이 또 옷을 갈아입고 있다. 조석으로 불어오는 생경한 바람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옷장 정리를 한다. 반 팔은 깊숙한 곳에, 긴 팔은 손이 닿기 편안한 곳에 놓는다. 주말엔 내복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스카프를 정리한다. 분홍색 바탕에 기하학적인 무늬가 있는 스카프, 파란색 바탕에 꽃무늬가 그려진 스카프, 갈색 바탕에 검은 체크무늬가 수 놓여진 스카프, 초록색 민무늬 스카프…. 언제 이렇게 사 모았는지, 참 많이도 그러모았다. 세월이 쌓인다는 건 냄새가 쌓이는 것이라는데, 나에겐 어떤 냄새가 날까. 하늘거리는 스카프 속에서 내가 쌓은 욕심의 냄새가 스멀스멀 기어 나올 것 같아 멈칫한다. 물방울 스카프를 들고 냄새를 맡아 본다. 점·점·점 물방울 떨어진 자리 서릿발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하얀 날 장롱에 곱게 넣어둔 스카프를 꺼낸다 둘·둘·둘 감으면 파도 소리 목에 걸린다 폭풍이 밀려와 당신을 삼킨 새벽 바다의 고함을 뚫고 파도가 건넨 스카프 감는 건 사람의 체온을 데우는 일 사랑은 파도에 유영하듯 풀어주는 것 찬바람 일렁거리고 당신이 밀려오고 감기 위해 풀어야 했던 당신의 스카프 서리 내려 감기는 지금은 초겨울 저절로 스카프 감는…
윤리철학자 레비나스(Emmanuel Levinas)는 환대(Hospitality)란 "나의 삶의 테두리 밖에 있는 타자의 호소에 응답하여 타자를 나의 삶의 공간으로 맞아들이는" 행위라고 정의하였다. 이것을 다시 풀어쓰면 "환대란 외부인을 우리의 사회구성원, 혹은 가족구성원으로 받아드리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환대의 라틴어 어원을 보면 손님과 적을 동시에 가리키고 있어 사회구성원의 이방인에 대한 인식에 따라 환대, 혹은 적대 및 배제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어떤 사회가 환대와 배제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는가에 따라 외부인에 대한 태도는 달라진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Lake Park Renaissance)는 민선 8기 충북의 대표 공약이다. 충북이 가지고 있었지만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자원들을 재생하여 충북을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건설하자는 담대한 비전이다. 757개의 호수와 남한강과 금강의 본류와 지천, 백두대간을 축으로 하는 수려한 산들, 그리고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문화자산 등을 감춰진 보배로 인식하여, 이러한 자원들을 재생하겠다는 거대 담론의 성격을 가진다. 과거에는 이것을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이해하였으나, 이제
전화를 걸 시간이다. 어김없이 오후 다섯 시 무렵이면 어머니께 전화를 건다. 안부를 묻고 하루의 안녕에 감사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들리는 음성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밝고 힘이 있는 날에는 나도 덩달아 마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다. 한편 기운이 없고 낮은 음성의 어머니 목소리를 듣는 날에는 종일 마음이 무겁고 어깨도 축 늘어져 하는 일도 즐겁지가 않다. 그런 날에는 애써 즐거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나도 모르게 더 수다스러워지곤 한다. 부쩍 요즘 들어 어머니와 통화 시간이 더 길고 다정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에 나들이를 다녀오면서 새로운 추억이 생겼고, 뭔가 공감하며 나눌 이야기가 옹달샘에 물이 고이듯, 하면 할수록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지난 주에 어머니를 모시고 경기도 여주에 있는 이모님 댁에 다녀왔다. 집에서 출발하여 1시간 좀 넘게 걸리는 일정이었지만 매우 특별한 여정이었다. 아혼을 바라보는 연세의 어머니는 몸이 많이 불편하시다. 등은 굽고 허리와 무릎 관절의 이상으로 걸음을 자유롭게 걷질 못해서 지팡이에 의지해 집안에서만 겨우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병원에 갈 때 외에는 나들
# 베히레, 800년간 프라이부르크 도심을 지키다 베히레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내를 휘감고 흐르는 실개천이다. 1200년대 프라이부르크는 길 양편으로 15㎞에 달하는 인공수로를 만들었다. 대로에서는 1.5m, 골목길에서는 20㎝ 폭으로 좁게 흐른다. 화재를 막고, 가축에 물을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조성되어 아무 무늬도, 장식도 없다. 다만 라인강에서 가져온 돌이 바닥에 돌출되어 다양한 물살을 만들고, 다양한 소리를 만든다. 원형 그대로 보존되었을 뿐인데, 이제는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베히레는 서울의 청계천 복원 이후 도시마다 경쟁적으로 도입한 도심 내 인공 실개천의 원형이다. # 청계천, 생태도시의 꿈을 안고 흐르다 청계천은 47년 어둠 속에 갇혀 있다가 복원됐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며 10.84㎞를 흐른다. 청계천 복원공사는 2003년과 2005년 서울 시민이 뽑은 서울시 뉴스 1위에 올랐다.