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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9.29 14:11:11
  • 최종수정2026.09.29 14:11:11

김성수

대정건설 대표, 세계직지문화협회 회장

지난 2006년 담배를 끊었으니 근 20년이 되어 간다. 내가 담배와 술을 시작한 시기는 1980년 대학 1학년 때이다. 비상계엄령에 이어 휴교령이 내린 암울하고 어두운 시절이었다. 당시 가입했던 써클의 선배들, 동기들과 어울리며 '담배'와 '술'을 배웠다. 그 시절의 분위기는 '담배'와 '술'을 하지 않으면 모임에서도 자연스레 아웃사이더로 밀려나는 시절이었다. 이후 26년여 줄기차게 흡연을 했다.

2006년에 금연을 했지만 단칼에 나의 의지로 실행한 것은 아니었다. 소화기 질환으로 5일여 병원 신세를 지게된 것에 기인했던 것이다. 담당 의사가 '담배'와 '술'을 끊으라는 것이었다. 곰곰 생각을 했었다. '둘 다 끊으면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하나만 끊자' 그리하여 담배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 후 또 20년이 흐른 2026년 9월, 이번엔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장장 46년여를 즐기던 술과도 이별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도 엄청난 의지와 결단력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역시 병원에 입원한 것을 기회로 결심을 한 것이다.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고관절(대퇴부) 골절상을 당했다. 수술 후 16일 만인 지난 9월 17일 병원에서 퇴원을 했다. 가족들 이외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주변에 번거롭게 폐를 끼치는 것이 내키질 않았고 온전하게 성찰과 쉼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꿈결같은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일순에 멈춘 어리둥절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회사일은 물론이고 - 일정의 역할을 해야 할 - 각종 행사와 축제 그리고 여러 회의와 수상식장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올스톱이 된 것이다.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없이 병상에 누워있는 답답하고 기가 찬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다른 분들이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며 무탈하게 마무리를 했다. 그동안 구성원들간 정보를 공유하고 업무 분장과 책임 권한의 틀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평소 회사일과 가정사 그리고 관여하는 단체의 업무 외에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내가 – 술을 멀리한 채 - 이제 미지의 세계로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간 '술'은 내 삶의 동반자이자 벗이었다. 외롭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묵묵히 지켜보며 위로가 되었던 베프였던 것이다.

부모님의 전적인 도움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던 인생 1막과 가정을 꾸리며 사업을 해오고 있는 인생 2막 그리고 이제 시나브로 현역에서 은퇴하여 또 다른 삶을 살아내야 할 인생 3막이 다가온다. 이제 술없이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교분(交分)을 나누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 병원에 있으면서 "술을 끊기로 했다"는 결정을 가족 단톡방에 올렸었다. 다들 두 손을 들어 환영을 했다. 두 아들도 좋아라했지만 아내와 딸이 더욱 반가워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살아생전, 다리가 불편한 아들의 음주에 걱정을 많이 하셨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술자리에 기꺼이 참석을 할 것이다. 술잔을 받으며 건배도 할 것이다. 단지 마시지만 않을뿐 옆자리 빈 잔에도 열심히 술을 따르며 기본 에티켓을 갖출 것이다.

이제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며 동무로 삼고자 한다. 상황이 바뀌고 처지가 변하면 그에 맞게 적응할 일이다. '생존하는 자가 강하다'고 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순응하는 자가 강한 것이다.

이렇게 인생의 또 한 고비를 넘기며 다시금 몸과 마음의 채비를 한다. 누구나 살아가며 겪는 분절과 일시적인 단절이 있게 마련이다. 반복되며 연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법이다. 이제 가보지 않은 길이 다시 시작된다. 또 다른 인연들이 손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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