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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시낭송가

가을은 파아란 하늘로 온다. 둥둥 떠 가는 흰 구름으로 온다. 아니, 살갗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으로 온다. 알람에 일러 놓은 아침 여섯 시, 몸과 정신을 일으켜 세운다. 바깥이 궁금하여 창문을 열어젖히고 냄새를 맡는다. 늘 하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십분 하고 나면 산책을 나선다.

벌써 벼가 누르스름하게 익어간다. 이 논들이 황금빛 들판으로 물결칠 날이 머지않았다. 아직 콩잎은 새파랗다. 윤기를 잃어가는 나뭇잎은 여름의 미련이 남아선지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콩잎이 누런색으로 바뀌면 단풍과 함께 가을은 절정에 오를 것이다. 냇가에 졸졸 내리는 시냇물 소리에 발걸음이 가볍다. 싱그럽게 파고드는 바람을 맞으면서 나의 아침 산책은 시작하는 셈이다.

산책길에는 항상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매일 만나는 꽃이며 나무, 산과 들, 어우러지는 풍경 모두다. 나는 이들과 사진으로 대화한다. 그래서 휴대폰은 꼭 챙겨 나온다. 이들과 이야기하면 동시에 내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 나를 가장 반겨주는 친구는 나팔꽃과 유홍초다. 유홍초는 검지 손톱만 한 꽃으로 덩굴을 뻗어가며 앙증맞은 주황색 별을 수도 없이 자랑한다. 그 눈부신 색감에 빠져 내 상상에 맞추어 사진으로 그림을 그린다. 내게 이런 호사스러운 취미를 선물해 주다니, 그에게 마음으로 하트를 날린다.

산책길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시낭송이다. 홀로 걸으며 자연스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시를 낭송한다. 무대에 서는 내 모습을 그리며, 낭송하는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낭송의 맛을 누가 알까. 어쩌다 마주치는 동네 분도 처음에는 무엇을 중얼거리나 하다 지금은 "시를 읊는디야"한다.

나는 이런 아침 산책이 너무 좋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으며 싱싱한 아침 기운을 마시며 걸으면서 자연 속에서 나를 느끼는 순간순간이 행복한 것이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나면 아침 밥을 먹고 일하고, 또 점심을 먹고 일하고, 책 보고 글 쓰고, 저녁에 좀 쉬다가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이것이 습관처럼 이루어지는 내 일상의 뼈대이다. 이러한 반복과 규칙성이 없다면 아마 나의 일상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노년의 하루를 자신이 좋아하는 한두 가지 일로 채우는 것은 참 좋은 일이 아닐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드는 일 말이다. 그런 것이 몸에 배어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뿌듯해진다. 나는 그것을 경험으로 알아간다.

나는 매일 잠자리에 들 때도 내일 특별히 할 일이 있으면 우선 기대가 일어나 마음이 설렌다. 그 일을 어떻게 하면 잘 완성할까 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는 내일 하루를 즐겁고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강한 힘을 준다고 믿는다. 나는 내가 뭔가 할 일이 있어야 살게 되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때로 삶의 의미가 희미해질 때 이를 바로 세워 주는 것이 일상인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어제처럼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바깥 냄새를 맡는다. 신선한 바람을 쐬어 걸으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시를 낭송한다. 아침 산책은 나를 살리는 일상 중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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