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만 150만 명이 참여했고, 지금도 하루 10만여 명이 찾는다. '새로운 강북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도심의 산책로이자 휴식공간으로, 데이트 장소로, 관광명소로, 전 세계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커피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고통 없이 변화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커피를 편하게 마시려고 할수록 그 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봉지를 뜯어 물에 타 마시는 '믹스커피'는 간편하지만 손수 커피를 갈아 성분을 추출하는 원두커피에 비해 몸에 유익하지 않음을 감수해야 한다. 설탕으로 인한 당뇨와 비만도 문제이지만, 식물성 기름을 고체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랜스지방 유해성 논란의 찜찜함'도 견뎌내야 한다. 버튼만 누르면 수십 초 만에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는 캡슐커피는 포장재 쓰레기 문제뿐 아니라 고압으로 쥐어 짜진 산패된 기름 성분이 몸으로 들어온다는 의심과 미세금속물질도 체내에 축적된다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캡슐커피 낱개 포장에는 생산일이나 유통일과 관련한 어떤 정보도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내가 마시는 커피가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고, 그로 인해 미세하게 분쇄된 커피가루가 얼마나 오랜 시간 캡슐안에서 산패된 지를 알지 못한 채 무심히 버튼을 누르는 장면은 사실 몸서리 쳐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캡슐커피를 마신 뒤 정기적인 혈액검사에서 금속물질의 수치가…
제주도 삼성혈에 대한 설명입니다. 삼성혈은 제주시 삼성로에 위치한 화산지형이자 탐라의 건국 신화와 관련된 문화재입니다. 꺼진 지반의 안쪽에 구멍 세 개가 움푹 파였는데, 이 구멍에서 제주의 시조이자 수호신인 양을나, 고을나, 부을나 삼신인(三神人)이 솟아났다고 전합니다. 여타 대륙계 건국 신화에 나오는 신화들과 달리 대지에서 탄생한 신이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얼마 전, 제주 방문 시 무심코 삼성혈의 근방을 지나다 과거 고교 시절 국사책에서 본 기억이 있어 들렀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제주를 방문했지만, 그 누구도 '가볼 만한 방문지'로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상에서도 두드러지게 추천되지 않고 있습니다. 텅 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서니 이끼 낀 아름드리 수목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좋이 50년은 넘겼을 수목들은 눈을 들어 둘러보는 곳 모두를 빽빽이 채운 채 유구한 세월을 묵묵히 견디며 역사적인 장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관람객은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발길 주는 제주의 관광지마다 잔뜩 들뜬 인파로 넘실거렸는데 그곳은 적막이 흘렀습니다. 삼성혈을 둘러보는 동안 여전히 관광객은 늘지 않더군요. 그런데 전시관으로 드니 일본어
아동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것은 아동의 기본권 보장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아동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학대로부터의 보호뿐 아니라 생존과 발달, 참여, 교육권 등의 실현을 말한다. 아동의 생존을 위협하고 아동의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은 무엇이든 제거되어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은 이렇게 생존에 필요한 도움뿐만 아니라 신체적, 지적, 사회적 발달을 위해서 타인의 관심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존재로 아이를 인식할 때 제대로 이루어진다. 아동학대와 관련되어 쏟아지는 대중매체의 보도와 각종 자료들은 대부분 아동학대가 얼마나 심각한지만을 다루지만, 아동학대 예방 교육이나 신고의무자 제도 시행 등으로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은 많이 높아져 있다. 2015년 1만9천214건이던 신고 건수가 2021년 5만3천932건으로 6년여 만에 181%가 증가한 것만 보아도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경각심이 생겨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고된 사례가 모두 아동학대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고가 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시그널로 보아야 한다. 아동학대신고가 증가하고 있어도 여전히 사각지대는 있다. 영아의 경우 집안
