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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9.16 15:18:24
  • 최종수정2026.09.16 15:18:23

송기선

옥천군 농촌활력지원센터장

요즘 농촌 정책의 주요 화두는 '농촌공간 재구조화와 재생'이다. 농촌을 도시와 상생하며 지속가능한 전 국민의 삶터이자 일터, 쉼터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가 정책 전반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군마다 10년 중장기 비전을 담은 농촌공간계획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실행의 수단으로 농촌특화지구에 대한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광역도 농촌공간 재구조화를 위한 저변 확장에 노력 중이다. 충북도는 지난달 충주 수안보에서 광역지원기관 주최로 도내 시·군 중간지원조직 구성원 100여 명이 참여한 워크숍을 열었다. 농촌공간 재구조화가 주민의 참여와 주도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전제 아래 주민제안과 주민협정을 지원할 기초지원기관의 역할을 함께 모색했다.

관련 법과 제도도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농촌공간 재구조화법이 제정·시행되고 일부 개정까지 이뤄지며 제도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한 간극이 존재한다. 농촌특화지구가 무엇인지, 우리 마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주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농촌특화지구 기반으로 농촌공간 관리체계가 마련되고 다양한 특례가 확대될 예정이지만 아직 체감하지 못한다. 주민에게 제도를 알리고 주민제안과 주민협정을 지원해야 할 기초지원기관 역시 인력이나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옥천군 장화리에서 열린 마을포럼은 이러한 현실의 대안을 찾는 중요한 실험이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농촌공간 재구조화를 실증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설명하고, 삶터·일터·쉼터로서 주민들이 원하는 농촌의 모습을 구체화하는 포럼을 두 차례 진행했다.

장화리는 이미 마을만들기 사업과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마을이다. 주민들은 깨끗하고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위해 스스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런 장화리에도 농촌특화지구는 생소하고 낯선 개념이었다.

주민들은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농촌특화지구와의 접점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마을 현실과 농촌특화지구 구상은 계속 겉도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농촌마을보호지구를 비롯한 8개 농촌특화지구의 개념과 지정요건, 용도, 관리방안 등을 주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탓이 클 것이다.

그래서 장화리 마을포럼은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제도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주민협정까지 합의하도록 돕는 참여형 의사결정 방법론과 잘 설계된 매뉴얼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애정은 충분했다. 토론이 밤늦게까지 이어졌지만 불평하는 주민은 없었다. 주민들은 함께 모여 마을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큰 성과로 받아들였다. 그 모습에서 중간지원조직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주민들이 제안하고 논의한 결과가 몇 장의 결과보고서로만 남게 해선 안 된다. 주민들이 바라는 정주여건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생태, 생활서비스 확충, 공동체 활성화가 작은 것일지라도 하나씩 실현 되도록 연결하는 숙제가 중간지원조직에게 남았다.

 농촌특화지구가 농촌의 난개발과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기까지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원칙은 분명하다. 주민의 의견과 참여에 기반한 상향식으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 그 과정에 수많은 시간이 들어가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특화지구를 기반으로 한 농촌공간 재구조화가 거창한 계획서가 있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민이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주민들의 언어로 스스로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고 돕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농촌 현장에서 우리 같은 중간지원조직과 활동가들이 해야 할 일이고, 그 일을 위해 부단한 학습과 주민이 말할 때 잘 듣는 경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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