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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었다. 도구가 인간의 정신적 지위와 경쟁하리라는 경고는 최근에서야 본격화되었다. 산업혁명 당시 방적기계에 반대하는 '러다이트'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적어도 인간의 정신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지는 않았다. 새로운 기계들 도입으로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와 임금 삭감은 생존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였으되, 기계는 여전히 사람들이 '의도대로 제어하며 사용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인공지능 이전까지는 그랬다. 스마트폰이 인간과 도구 사이에 놓인 견고한 경계를 살랑살랑 넘을 듯하더니, 인공지능은 그 경계의 둑을 넘어서고 있다. 넘쳐흐르며 범람하리라는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제기될 정도로, 이제는 도구가 단순한 도구의 지위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게다가 그 변화의 속도는 압도적이다. 지난달에 접한 인공지능 연수에서 한 강사는 이전에 들었던 강의 내용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니 인공지능 분야 종사자라든가 개발자와는 거리가 먼 우리 같은 사람들은 따라가기에도 바쁘다.

급격한 변화인 만큼 의견은 분분하다. 의심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편리한 인공지능의 바다에서 즐겁게 헤엄치자는 권고부터 새로운 판에서 뒤처지지 않고 주도하기 위해선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흔해지는 한편, 인공지능이 발달해 갈수록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간 본연의 구간' 만큼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경계도 확장되고 있다.

주류의 질문은 아니지만 떠나지 않는 의구심 또한 여전하다. 에너지 문제다. 2024년의 경우 전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한 전력이 인구 100만명 규모의 도시 40개가 산업과 경제 활동을 포함하여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었다고 하니(IEA), 인공지능은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 아니 전기 블랙홀이라고 해야 더 마땅할 듯한데,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전력 수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특히나 현실이 되어버린 기후 위기와의 뒤엉킴은 또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찾아봐도 마땅한 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복잡하고 전문적이며 게다가 시간이 걸리는 문제에 골머리를 썩이기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빠르고 친절하며 이제는 정확하기까지 한 답변에 점점 더 익숙해져가고 있음을 확인하곤 한다. 학교에서도 인공지능은 이미 폭 넓은 현실이 되었다. 사용 여부에 대한 왈가왈부는 의미가 없다. 핵심은 언제나 그렇듯 변화의 소용돌이에는 수많은 질문과 해결을 요구하는 새로운 문제들이 따라다닌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문제의 초점은 '도구 사용자'로서의 우리가 인간의 지위를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에 있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인간과 도구의 정신적 정서적 경계를 유지하며 생각과 판단에 대한 인간의 고유성을 유지해 갈 것인가. 적어도 이제는 그런 고민마저 해야 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는 중이다. 홍진기 교수의 책 "사고외주"에 나오는 내용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생각 없이 처리하는' 의존성과 '결정의 무게를 감당할 역량과 책임' 사이에서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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