예전에는 은행이나 병원에서 번호표를 뽑고 '띵동~'하는 소리를 기다릴 때나 볼 수 있었던 기기가 요즘은 식당이나 카페, 주유소, 주차장 등에서 종종 마주하게 된다. 결재에서 포인트 적립까지 그 자리에서 스마트하게 이루어진다.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미 키오스크라고도 불리는 무인정보단말기가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무인정보단말기는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 사실 필자는 무인정보단말기가 보급되기 시작할 즈음에는 낯설어서 동행인을 앞세우거나, 매장 직원을 찾아 부탁하기도 했다. 얼마 후에 아내의 지속적인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직접 주문을 해보았던 날이 기억에 남아있다. 제대로 주문이 들어간 것인지 내심 불안해 했다. 그러나 로봇 선반에 음식이 담겨져 내 앞으로 도착 되고서야 '세상 참 좋아졌네' 라고 연신 감탄하며 스마트하게 주문한 첫 음식을 즐겼었다. 이제는 유명한 맛집에서 긴 줄을 서지 않아도 원하는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는 하이패스 이용도 가능해졌다. 이 얼마나 편리한 일인가? 하지만 이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 지점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이다.…
황금 들녘이 며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추수가 끝난 후라서 휑한 논바닥에는 공룡 알 모양의 흰 둥근 물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을 뿐이다. 고향 집 마당 가에 심어놓은 배추를 묶어야 할 볏짚을 찾아 나서보아도 구할 수가 없다. 궁금하여 옆집 아저씨에게 논바닥에 있는 거대한 공룡 알 모양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것은 볏짚을 발효시키기 위해서 비닐로 단단히 포장해 놓은 것이다. 그렇게 숙성된 사료는 숙성되지 않은 목초나 볏짚보다 훨씬 많은 영양분과 좋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소나 양 등의 가축에게는 최고의 먹잇감이라 한다. 그래서 볏짚을 축산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가서 귀한 물건이 되었다. 그러니 볏짚이 필요하면 추수하기 전에 미리 얘기할 걸 그랬다고 일러 주었다. 논농사를 지어 지천으로 쌓인 볏짚을 땔감으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을 줄은 미처 생각 못 했던 일이다. 생각해보면 볏짚의 활용도가 상당히 컸다고 생각된다. 볏짚을 작두로 썰어 가마솥에 넣고 푹푹 삶아 소 구시통에 넣어주면 맛나게 먹던 왕방울 소가 그립다. 외양간에 깔아준 볏짚은 소의 분뇨와 소의 발에 밟히고 섞여 모아두었다가 논과 밭의 밑거름이 되어 화학비료가 아닌 자
24년 1월 개원을 목표로 청주시정연구원(CHERI : Cheongju Research Institute)이 준비가 한창이다. 많은 시민의 관심 속에 출범하는 싱크탱크로서 시정 발전을 위한 비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청주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청주시의 질적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개발'을 미션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부권 중핵 도시로의 미래 가치를 구현하는 정책연구 플랫폼'을 구현하는 것으로 비전을 설정하였다. 핵심 가치는 성장, 혁신, 협치, 소통을,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시정을 선도하는 전략연구수행', '창조적인 연구역량 강화', '대내외 인적자원 활용 네트워크 강화', '참여와 이해 기반 조직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립하였다. 국가적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인구감소국가로 전환된 시점에서 민선 8기는 매우 중요한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상황에서 청주시정연구원은 많은 시민의 기대와 응원 속에 출범하게 된다. 11월 1일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인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년)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서 개최한 '2023 지방시대 엑스포'를 통해
