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맛있는 떡을 생각할 때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따뜻함이다. 갓 쪄낸 떡의 온기는 서늘한 계절과 어울린다. 하지만 더운 여름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떡이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떡과 다른 매력을 가진 모시떡이다. 따뜻할 때는 부드럽다가도 식으면 뻣뻣해지는 다른 떡과 달리 뜨거울 때보다 되려 더 쫄깃하고 담백하게 식는 것이 특징이다. 구매 후 이틀 동안은 실온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전자레인지나 찜 솥에 데워먹더라도 충분히 식혀서 먹으라는 친절한 안내문이 낯설다. 모시옷의 섬유 재료로 쓰일 만큼 섬유질이 풍부한 모싯잎으로 만드는 모시떡은 차가운 성질 덕분에 여름에도 편하게 즐길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사계절 사랑하는 떡이다. 청주 무심동로에서 11년째 모시떡을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는 모시떡카페(전 모시로) 김윤자 대표는 고향 영광에서 먹던 모시떡을 청주에 가지고 왔다. 평범한 카페 대신 자신만의 느낌을 담아 편안한 공간을 꾸리려는 목적에 적합한 특색있는 음식이었다. 20여 년 전 업무차 들른 다른 지역 강변 카페에서 느낀 감동이 계획의 시작이었다. 야생화가 가득한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과 나누는 차 한잔의 기억은 일상을 밝히는 쉼표가 됐다.
[충북일보] 빵과 빵 사이에 끼워진 두툼한 고기 패티가 핵심이다. 다진 소고기를 여러 번 치댄 뒤 뭉치고 눌러 구운 패티는 소금과 후추만으로 맛을 표현했다. 충분히 숙성한 고기 패티를 굽는 불의 온도와 시간, 적당한 뒤집기가 맛을 완성한다. 쫄깃하고 담백한 빵 사이에서 고소한 육즙이 적당히 머문다. 시행착오 끝에 자리 잡은 패티 조리법은 두 가지 부위의 소고기를 이재석 대표만의 비율로 섞어 답을 찾았다. 구운 양파와 토마토, 로메인 등이 소스와 함께 어우러진 두꺼운 버거를 양손으로 꾹 눌러 잡고 한입 가득 베어 문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새어 나온다. 브룩스버거는 직접 만든 빵과 패티, 소스로 수제버거를 만든다. 이곳에서 권하는 햄버거는 거칠고 자유로운 음식이다. 곳곳에 붙은 포스터 속 귀여운 캐릭터가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눈에도 푸짐해 보이는 따뜻한 수제버거를 입안 가득 채웠을 때 입술 양옆으로 묻어나는 달콤하거나 매콤한 브룩스 표 수제 소스까지 무심하게 손가락으로 쓱 닦아 입안으로 넣어야 제대로 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직장 생활 후 프랜차이즈 요식업을 몇 번 운영했던 재석 씨가 수제버거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어
[충북일보] 시선을 끄는 것은 쉽다. 알록달록한 색감, 귀여운 캐릭터 등 누구나 탄성을 지를 법한 디자인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음식에 적용될 때는 조금 어렵다. 아무리 예쁜 모양이어도 맛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저 한번 환호하고 끝나는 소모품에 불과해진다. SNS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어 눈길이 닿게 할 수는 있어도 솔직함으로 무장한 진짜 소비자들의 후기에는 맛에 대한 냉정한 평가까지 담기기 때문이다. 블레스롤의 디저트는 오랜 기간 누적된 고객들의 만족도와 리뷰가 하나의 증빙자료다. 빨강, 보라, 노랑, 파랑 등 총천연색으로 둥글게 말아 둔 무지갯빛 블레스롤을 비롯해 우유 크림으로 가득 채워진 점박이 무늬의 젖소롤, 하트나 별 모양, 프랑스 국기를 표현한 색상 등 처음 보는 사람은 누구나 눈이 번쩍 뜨일 예쁜 색감이 특색이다. 화려한 색상을 보고 약간의 의심을 품었다가도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미소가 퍼진다. 최근 블레스롤 지웰시티점의 문을 연 양서연 점주도 블레스롤 대전 본점의 오랜 단골이었다. 무지개색 아이스크림에 반해 아이들과 찾아가기를 여러 번, 몇 년을 단골로 꾸준히 찾았다. 점점 다양해지는 제품들과 특색있는 디자
[충북일보] "설탕이 생일을 축하해", "해피꼬질이데이", "콜라 첫돌" 등 케이크 위에 적힌 주인공 이름이 독특하다. 별명인가 싶다가도 모두 강아지 그림과 함께인 것이 의아하다. 이 케이크를 먹는 이들도 따로 있다. 예쁜 색깔의 크림으로 덮인 디자인과 모양은 일반적인 케이크같이 보이지만 반려동물의 기념할만한 날에 반려인들이 준비하는 강아지용 케이크다. 시트는 빵 대신 삶은 오리고기나 고구마와 쌀가루 등으로 대신하고 크림은 단호박, 자색고구마, 치자 가루 등에 두부와 치즈 등을 섞어 만든다.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색다른 간식에 환호하는 강아지를 위해 반려인들이 분주하다. 생일 외에도 어린이날이나 명절,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간식을 선물하고 싶은 날 이곳을 찾는다. 다양한 수제 간식이 아기자기한 모양으로 쪼꼬네 새참가게를 채우고 있다. 쿠키와 마들렌, 타르트, 테린 등 언뜻 봐서는 강아지 간식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과자류가 눈에 띈다. 함박스테이크, 짜장면과 치킨 등 사람이 먹는 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구현한 음식은 특식을 먹는 강아지보다 평소 같은 것을 나눠 먹고 싶었던 주인들에게 더 큰 기쁨이다. 요리학원에 다니며 아르바이트처럼 시작한 강사 생활에 이어…
