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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노동감독의 지방화 시대, 충북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 웹출고시간2026.09.30 14:37:02
  • 최종수정2026.09.30 14:37:02

오상영

충북산업재해예방협회 안전보건연구원장

산업재해는 사고 후,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는 것만으로 줄일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러한 산업안전 정책의 기본철학이 '위험성평가'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기계·설비, 원재료, 작업행동 등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위험성을 판단하여 개선책을 수립·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위험성평가는 법적 의무로 시행되어 왔으나, 2026년 법 개정으로 이행절차와 제재가 강화되었다. 위험성평가 미실시 등에 대한 과태료 규정은 50인 이상은 2027년, 50인 미만은 2028년부터 적용된다. 문제는 법적 의무와 현장의 이행능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30인 미만의 사업장은 안전관리 전담조직∙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위험물, 위험기준, 개선책 등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조차 판단이 어려운 사업장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과 처벌을 강화한다면 위험성평가는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한 서류작업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큰 변화는 2026년 12월 8일 시행되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이다. 이 법은 상시근로자 30명 미만 사업장의 감독 권한 일부를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방정부가 기존의 교육·홍보·기업지원이라는 역할을 넘어 일정한 범위에서 현장 지도·감독과 법 집행까지 담당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다른 지역도 움직이고 있다. 경기도는 30인 미만 사업장을 지방노동감독의 주요 정책대상으로 설정하고, 2026년 하반기 170명 규모의 노동감독관 확보에 착수했다. 2028년까지 562명의 지방노동감독 인력의 확보 방안도 제시하고, 예방 중심 노동행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영국은 산업안전보건청(Health and Safety Executive, HSE)과 지방정부가 산업안전 감독업무를 분담한다. 특히 모든 사업장을 똑같이 감독하지 않고 업종, 사고위험, 위험수준 등을 고려한 '위험기반 감독'을 강조한다. 특히 영국은 기업에 대한 자문방문과 규제 목적의 감독방문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우리 지방정부가 기업지원과 감독기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독일은 연방정부가 산업안전 관련법과 국가정책을 마련했지만 실제 집행은 16개 주정부가 담당한다. 주정부의 노동감독기관과 산재보험기관은 감독뿐 아니라 사업주에 대한 교육, 위험성평가 지원, 안전정보 제공 등 예방활동도 수행한다.

충북도 역시 2028년까지 약 70명 규모의 지방노동감독 인력 확보를 계획하고 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오창·오송의 첨단제조·바이오산업, 청주의 제조업, 음성·진천의 제조·물류기업 등 공정과 설비, 근로자 구성과 위험요인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사업장에 따라 '위험도×안전관리역량'을 기준으로 관리하는 방식의 '충북형 위험기반 관리체계' 설계를 기대한다. 그리고 지켜야 할 정책적 원칙이라면 '지원'과 '감독' 기능을 조화롭게 분리하는 것이다. 기업이 위험성평가 컨설팅을 신청했다가 오히려 감독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하면 지원 신청을 회피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신뢰와 감독의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감독과 별도의 전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산업안전기사, 산업안전지도사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 및 기술 분야의 퇴직자를 활용하는 가칭 '충북 안전닥터그룹' 운영의 필요가 대두된다.

향후 1~2년이 우리나라 산업안전 행정의 중요한 전환기이다. 그러므로 2027년을 충북의 '위험성평가 집중 정착기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방노동감독 시대의 성과는 감독관 숫자보다 얼마나 많은 사업장이 스스로 위험을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더 많이 감독하려는 의지보다는 '위험한 곳을 먼저 찾아내고, 스스로 안전해지도록 도와주며, 필요한 곳은 제대로 감독하는 지방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노동감독 지방화 시대에 충북이 준비해야 할 새로운 산업안전 행정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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