미술사를 공부하며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작품에 심취한 적 있다. 뭉크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숨을 거두었다. 뒤이어 누나의 사망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여동생은 정신적 질환을 앓았으며 더불어 엄했던 아버지의 교육으로 어두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에 실패를 거듭했다. 세 명의 여성을 만났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작품 '흡혈귀'에서는 사랑했던 한 여인이 떠나가자 그 상처를 자신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로 그 여인을 묘사했다. 이렇듯 삶의 경험은 인간의 슬픔과 대해 고찰하며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하였으며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미술관 소장 '절규'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인터넷에서 이 작품을 패러디한 우스꽝스러운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다수가 '웃기다'는 반응이었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뭉크가 느꼈던 불안과 공포가 극에 달해 이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절박한 심정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원작을 살펴보자면 노을이 드리운 저녁, 검은 옷을 입은 두 명의 친구가 뒤에서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한 노숙인 A씨를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2월 추운 겨울이었다. 오근장동 하천 변에 움막을 짓고 사는 노숙인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받은 대로 현장에 가보니 정말 아저씨 한 명이 하천 변에 움막을 짓고 생활하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생활하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전기 하나 들어오지 않고 아궁이를 만들어 불을 피워 생활하고 있었다. A씨는 세상과 단절한 채 지내고 있어서 처음에는 방문한 우리와 대화를 거부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다가가니 점점 마음을 열고 속 사정을 말하였다. 오래전에 가족들과 단절하고 떠돌다가 이곳에서 몇 년째 움막을 짓고 살아오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당장 A씨의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막상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답답했다. 복지 서비스 지원을 위하여도 조건들과 시간이 필요했기에 최대한 빨리 지원하려고 이곳저곳 문의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또한, 행정복지센터에서 행정적으로 지원하기에는 한계도 있어서, 민간의 협조도 필요로 했다. 다행히 오근장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긴급 지원도 받아 가며, 병원진료 동행, 반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TV 드라마 《연인》이 방영 중이다.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 《연인》은 병자호란이 배경이고 5년 전 방영한 《미스타 션샤인》은 1900년 전·후 구한말이 배경이다. 《연인》은 병자호란 전·후 조선시대 두 남녀(장현과 길채)의 사랑과 백성의 고초를 그렸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면 무슨 일인들 못하랴! 장현은 온몸으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러나 마냥 두 남녀의 사랑에만 몰입할 수 없는 것이 청나라로 끌려온 조선 백성의 노예만도 못한 삶이 오버랩 되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청나라에 인질로 온 소현세자. 그는 조선에서 끌려온 인질을 매매하는 시장을 둘러보고 '저런 치욕을 당하고도 죽지도 않는다'고 화를 낸다. 이에 장현이 한 마디 한다. '왜 어떤 이의 치욕은 슬픔이고, 어떤 자의 치욕은 왜 죽어 마땅한 죄이옵니까?' 임금의 치욕보다 힘없는 여인의 치욕의 대가는 죽음이냐고 반문하는 데서 그저 가슴은 먹먹해진다. 《미스타 션샤인》은 겉보기엔 조선에 주둔한 미 해병 장교 '유진 초이'와 양반 가문 '고애신'의 연애를 다뤘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민족의 고난과 아픔을 그렸다. 극중 인물들은 사회가 준 고통으로 하나같이 과거 상처
충북예술인권리장전은 권리장전이라는 명칭을 수정하여 2013년 11월 18일 '충북예술인권리선언'으로 발표되었다. 본 선언식은 충북문화예술포럼 주도로 충북문화원연합회, 충북예총, 충북민예총 4개 단체 대표들의 공동 선언식이었으며 이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인 스스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몸소 실천 의지에 대한 선언이었다. '예술은 인간과 자연이 표현하는 진선미(眞善美)의 실체이며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인간에게 기쁨을 준다. 또한 예술은 예술가와 향유자 모두가 주체이고 주인인 인류의 제도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천부적으로 주어진 예술권(藝術權)을 누리면서 언제나 예술적 행복(藝術的 幸福)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로 시작되는 권리선언은 총 10가지의 충북 사회와 사회구성원의 의무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표현하고 활동하는 데에 따른 예술가들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정리되어있다. 2022년 9월 25일 시행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보다 10년 가까이 앞서 발표된 충북 지역 문화예술인 협력의 결과이다. 법에는 제3조(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제4조(예술인의 역할), 제5조(국가기관 등의 책무) 등과 함께 예술의 자유 침해 금지, 지원사업의 차별…