[충북일보] 비케케는 동티모르의 도시다. '비케케선셋'이 생소한 나라의 도시 이름에 선셋을 붙인 건 그 나라, 그 도시에서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던 따뜻한 기억을 손님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서였다. 청주 성안길에 있는 브런치펍 비케케선셋의 이상선 대표는 다소 이색적인 경력을 가졌다. 상선씨는 친구들이 운동과 공부 등 자신의 재능을 찾아갈 무렵 요리를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도 없이 뚝딱뚝딱 음식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었고 재미를 좇아 시작한 음식 덕에 일찌감치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기특한 중학생이 됐다. 취미를 재능으로 만든 상선씨를 눈 여겨보던 선생님의 권유로 고등학교 진학부터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염두에 두고 조리과를 선택했다. 각종 대회를 출전하고 수상하며 자연스레 대학까지 전공이 이어졌고 전국 각지의 요리 대회를 찾아다녀 군에 입대할 때 즈음에는 50개가 넘는 수상 경력이 쌓였다. 특기를 인정받아 군대에서도 요리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여러 행사 등을 주관하며 더 많은 식재료를 다뤄보고 다양한 입맛을 가진 이들을 상대했다. 제대 후에도 색다른 기회는 이어졌다. 캘리포니아와 동티모르 등 해외 대사관저 요리사로 일하며 다른 나라의 식재료와 여러 국적의
[충북일보] 간판을 본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간판 아래 유리 너머로 비치는 내부를 들여다보게 된다. 간결하게 쓰인 한문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짙은 초록색으로 쓰인 무감각제과점(無感覺製菓店)이라는 글자에 흥미가 돋는다. '무감각'은 아무 감각이 없다는 의미의 명사다. 주변 상황이나 사람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자로 표현한 무감각이라는 글씨가 그 자체로 감각적이다. 없을 무(無) 뒤에 찍힌 작은 쉼표 하나가 무감각에 감각을 더했다. 작은 테이블 몇 개가 놓인 내부에 들어서면 버터향이 먼저 반긴다. 먹음직스러운 샘플 뒤로 곱게 포장된 4가지 종류의 마들렌과 5가지 종류의 휘낭시에가 구운과자 전문점의 존재를 알린다. 학창 시절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들어선 카페의 분위기에 끌려 차츰 커피의 매력을 알게 된 임동훈 대표는 군 제대 후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커피와 일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 하기도 하고 로스팅 회사 등에 몸담기도 했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은 물론 즐기는 사람들과 호흡하는 일도 즐거웠다. 커피를 좀 더 즐겁게 마시기 위해 취미로 배웠던 베이킹도 적성에 맞았다. 학창시절 등한시 했던 숫자들이 손끝에서 재
[충북일보] 장미, 동백, 벚꽃, 토끼풀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익숙한 꽃부터 양귀비, 작약, 히아신스, 거베라 등 자주 볼 수 없던 꽃도 계절과 상관없이 활짝 피었다. 떡케이크 위에 소담스럽게 피어난 꽃들은 각각의 향기 대신 달콤한 앙금의 맛을 머금었다.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떡케이크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여러 개의 떡을 쌓아 모양만 케이크처럼 만든 떡케이크도 있지만, 모양을 포기하지 않은 소비자들 덕에 다양한 디자인의 떡케이크도 시장에 나왔다. 앙금플라워케이크가 등장한 뒤에는 오히려 기존 케이크보다 훨씬 화려한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백앙금에 색을 더해 손끝으로 짜내는 꽃은 만드는 사람의 감각에 따라 색과 모양이 달라져 무궁무진한 표현이 가능하다. 지난해 용정동에 문을 연 이슬기 대표의 아뜰리에듀이의 앙금플라워케이크는 색다르다. 알록달록한 꽃을 크고 풍성하게 표현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색감이 어우러지는 조화로움에 초점을 맞췄다. 앙금플라워케이크를 받는 사람은 연령대가 있더라도 선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0~30대라는 것에 착안했다. 받는 사람은 물론 주는 사람이 먼저 선택하고 만족할 수 있는 세련된 디자
