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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9.30 14:26:51
  • 최종수정2026.09.30 14:26:51

이정희

수필가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고 했다. 멀리 갈 때는 함께 가라고 했다. 아프리카의 동부 지방에 성인식이 있고, 그 의식을 치를 때 나온 말인데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성인식은 나흘간의 말미를 주고 멀리 떨어진 강에 가서 물을 떠오게 하는 일이었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면 대부분의 소년들은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혼자서 막 달려간다. 문제의 강에 닿으려면 수많은 봉우리를 넘어야 하고 가다 보면 야영을 하게 된다. 혼자 달려온 소년들은 무서워 떨며 밤을 새운다. 그렇게 이틀 사흘 잠도 못 자고 나아가다가 지쳐 돌아가기 일쑤다.

그러나 동무와 함께 간 사람들은 다르다. 처음 떠날 때는 뒤처지다가도 밤에는 서로가 의지하면서 단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며칠간의 여행 끝에 마침내 강에 이르러 물을 떠 갖고 돌아가 무사히 성인식을 치르게 된다. 혼자 가는 것보다 더디기는 해도 그로써 원만한 노정이 되고 먼 길을 가는 비결의 하나다.

우리 또한 자기 인생의 길을 간다. 혼자 갈 수도 있지만 멀리 가려면 동행이 필요하다. 마음 맞는 친구 또는 평생을 같이 할 배우자,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도 함께 간다. 힘들기는 하겠지만 무료하지는 않을 것이다. 혼자일 때와는 달리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겠지만 부딪치는 가운데 모난 기질이 부드러워지면서 삶의 지혜가 생긴다.

성인식을 치른 소년들 역시 수많은 갈등이 있었겠지만 그래서 맹수가 나오는 산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의견이 다를 때는 같이 가는 게 피곤한 일이었으나 험한 골짝에서는 교대로 망을 보면서 상대방의 안위까지 책임질 동안 끊을 수 없는 유대감이 형성된다.

멀리 봐야 되는 우리 삶도 함께 갈 때 수월해진다. 혼자라면 다툴 일 없이 조용히 살 수는 있겠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라고, 그러나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던 메시지야말로 험한 삶을 답파하기 위한 지름길이다. 그게 또 어른이 되는 과정이고 더불어 가는 길에 의미가 있다.

성인식을 치른 소년들이 대부분 동무와 함께 출발한 것만 봐도 멀리 가기 위한 동반자의 역할이다. 혼자 떠난 소년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운 것과는 다르게 탈 없이 성인식을 치른 것처럼.

특별히 아프리카에는 사나운 동물이 많이 출몰한다. 혼자 가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을 거다. 그런 속에서 나름 치러낸 의식을 통해서 삶의 기초를 다져나간 소년들. 물정 모르는 철부지가 처음 집을 떠나 왔을 때의 정경이 그려지지만 그렇게 어른이 된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꿋꿋이 살 수 있었을 테니 계기가 되었다. 성인식이라면 보통 어른이 되는 것을 축하해 주는 의식이었는데, 맹수가 들끓는 밀림이라 특별한 과정이 필요했던 것일까.

살면서 시련을 극복하는 것도 성인식을 치르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혼자서 빨리 가든 둘이서 멀리 가든 저마다의 몫이었으나 허둥지둥 가다가 지치느니 천천히 오래 가면서 즐기는 여유도 괜찮다.

함께 걷는다는 것은 마음 속에 서로의 자리를 준비해 놓았다는 증거일 게다. 힘들고 어려울 때도 둘이서 함께라면 적적할 이유가 없다. 가다가 지치면 마주보고 웃을 수도 있다.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가는 길의 들꽃이 더욱 아름답다. 밤하늘의 별 또한 훨씬 정겹게 반짝이는 것을 숙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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