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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아지트를 찾아서 - 서양화가 신용일

직지작가 고뇌 담긴 '예술 실험실'

  • 웹출고시간2009.08.30 18:19:5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주시 상당구 수동 좁은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도청 후문쯤 재미있는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한자로 '通通(통통)'이라 쓰여져 있는데 이곳은 '직지작가'로 알려진 신용일씨의 작업공간이다.

그는 지난 3월 '通通'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업실을 개방했다.

각종 전시나 소모임을 주최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개방해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작가의 생각에서 비롯된 곳이다.

직지작가로 알려진 신용일 화가가 청주 수동에 자신의 작업실이자 전시 공간인 갤러리 통통을 오픈해 누구나 부담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 김수미 기자
10여㎡ 남짓한 이 공간은 작업실 일부를 갤러리로 꾸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또 전시가 없는 동안에는 자신의 작품을 상설 전시해 오가는 시민 누구나 편하게 들러 작품도 감상하고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갤러리 이름을 '내왕하다', '정을 통하다'는 의미의 '통통(通通)'이라 지었다.

직지작가로 알려진 신용일 화가가 청주 수동에 자신의 작업실이자 전시 공간인 갤러리 통통을 오픈해 누구나 부담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 김수미 기자
갤러리에는 현재 신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모두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다. 그가 직지를 모티브로 한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기독교 신자인 그가 불교의 선에 근접하기 위해 불교의 지혜가 담긴 금속활자본 직지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는 고행과도 같은 작업과정을 통해 기호적 사유체계를 파기한 독특한 감성체계를 표현해 낸다.

신 작가는 몸으로 견디기 어려운 작업을 수행이라도 하듯 수십여 시간의 비워냄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은 새로운 생명체로 재탄생한다.


그의 작업과정을 보면 작은 비닐봉투에 진흙을 채우는 것부터 시작된다. 비닐에 적당한 구멍을 뚫어 진흙을 짜면서 캔버스에 글씨를 써내려간다. 직지의 원문을 진흙으로 옮겨 쓰는 과정이다.

그는 몇 자만 써도 손에 쥐가 날듯 한 이 작업을 온 몸에 기를 집중시키며 한자한자 완성해 나간다.

이렇게 정성스레 써 내려간 글자들은 마름의 과정을 거친 뒤 다시 물감을 섞은 흙으로 덮여버린다. 하나씩 써 내려간 글자들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공들여 쓴 글자들을 그야말로 공들여 가며 지워버리는 과정이다.

그는 곧 휴지나 거즈를 이용해 물감흙을 이곳저곳 다시 덜어내고 찍어내듯 닦아버린다. 그러면 어느 순간 버리고 닦아내고 지워버렸던 글씨들이 천천히 올록볼록 올라오기 시작한다.

비워냄의 과정을 통해 없어진 줄 알았던 흙글씨들이 새로운 생명체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작품들은 갤러리 통통의 상설전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 김수미기자

인터뷰 "채우고 비움 통해 작품 완성"

"공들여 쓴 직지 원본을 흙으로 덮어버리는 작업은 끊임없이 버려야 하는 우리네 인생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기독교적인 신앙의 본질을 불교의 순수 반야직관으로 연결해 현대미술의 개념적 유희를 극복하고, 시대의 진정한 인간소통을 추구하려는 '창조적 비움의 고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지혜가 담긴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예술로 승화시킨 신용일 작가.

그는 직지 원문을 진흙으로 옮겨 쓰고 그것을 다시 흙과 물로 덮는 작업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비움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이전의 원점, 즉 존재의 고향을 추구하려는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20호 작품을 기준으로 모두 1천자의 직지 원문이 들어있다. 100호의 작품일 경우 모두 5천자가 들어가는 셈이다.

글씨에 사용되는 흙조차 아무데서나 채취하지 않는다. 직지의 정기가 서린 흥덕사지나 우암산에서 채취해 일일이 물에 갠 다음 가라앉힘의 과정을 거쳐 곱디고운 황토를 말려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이다. 무엇하나 그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재료가 없다.

"작품을 할 때 글을 쓰고 지워버리는 과정은 무의식 속에서 행해지는 것들입니다. 표현기법도 의도하지 않은 작업 속에서 우연의 효과로 얻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다소 거칠고 부드러운 느낌에서 약간씩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의도하지 않는 무의식 속에서 창작활동을 한다. 앞으로는 직지가 아닌 훈민정음이나 한글, 성경에 등장하는 히브리어 등 흙글씨로 표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소재들을 발굴하고 공간을 활용한 입체적인 작품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일본과 호주에서 각각 개인전이 개최돼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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