[충북일보] 갓 지은 밥 먹기가 쉽지 않다. 밥 먹는 시간 맞추기도 어려운 가족 구성원이 매끼 새로 밥을 해 먹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고 즉석밥이나 냉동 밥 등 간편하게 한 끼 해결할 방법이 늘어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간혹 윤기가 흐르는 공깃밥도 있지만 대량으로 밥을 해 꾹꾹 눌러 담아 보온한 공깃밥이 뭉쳐져 숟가락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도 왕왕 있다.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많은 사람이 '집밥'의 이미지를 그리워하는 것은 밥을 차려주는 이의 따뜻함과 정성의 부재다. 사 먹는 음식에서도 집밥 같은 밥상을 찾는 것은 집에서 먹는 밥 그 자체보다는 정성이 담긴 밥상을 찾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용암동에 문을 연 솥밥집은 이름 그대로 솥에 한 밥을 내주는 솥밥집이다. 홍준기 대표가 초점을 맞춘 것은 따뜻하게 대접받는 듯한 한 상이다. 시대적 배경에 발맞춰 개인위생에도 신경 썼다. 개인 식판에 개인 식기로 타인과의 식사가 부담스럽지 않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밥에 그치지 않고 한 그릇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재료를 한 솥에 담았다. 전복, 꽃갈비, 장어 등 주문한 메뉴에 맞는 부재료가 함께 담긴 갓 지은 솥밥이 한 사람당 하나의…
[충북일보] 특별한 기념일에 형식적으로 촛불을 꽂아 부는 것에 그쳤던 케이크의 역할이 달라졌다. 케이크는 생일에 먹는 것이라는 공식도 깨진 지 오래다. 케이크는 가벼운 이벤트에도 부담 없이 함께 나누는 선물이 됐다. 혼자 먹어도 충분한 손바닥만 한 크기부터 여럿이 나누기에 충분한 크기까지 다양해진 크기가 선택의 폭을 넓혔다.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은 줄었다. 제과점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케이크도 다양해지고 시즌별로 다른 디자인을 내놓지만 그보다 조금 더 개인적인 케이크를 바라는 이들도 늘었다.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케이크 위에 그림과 글로 표현하기도 하고 선물 받는 사람의 상징적인 무언가를 케이크에 담기도 한다. 카드나 편지 대신 케이크에 직접 담긴 메시지는 화려한 시각적 자극으로 머릿속에 각인된다. 나만의 위해 제작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는 감동까지 남는다. 알오알오케이크의 SNS 계정에는 대략 450가지의 디자인이 올라와 있다. 종류별로 서너 가지씩 비슷한 케이크를 제작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1년 새 2천 개가 넘는 주문 케이크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어릴 적 봤던 공연에서 아름다운 선에 이끌려 한국무용을 전공한 김세희 대표는 코로나19로 정기
[충북일보] 손바닥보다 작은 접시에 톡톡, 화사한 색채의 가루가 쏟아진다. 분명히 무슨 색이라 말하기 어려운 오묘한 색의 구성이다. 흔히 알던 빨강이 아니라 홍매, 홍주, 양홍 등 낯선 이름이 붙었다. 미묘한 색감의 차이는 같이 붉으면서도 저마다 다른 느낌의 붉음이다. 덩어리진 가루를 개는 작업이 이어진다. 곱게 간 분채에 아교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흔히 알던 물감의 형태가 된다. 윤기를 머금은 재료는 다른 색과 섞여 새로운 색이 되기도 하고 그대로 한지 위에 얹히기도 한다. 화려한 색을 가진 탐스러운 꽃이나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호랑이, 여러 몸짓의 새 등이 표현된 이 그림들은 처음 본 이들도 어디서 본 듯한 친숙함을 느낀다. 예전에 실용을 목적으로 무명인이 그렸던 그림 '민화'다. 지난 3월 29일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민화 전시회가 열렸다. 한올 한올의 털끝이 표현된 호랑이 그림부터 색색의 꽃이 가득하거나 소나무와 학으로 채워진 병풍 등 35점의 작품이 다양한 민화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몇 번의 단체전을 거쳐 지난 3월 첫 민화 개인전을 연 양선희 작가는 미술교습소 '그림먹는여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미술 선생님이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충북일보] 손편지와 일기장, 가계부 등 자연스레 손으로 기록하던 것들이 특별한 콘텐츠가 됐다. 대부분이 스마트한 기기 하나쯤 품고 다니는 시대가 종이와 펜을 생략하게 했기 때문이다. 글씨를 써야겠다고 애써 마음먹지 않으면 이름 석 자 써볼 일도 별로 없다. 그나마 종종 하던 카드 결제 사인도 5만 원 이하 무서명으로 바뀌면서 줄어들었다. 쓰는 일이 적어진 만큼 필기구를 판매하는 곳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대규모 문구센터나 잡화점을 찾아야 한편에 마련된 펜류 등을 써볼 수 있다. 그런데도 꾸준히 필기구와 지류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직접 선을 그어 종이에 글씨를 남기는 이들은 끄적이는 행위 자체를 즐기기도 하고 종이 위에 남은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대단지 아파트와 거리가 먼 청주 흥덕구 운천동의 주택 골목에 그 욕구를 충족할만한 공간이 있다. 2020년 9월 연필가게로 시작해 볼펜과 지류와 몇몇 문구류 등으로 판매 목록을 확장한 11포인트다. 묵직한 목재로 만든 수많은 사각형이 벽을 채우지만 어쩐지 여백이 느껴지는 11포인트는 이 골목을 찾는 이들의 성향과 어울린다. 어떤 가게인지 모르고 이끌리듯 문을 열고 들어선 이들이 한껏 천천히…