그리도 부지런하던 소리의 주인공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밤이던 달빛마저도 노래가 되던 풀벌레 소리였다. 하긴 푸르게 빛나던 풀과 나뭇잎들이 시르죽는 계절이니 가을벌레들도 무대를 떠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래서인지 밤이면 창문을 열고 귀를 기울이던 일들이 그립기만 하다. 어느새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옮겨가는가 보다. 이상하게도 이 계절이면 오헨리의 작품 가 생각난다. 가난한 화가 지망생 존시가 폐렴에 걸린 것도, 그녀가 침대에 누워 보던 옆 건물의 담쟁이가 잎을 떨구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다. 푸르게 담을 뒤덮은 담쟁이는 생명력의 화신이다. 그런 담쟁이가 가을이면 노랗고 빨갛게 온 벽을 물들이고 제일먼저 가을을 마감한다. 존시에게 담쟁이는 자신의 분신이었다. 하나 둘 떨어지는 잎들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는 것 같아, 폭풍우가 몰아치던 그 밤 존시는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다음날 아침을 맞는다. 그럼에도 벽에는 잎새 하나가 무섭던 그 밤을 지켜냈다. 존시의 생명을 붙들어 논 셈이다. 하지만 존시의 생명은 다른 누군가의 생명과 맞바꾼 일이었다. 이웃의 늙은 화가 베이먼씨는 존시를 위해 폭풍우가 불어오던 그 밤, 온 힘을 다해 마지막 잎새를 그녀
저는 일류라는 말에는 호감을 느끼고, 일등이라는 말에는 호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것은 일등이라는 말이 한 사람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패자가 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2등도 소용없습니다. 그야말로 승자독식이지요. 그에 비해 일류란 말은 비슷한 수준이면 복수도 가능하기 때문에 승자독식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저와 학교 동문인 오세용 박사가 주장한 말입니다. 그는 반도체분야의 전문가로 서울공대를 거쳐 세계제일의 공대라는 미국 MIT에서 국비장학생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적인 IT회사인 IBM에서 근무하다 귀국하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최고경영인으로 일을 했었습니다. 그가 2016년 저술한 '반도체 제조 일류화 경영'에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고경영인으로 일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통하여 회사를 세계 일류회사로 만드는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는 일등은 어떤 방면에서 첫째를 의미하므로 하나일 수밖에 없으나, 일류는 최고 수준을 의미하므로 다수가 될 수 있어 얼마든지 달성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청주가 일류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도시 규모로 보면 우리 청주가 서울과 같은 대도시와 비교가
우리가 원하는 수학여행은 무엇일까? 수학여행은 무엇을 위한 여행일까? 등을 고민하며 학생자치회의를 열었다. 수학여행 가는 아이들은 4, 5, 6학년 모두 21명이다. 학생자치회 대표가 아닌 전 학생이 모두 모여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공유하며 열띤 토의를 통해'서울에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담다'라는 수학여행 주제를 직접 결정했다. 수학여행을 계획하는 동안 아이들의 설렘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보고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수학여행이라는 교육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실감해보는 시간이었다. 또한 교과와 관련 있는 다양한 문화재와 역사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평소 가보기 힘든 서울을 심층적으로 탐구해 보며 서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수학여행에 앞서 수학여행 장소를 직접 선택한 아이들은 공동체 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칙, 자연 및 문화재 보호 등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아이들이 직접 생각하고 만든 멋진 수학여행 깃발과 미리 만든 학습지를 들고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가득한 수학여행이었다. 아이들은 서울 도심 속 으뜸 궁궐이라는 경복궁을 시작으로 청와대, 명동, 서대문형무소,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박물
