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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9.30 17:42:45
  • 최종수정2026.09.30 17:42:45

김성규

충북도의원(비례대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오랜 물음처럼 인구감소와 고령화, 생활인프라 부족은 어느 하나만을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다. 

사람이 줄어 인프라를 유지하기 어렵고, 인프라가 부족해 다시 사람이 떠난다. 

그 속에서 지방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지역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국가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는 오늘의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거대한 위기를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행정 역량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방의 위기는 단순한 인구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며, 돌봄과 교통, 의료와 문화 기반이 약화된다. 

경제의 혈류가 멈추면 공동체의 삶도 함께 흔들린다. 

이제는 악순환을 어디에서 끊어낼 것인지 답해야 한다.

괴산군은 그 가능성을 현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올해 1인당 50만 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지역화폐인 '괴산사랑카드'를 통해 수백억 원 규모의 자금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도록 했다. 

카드 가입률도 98%까지 높아졌다. 

이는 단순한 현금성 지원의 성과가 아니다. 

주민의 소비가 골목상권의 매출이 되고, 상인의 소득이 다시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선순환의 기반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경제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준비도 이미 갖춘 셈이다. 

괴산군은 돌봄과 교통, 주거와 문화 등 주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기초 인프라도 꾸준히 확충해 왔다. 

기본소득과 생활서비스가 결합한다면 주민에게는 삶을 지속할 힘을, 지역에는 경제를 회복할 시간을 줄 수 있다. 

다만 지방정부의 한정된 재원만으로 이러한 노력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정착시키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지역의 자구 노력에 국가적 결단이 더해져야 하는 이유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지원은 시혜적 복지가 아니다. 

국가 균형발전과 공동체 존속을 위한 생존 전략이다. 

예산을 얼마나 집행했는지 따지는 산출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주민의 삶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묻는 성과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단기 사업이 아니라, 농어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드는 변화가 필요하다.

음원차트 역주행을 이룬 걸그룹 리센느는 "치열하게 노를 젓고 있으니까 물이 들어왔다"는 소감으로 큰 여운을 남겼는데, 괴산 역시 인구감소의 흐름 속에서 손을 놓고 기다리지 않았다. 

주민과 행정이 각자의 자리에서 지역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노를 저어왔다. 

이제 그 노력이 더 멀리 나아가도록 국가가 응답할 차례다.

시범사업은 준비가 덜 된 곳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사업이 아니라, 준비된 곳에서 성공 모델을 증명하고 확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괴산군에서 시작된 변화가 농어촌의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도록,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라는 국가적 마중물이 필요한 때다. 

이미 노를 젓고 있는 괴산에 바람을 보탠다면, 멈춰가던 지역의 시간도 다시 힘차게 흐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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