[충북일보] 커피는 기호식품이다. 기호식품이란 필요한 영양소가 없어도 독특한 향이나 맛 따위를 즐기는 것에 중점을 둔다. 향과 맛에 대한 취향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수많은 커피 전문점이 계속 생기면서도 각각의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기호를 가진 이들이 그만큼 많은 덕이다. 청주 남이면 가마교차로 인근 도로에 인접한 카페에쏘(cafe so)는 김성진 대표의 커피 취향을 담았다. SO는 싱글오리진(single origin)의 약자다. 에티오피아 단일 품종 커피만을 취급하는 이곳의 커피는 산미를 강조한다. 가게 한편에서 볶아내는 로스팅 기계는 성진 씨의 선호도에 맞게 조절돼 원두의 상태에 따라 취향껏 색을 입힌다. 대학을 다니다 잠시 휴학하고 떠났던 캐나다 어학연수가 계기였다. 별다른 목적 없이 다른 나라 그 자체를 즐기며 젊음을 만끽하던 때 커피를 처음 만났다. 일상 속에 녹아든 그들의 커피를 습관처럼 마시다 보니 어느새 커피는 아침을 상쾌하게 깨우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 됐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커피가 궁금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카페 아르바이트에 열중했다. 무작정 이력서를 돌리다 연이 닿은 카페는 우연히도 캐나다에 본사를 둔…
[충북일보] 청주육거리시장의 어느 골목에서 손을 잡고 걷던 가족이 발길을 멈춘다. 이내 아이의 손을 놓은 아빠가 만두 앞에서 지갑을 꺼낸다. 뭘 또 먹냐며 타박하던 아내도 진열장을 가만히 보더니 메뉴를 고른다. 새우 꼬리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아이를 위한 새우만두까지 추가된다. 일부러 찾아온 단골들이 줄을 서는 시간이 아니라도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이 가게는 40년 가까이 이 골목을 지켜온 육거리 소문난만두다. 소문난만두는 이름 그대로 소문난 만두다. 3대째 운영했던 가게의 시간은 손님들에게 3대의 추억을 남겼다. 인근 은행에서 일하던 이지은 대표에게도 소문난만두는 퇴근길의 즐거움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만두에서 직접 빚는 만두가 된 과정은 복잡했지만 결국은 될 인연이었다. 남편의 친척이자 이웃사촌인 전 사장님이 가게를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를 남 얘기처럼 넘길 수 없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휴직과 복직을 거듭한 뒤 직장생활과 사업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터였다. 일단 청주지역의 유명 만둣집을 찾아다녔다. 이것 저것 고루 맛보고 난 뒤 남은 것은 소문난만두의 만두맛에 대한 확신이었다. 신중하게 고민을 거듭하면서 틈이 나는대로 만두집에
[충북일보] 통유리로 둘러싸인 2층 건물이 주변을 반영한다. 안에서만 밖이 내다보이는 낮과 어두움 사이로 안이 환하게 비치는 밤의 풍경이 이색적이다. 맑은 날의 해 질 녘과 비가 오는 날의 반여울도 색다르다. 카페가 위치한 곳의 옛 지명을 따서 반여울이라 이름 붙인 증평의 이 카페는 외관부터 멋스럽다. 가게 옆으로 보이는 논의 전경을 살짝 가리기 위해 적당한 높이로 쌓아 올린 벽돌이 그 자체로 예쁘다. 같은 벽돌로 만든 화단에 사계절 푸른 소나무를 조경수로 선택한 것도 인상적이다. 문을 열면 느껴지는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이예린 대표가 몇 개월을 고민하며 구상한 결과물이다. 1층에 들어서면 밝은 실내에 커다랗게 놓인 동그란 거울과 어울리는 원형 스피커, 은은한 조명과 깔끔한 메인 바가 어우러진다. 반려동물을 키우며 증평 지역에서는 함께 갈만한 실내가 없던 것에 아쉬움을 느꼈던 예린 씨는 반여울의 1층은 애견 동반이 가능하게 꾸몄다. 애견 가방을 놓기에 적당한 높이와 너비로 설계한 일체형 의자와 테이블 구조는 경험에서 비롯된 섬세한 배려다. 날이 좋을 때는 방석을 들고 마당의 소나무 옆으로 자리 잡는 손님도 많다. 입식 의자와 테이블이 설치된 2층에서는 주변