우리나라 정당의 특징은 대체로 집권당은 무능하고 야당은 무책임하다.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그렇다. 바꿔 표현하자면 야당이었다가 집권당이 되면 무책임에다 무능까지 더해지고, 집권당이었다가 야당이 되면 무능에다 무책임까지 더해진다. 무능하고 무책임 한 것은 집권당이나 야당이나 거기서 거기지만 집권당이 되면 무능이 더 크게 드러나고, 야당이 되면 무책임으로 일관한다. *** 집권당은 무능, 야당은 무책임 집권당을 지지하든 야당을 지지하든 관계없이 집권당은 중요하고 집권당이 잘 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집권당이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서고 국민의 삶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야당 역시 집권당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야당의 역할을 책임성 있게 수행해야 집권당의 능력을 견인해 내며 여야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집권당과 야당은 평균점수 이하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지 오래되었는데 자신들만 이를 인정하지 않다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고 뒤늦게 놀라 어수선하다. 국민들이 집권당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모르면서 오만한 자세로 국민을 시험하더니 보궐선거 참패를 확인하고 나서야 깨닫는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
옥천읍 가풍리(加豊里)는 옥천읍에서 가장 아래쪽(남쪽)에 위치한다. 가풍리(加豊里)라는 지명의 한자 구성을 보면 '풍년이 더해지는 마을, 해마다 풍년이 드는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의미이니 농업이 근본이었던 농경사회에서는 참으로 좋은 의미를 가진 이름이라고 하겠다. 그러면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쳐서 이러한 좋은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을까? 가풍리(加豊里)는 원래 옥천군 군남면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가척리(加尺里), 옥풍리(玉豊里), 원각리(院覺里), 중삼리(中三里), 서당리(書堂里)의 각 일부를 병합하여 '가척(加尺)'과 '옥풍(玉豊)'의 이름을 따서 가풍리(加豊里)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 지역의 이러한 마을 이름들은 한자로 표기된 행정명들이므로 이러한 지명이 만들어지게 된 자연지명을 재구해 보아야만 그 뿌리를 찾아볼 수가 있을 것이다. 가척리(加尺里)란 가척동리(加尺洞里)라고도 기록되어 전하는데 이 지명은 '가재골'이라는 자연지명을 한자화하면서 '더할 가(加,) 자 척(尺)'으로 표기하여 '가척리(加尺里)'로, 또는 '마을 동(洞)'을 추가하여 '가척동리(加尺洞里)'가 되었다. 마을 뒤 송씨 문중 묘비에 가재동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일반인과는 다른 '도량(度量)'을 주문한다. 도량이란 무슨 말인가. 사전을 찾아보면 '사물을 너그럽게 용납하여 처리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라고 정의 하고 있다. 다른 뜻을 보면 '사물의 양을 헤아린다'고 했으며 '길이를 재는 자와 양을 재는 되'를 말하기도 한다. 불가에서는 '보살이 도를 이루는 장소'라고 했다. 흔히 사찰을 '도량(道場)' 혹은 도량처라고 하는데 '場'을 '량'으로 읽는 것이다. 불교에서 이상세계를 지칭하는 만다라도 도량처라 불린다. 도량에는 헤아릴 수 없는 빛 '무량광(無量光)'이 비추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일찍이 임진전쟁 때 의병을 일으켜 국가에 큰 공을 세운 사명대사가 즐겨 휘호한 것이 '무량광'이었다. 부처의 심오한 경지까지 추구한 완당 김정희도 아끼던 스님 초의선사에게 곧잘 이 휘호를 써 보냈다. 일반에서 바라 본 도량은 혹 불가의 '도량'에서 나온 생각인지도 모른다. 정치를 하는 자는 하늘같이 넓고 바다 같이 깊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고대 중국에서는 도량과 아량(雅量)을 같이 썼다. 세설신어(世說新語)란 고서는 고대 송나라 때 유의경(劉義慶)이 편찬한 책이다. 이 안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회의나 연수에 가보면 항상 앞자리는 비어있다. 강의자나 사회자의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앉고 싶어 하는 것은 주목받고 싶지 않은 사람의 본성인가 보다. 내가 참여자일 때는 어찌 됐든 구석에 앉고 싶어 했었다. 내가 회의나 연수를 주관하는 사람이 되니 마음이 달라졌다. 구멍이 뚫린 것처럼 텅 빈 앞자리들이 신경 쓰이고 어떻게 채워야 하나 고민이었다. 앞으로 당겨 달라고 부탁하면 몇몇 분은 자리를 이동해주기도 하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옮겨주기를 기대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이럴 땐 정말 난감했었다. 한 연구 결과에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앞에서 두세 번째 자리에 앉는다고 하니 학부모들은 내 자녀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내 자녀에게 그토록 바라는 일도 내 일이 되면 하지 않는다. 내 상황이 달라졌다고 모른 체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난 앞자리에 앉으려 노력한다.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주최한 사람이 더 앞으로 당겨주기를 요청하면 바로 옮겨주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얼마 전, 유치원 겸임원장 연수에 참여했다. 크게 늦지도 않았는데 남은 자리는 맨 앞자리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강사 코앞이라 졸기