[충북일보] 손님들의 추억이 담긴 낙서로 빼곡한 벽이 조용한 가게에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는 듯하다. 아늑한 공간에 주인장의 취향이 담긴 노랫소리가 잔잔하게 퍼진다. 달이 바뀔 때마다 그때의 감상을 담은 시구 같은 문장이 색색의 도화지를 채운 채 인테리어가 됐다. 청주 운천동에서 만날 수 있는 한라산생삼겹살의 전경이다. 냉장고 속 줄지어 서 있는 음료와 주류에서부터 주인장의 성격이 드러난다. 라벨 하나 흐트러짐 없이 각을 맞췄다. 이 자리에서만 3년이 넘게 고기를 구워낸 불판과 테이블도 엊그제 들여온 양 깨끗하다. 미세한 끈적임이나 미끈거림도 찾아볼 수 없다. 바닥조차 고깃집의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은 음식점은 청결이라는 신조를 따른 결과다. 뜨거운 물에 세제를 풀거나 때로는 스팀으로, 때로는 알코올로 소독하는 청소 방법은 작은 가게를 씻어내는 데만 두 시간 이상 필요하지만 늘 첫 손님처럼 깨끗한 한 상을 받아볼 수 있게 한다. 종이에 일일이 담아둔 수저나 하나씩 올라오는 이쑤시개마저 다른 이의 손길과 겹치지 않게 하는 작은 배려다. 백승혁·심상님 대표는 대학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이었다. 수학을 전공한 이들은 졸업 후 각자 사회생활을 하다 수학 학원을…
[충북일보] 전면 유리 너머로 난로 근처에 모여앉은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무심한 듯 한껏 나른하게 몸을 굴리다가도 사람이 다가가면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친밀함을 내보인다. 메뉴를 준비하는 카운터와 고양이의 방 옆으로 창문이 뚫린 방에서는 커다란 스탠다드푸들이 한껏 목을 빼고 사람을 반기며 꼬리를 흔든다. 그야말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엔탈피는 열역학의 핵심 함수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윤진상 대표가 2명의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사업을 시작하면서 본질을 잊지 말자며 결연히 새긴 이름이다.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연료전지 등을 제조하는 사업으로 시작했으나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제품을 제조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인증과 판로 등을 고려할 때 승산이 없었다. 구입한 장비를 활용할 방안으로 나온 것이 나무에 사진이나 문구를 새길 수 있는 공방이었다. 레이저, CNC, 용접 등의 이론과 실습을 거친 이들에게 나무는 무른 재료이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담은 결과물이었다. 공간을 마련할 때 염두에 둔 것은 언제나 고양이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보호하게 된 고양이들이 어느새 6마
[충북일보] 점심시간이 지나면 카운터 테이블을 가득 채운 에스프레소 잔이 즐비하다. 거뭇해진 하얀 잔은 식후 가벼운 에스프레소 한잔의 즐거움을 털어 넣고 떠난 이들의 흔적이다. 트레몰로커피웍스는 깔끔 그 자체다. 이렇다 할 간판도 의자도 없는 외견부터 단출한 메뉴까지 군더더기 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코끝을 파고드는 짙은 커피 향만큼 짙은 파란색 타일 위에 길게 뻗은 스테인리스 테이블과 하얀색 원형 테이블 두 개가 전부다. 카페를 이야기 장소로 사용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머물 곳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장소일 수 있다. 테이블에 선 상태로 지인들과 약간의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사람도 있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 대부분은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다. 주문한 에스프레소가 나온 뒤 '홀짝'. 잘 마셨다는 인사와 함께 3분 이내로 나가는 손님도 많다. 이들의 목적은 온전히 커피다. 이규빈 대표가 기획한 가게의 이미지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이 대표는 고향인 청주로 내려와 커피 그 자체를 즐기러 오는 손님으로 채워진 가게를 그리며 2019년 11월 문을 열었다. 에스프레소 문화가 생소하던 청주에 용감하게 문을 연 첫 번째 스탠딩 에스프레
[충북일보] 묵직한 버터크림으로 작품이 만들어진다. 동그란 얼굴에 귀까지 볼록한 갈색 곰이 있는가하면 노란 계열에 빨간 연지를 찍고 부리와 벼슬까지 표현한 닭 모양도 있다. 때로는 모자를 쓴 강아지나 캐릭터의 얼굴도 작은 케이크 위를 장식한다. 시즌에 따라 나오는 산타나 눈사람, 할로윈을 상징하는 디자인이나 학사모를 쓴 동물들도 탄성을 자아낸다. 한 손에 쥐어질 만큼 작은 컵케이크가 누구나 반할만한 귀여운 디자인으로 오밀조밀 늘어서 있다. 작지만 묵직하게 전해지는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가 다양한 맛으로 각각의 매력을 뽐내며 선택을 기다린다. 하나만 있어도 그 자체로 완전하지만, 여럿을 모으면 또 다른 조합으로 재미를 준다. 취향대로 골라 모은 컵케이크는 커다란 케이크를 먹기엔 부담스러울 때나 주위에 간단하게 마음을 표현할 예쁜 선물로도 제격이다. 청주 가경동 골목의 컵케이크 전문점 모일리는 길모퉁이에 자리 잡았다. 커다란 창문이 개방감을 더해 널찍한 실내가 더 넓어 보인다. 환한 실내가 아늑해 보이는 이유는 빛과 실내 장식이 주는 효과다. 정혜선 대표가 손수 꾸민 내부는 조명과 소품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낮에는 햇빛이, 저녁에는 조명이 공
[충북일보]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진열대에 놓여있다.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주는 샌드위치와 핫도그, 수제 햄버거도 준비된다. 쿠키와 브라우니 등 제과류를 포함해 30가지가 넘는 제품 구성은 여느 빵집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가경동 어느 한적한 골목의 평범한 동네빵집처럼 보이는 이곳에는 특별함이 묻어있다. 동네 아이들이나 지나던 주민들이 반갑게 말을 걸어오는 따뜻함에 더해 먼 곳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쉼 없이 이어진다. 비건스토리여누는 달걀과 우유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비건베이커리다.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주로 쓰지만 이 모든 재료의 제한은 맛의 한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모르고 먹으면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부드럽고 담백하다. 4년 전 문을 연 이곳은 아들 연우의 건강을 위한 엄마의 노력에서 시작된 하나의 이야기다. 분유를 먹고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부터 알게 된 아이의 체질은 엄마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어떤 재료에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면 그 음식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고른 영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늘 공부하고 수소문하며 아이에게 맞는 음식을 만들어 냈다. 달걀과 우유, 붉은 고기 등이 맞지 않았던 연우를 위해 수도권
[충북일보] 손바닥보다 작은 잔을 채운 검은 액체가 짙은 향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 입 머금으면 커피 본연의 씁쓸한 맛이 입 안을 감돈다. 주의를 기울이면 약간의 단맛과 풍미를 느낄 수도 있다. 적은 양으로 충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커피 에스프레소다.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고유의 씁쓸함과 향미를 즐기는 에스프레소 마니아도 분명 있다. 청주 운천동에서 2020년 문을 연 블랙에센스커피바는 에스프레소를 주메뉴로 내세웠다.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다른 커피 메뉴도 몇 가지 준비된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 소매는 물론 브루잉 커피도 판매한다. 다른 커피전문점과의 차이를 위해 고심한 결과다. 정구영 대표는 10년 넘게 커피를 공부하고 있는 커피 애호가다. 군 시절 우연히 접한 책 한 권에 커피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무언가에 홀린 듯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은 실행이 됐다. 가장 가깝게 배울 방법을 찾았다. 제대와 동시에 전공을 바꿔 호텔 제과 음료 학과로 편입했다. 커피와 제과 등을 배우며 판단이 옳았음을 느꼈다. 커피와 관련된 일로 경험을 다졌다. 안 해본 일에 대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충북일보] 가지만 남은 식물들 사이로 무언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보인다. 본연의 잎은 떨어졌지만 소원 카드가 그 자리를 채웠다. 카페를 찾아온 이들이 나무에 걸어두고 간 흔적이다. 갖가지 바람이 담긴 작은 나뭇조각이 추운 겨울 단풍잎을 대신한다. 소원이 걸린 단풍나무 외에도 수십 종의 식물로 꾸며진 작은 정원은 소원(小園) 카페의 상징이다. 계절마다 다른 꽃으로 색을 채운다. 카페를 설계하면서부터 함께 고민한 정원은 작지만 알차다. 아기자기하게 나눈 구획을 따라 잠시 산책하기도 좋다. 자신을 부르는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꽃은 카페 안에서도 훤히 내다보인다. 이병주 대표가 처음 접했던 카페 아르바이트로 시작된 카페에 대한 꿈은 그 공간의 어떤 점이 좋아서 찾아오는 손님들에 대한 감사였다. 맛이나 공간, 또는 사람을 따라 그곳을 찾아오는 손님을 보며 온전히 내가 꾸민 공간에 내 손님을 만들고 싶었다. 목표를 위해 군시절을 제외하고 꾸준히 일했다. 여러 카페와 베이커리 등에서 일하며 장단점을 파악했다. 다른 카페와 차별성을 위해 음료 제조는 물론 제과제빵을 배우고 익혔다. 북적이는 도심보다는 도심과 가까운 한적한 곳을 원했다. 여러 번 발품을 판 끝에…