[충북일보] "이렇게라도 나서야 60년 이상 가슴에 맺혀 있던 응어리가 풀릴 것 같아요." 해마다 4월이 오면 가슴에 맺혀 있는 한(恨)을 풀지 못해 몸살을 앓는 80대 어르신들이 있다. 1960년 청주공업고등학교 2학년 학생신분으로 4·19 학생혁명운동을 주도하고도 국가로부터 유공자 인정을 받지 못한 김태형(83·옥천읍), 김영한(82), 강건원(83), 곽한소(83), 이영일(82)씨가 그들이다. 김 씨 등은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 정문 앞에서 청주지역 고등학생 4·19 연합시위 공적재심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 자리에 곽한소 씨는 병환으로 입원 중이어서 참여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영일 씨가 낭독한 '4·19학생혁명운동 전국 3대 발원지 청주공고'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1960년 당시 청주공고 2학년생이던 우리들은 4월 3일 청주시 수동 213번지 김태형의 자취방에 모여 자유당 독재정권의 3·15 부정선거규탄 학생시위운동을 모의하고, 4월 13일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4월 16일, 4월 17일에도 시위를 벌였으며 4월 18일 청주지역 학생연합 시위운동에 참여했다"며 "4·18 청주지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속보=청주시와 시내버스 준공영제 참여업체, 노조위원회의 임금인상 논의가 오는 6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임금인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준공영제 협약사항을 개선하라고 청주시준공영제 관리위원회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준공영제 협약사항이 정하고 있는 임금체계에 대해 각계의 이야기를 듣고 변경을 검토하라는 취지다. 현재는 준공영제 시행협약서와 '청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 중 9조 16항에 '인건비 지원액은 공공기관 임금인상률의 ±20%를 초과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담겨있어 임금인상에는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권고안에 따라 준공영제 관리위원회는 자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론화를 위한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에 소속되는 위원들은 시에서 2명, 업체에서 2명, 노조에서 2명, 시의회에서 2명 등 모두 13명 정도로 구성된다. 이들은 청주지역 시내버스 운수종사자들의 노동환경 등을 조사하고 임금인상이 타당한 지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임금인상의 경우 시민들의 세금을 통해 지원되다보니 시민들에게 위 사안을 알리고, 의견을 청취하는 활동도 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지방노동
[충북일보] 송기섭 진천군수가 진천군 살림을 맡은 지 9년 차에 들어섰다. 3선 군수지만 '아직 진천을 위해 하고 싶은 게 많다'며 남다른 지역 사랑과 지역발전에 대한 사명감을 자랑하고 있다. 취임 8년과 민선 8기 반환 포인트를 목전에 둔 송기섭 군수를 만나 취임 당시 목표로 한 군정의 진행 상황과 평가, 남은 시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들어본다. ◇진천군수로서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는 게 숫자를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9만 명 진천군민의 선택을 받은 지난 2016년부터 개인보다는 지역의 발전과 군민의 삶을 우선순위에 두고 몰입하다 보니 정신없이 일만 했던 것 같다. 내가 판단한 작은 부분이 지역주민에게는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공직자의 시선에서 결정한 내용이 군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현장에 나가 군민과 대화를 나눠야 했으므로 항상 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철도와 인구, 경제 등 어느 지방정부보다 비약적인 성장을 군민, 군 공직자와 함께 이룰 수 있었고,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지난 8년간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