[충북일보] '푸딩'은 익숙하지만 낯설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디저트이면서도 여느 디저트처럼 수제 전문점은 쉬이 보기 어려워서다. 달콤함과 부드러움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는 개개인의 기억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어딘가에서 식사의 마무리로 즐겼던 한 입, 기분 전환을 위해 일부러 찾아 먹었던 한 입의 추억이 확실하게 각인된 이들은 분명히 있다. 청주 사창동에 푸딩 전문점 스위트핏을 연 신용호 대표는 그 수요를 읽었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대중적인 디저트라기엔 조금 어려운 푸딩에 확신은 용호 씨의 이력에서 왔다. 이렇다 할 꿈이 없었던 학창시절 제과 제빵을 좋아하던 친구와 조금 더 놀기 위해 처음 들어선 학원에서 흥미를 찾았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수많은 것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신기했다. 호기심에 등록한 학원은 전공으로까지 이어졌다. 케이크를 만들고 빵과 과자를 굽는 것은 끝없는 배움이었다. 하나씩 성취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유명한 케이크 집과 개인 카페 등에서 실무를 접하며 기량을 닦았다. 정해진 레시피로 즉석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주방의 현실은 한계가 있었다. 몇 년간 같은 일을 하면서 정체되는
[충북일보] 갓 도축한 한돈의 몇몇 부위가 덩어리째 카페에 들어온다. 브런치 카페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쓸모에 따라 받은 고기는 주인장 손에서 세심한 손질과 숙성을 거친다. 며칠에 걸친 염장과 숙성이 끝나면 염도와 당도, 풍미와 익힌 정도를 모두 김영상 대표의 입맛에 꼭 맞춘 마느표 잠봉(jambon, 얇게 저민 햄)이 완성된다. 바게트와 잠봉, 뵈르(beurre, 버터), 소금만으로 맛을 낸 잠봉뵈르는 에끌레어 마느의 시그니처다. 직접 굽는 바게트의 바삭하고 시큼한 맛에 짭짤하고 촉촉하게 만든 잠봉, 고소한 버터와 소금 한꼬집이면 완성되는 단순한 맛이 오묘한 조합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에끌레어를 팔지 않는 에끌레어 마느의 이름도 묘하다. 취업이 잘되는 분야를 고민해 전공으로 선택했던 기계공학을 뒤로하고 갑자기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섰을 때 요리가 있었다. 요리를 풀어갈 배경을 대한민국으로 한정 짓지 않았기에 요리와 함께 배운 것은 영어다. 어느 정도 완성한 영어로 학원 강사와 요리를 병행할 수 있을 무렵 당시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유학을 떠났다. 원하던 나라로 가기 위한 비용을 벌기 위해 시작한 호주 생활은 다시 요리로 이어졌다. 요
[충북일보] 대학가는 변화가 빠르다. 매년 새로운 청년들이 유입되는 대학 인근의 골목은 어느 번화가보다 먼저 유행에 반응한다. 유행을 좇는 가게들이 문을 열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다. 시류에 민감한 젊은 층을 흡수하기 위해 골목의 색채는 수시로 변한다. 때로는 유행하는 메뉴로 채워진 식당과 술집이 한바탕 휩쓸기도 하고, 시끌벅적한 음악을 내세운 장소가 골목을 떠들썩하게 채우며 연일 길게 늘어선 대기열을 만들기도 했다. 수요가 보장된 몇몇 편의점과 식당을 제외한 업종은 한 자리를 오래 지키기 어렵다. 충북대 중문 골목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청주에서 손꼽히는 유흥가였지만 세월이 쌓인 가게는 얼마 남지 않았다. 수많은 젊은이가 각각의 추억을 만들고 떠난 이 골목에는 04학번부터 21학번까지 공통의 추억으로 새길 장소가 있다. 닭똥집과 삼치구이로 유명한 '너구리'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너구리라는 이름의 간판 아래 약간은 어두운 실내, 포장마차 같은 테이블과 의자, 10여 년 전 가수의 주류 포스터도 그대로다. 벽지처럼 겹겹이 굳어진 벽 위의 낙서에는 누군가의 그 날이 적혀있다. 어깨높이의 가벽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두루마리 화장지마저 그
[충북일보] 만두는 따뜻한 음식이다. 뜨겁게 먹어서가 아니라 '만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렇다. 찜기에서 하얗게 뿜어나오는 수증기나 도란도란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 모습이 함께 연상된다. 추울 때 생각나는 만둣국이나 비 올 때 찾는 지짐 만두도 온기로 가득하다. 십여 가지의 속 재료를 버무려 한 장의 작은 반죽 안에 밀어 넣고 예쁘게 닫은 모습도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한입에 느껴지는 다양한 재료의 향연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추억의 맛이다. 담백한 고기만두나 아삭하게 씹히는 김치만두는 선호도를 따지기 어려워 반반을 외치는 이들도 많다. 요식업을 생각해본 적 없던 노연희 대표가 선뜻 여니만두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먹어왔던 아버지의 만두 덕이다. 운영하던 식당에서 판매하던 메뉴 중 하나였던 만두는 집에서도 인기였다. 연례행사처럼 대량으로 만두를 빚는 것이 일상이었다. 굳이 명절이 아니어도 친척들이 함께 모여 만두를 빚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 앞에 하나 된 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김장하기 전 남은 묵은지를 처리할 때도, 가족들의 행사가 있을 때도 만두는 항상 모임의 주인공이었다. 수 백 개의 만두를 빚어도 지퍼백에 차곡차
[충북일보] "이렇게라도 나서야 60년 이상 가슴에 맺혀 있던 응어리가 풀릴 것 같아요." 해마다 4월이 오면 가슴에 맺혀 있는 한(恨)을 풀지 못해 몸살을 앓는 80대 어르신들이 있다. 1960년 청주공업고등학교 2학년 학생신분으로 4·19 학생혁명운동을 주도하고도 국가로부터 유공자 인정을 받지 못한 김태형(83·옥천읍), 김영한(82), 강건원(83), 곽한소(83), 이영일(82)씨가 그들이다. 김 씨 등은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 정문 앞에서 청주지역 고등학생 4·19 연합시위 공적재심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 자리에 곽한소 씨는 병환으로 입원 중이어서 참여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영일 씨가 낭독한 '4·19학생혁명운동 전국 3대 발원지 청주공고'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1960년 당시 청주공고 2학년생이던 우리들은 4월 3일 청주시 수동 213번지 김태형의 자취방에 모여 자유당 독재정권의 3·15 부정선거규탄 학생시위운동을 모의하고, 4월 13일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4월 16일, 4월 17일에도 시위를 벌였으며 4월 18일 청주지역 학생연합 시위운동에 참여했다"며 "4·18 청주지역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속보=청주시와 시내버스 준공영제 참여업체, 노조위원회의 임금인상 논의가 오는 6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임금인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준공영제 협약사항을 개선하라고 청주시준공영제 관리위원회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준공영제 협약사항이 정하고 있는 임금체계에 대해 각계의 이야기를 듣고 변경을 검토하라는 취지다. 현재는 준공영제 시행협약서와 '청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 중 9조 16항에 '인건비 지원액은 공공기관 임금인상률의 ±20%를 초과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담겨있어 임금인상에는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권고안에 따라 준공영제 관리위원회는 자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론화를 위한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에 소속되는 위원들은 시에서 2명, 업체에서 2명, 노조에서 2명, 시의회에서 2명 등 모두 13명 정도로 구성된다. 이들은 청주지역 시내버스 운수종사자들의 노동환경 등을 조사하고 임금인상이 타당한 지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임금인상의 경우 시민들의 세금을 통해 지원되다보니 시민들에게 위 사안을 알리고, 의견을 청취하는 활동도 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지방노동
[충북일보] 송기섭 진천군수가 진천군 살림을 맡은 지 9년 차에 들어섰다. 3선 군수지만 '아직 진천을 위해 하고 싶은 게 많다'며 남다른 지역 사랑과 지역발전에 대한 사명감을 자랑하고 있다. 취임 8년과 민선 8기 반환 포인트를 목전에 둔 송기섭 군수를 만나 취임 당시 목표로 한 군정의 진행 상황과 평가, 남은 시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들어본다. ◇진천군수로서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는 게 숫자를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9만 명 진천군민의 선택을 받은 지난 2016년부터 개인보다는 지역의 발전과 군민의 삶을 우선순위에 두고 몰입하다 보니 정신없이 일만 했던 것 같다. 내가 판단한 작은 부분이 지역주민에게는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공직자의 시선에서 결정한 내용이 군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현장에 나가 군민과 대화를 나눠야 했으므로 항상 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철도와 인구, 경제 등 어느 지방정부보다 비약적인 성장을 군민, 군 공직자와 함께 이룰 수 있었고,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지난 8년간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