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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다치는 날, 충북에 받아줄 병원이 있는가

전상인 국회부의장실 수석비서관

  • 웹출고시간2026.09.15 15:50:44
  • 최종수정2026.09.15 15:50:44

전상인

국회부의장실 수석비서관

퇴근길 중부고속도로에서 앞차가 급정거한다. 공사장에서 발판이 무너진다. 산길에서 경운기가 넘어진다. 들녘에서 어르신이 넘어져 일어나지 못한다. 이 순간 우리가 묻는 것은 하나뿐이다. "어디로 가야 살 수 있는가" 119에 연락한다. 그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중증외상은 시간의 병이다. 대량출혈과 골반골절, 외상성 뇌 손상 앞에서 수십 분의 지연은 곧 사망과 장애다. 그래서 국가는 시·도마다 권역외상센터를 두어 365일 24시간 수술팀이 대기하게 했다. 충북의 그 자리는 충북대병원 하나다. 대전과 세종의 병상은 그 지역 환자의 몫이지 충북의 상시 자원이 아니다. 이 하나가 흔들리면 도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그 날, 구급차는 받아줄 병원을 찾아 충북 밖을 떠돌게 된다.

그런데 지금 그 하나가 흔들리고 있다. 충북 권역외상센터 운영자료에 따르면 개소 당시 20명이던 전담전문의 계획은 2026년 9명, 45%에 그친다. 중증외상 수술의 축인 외상 외과는 2018년부터 7년을 버틴 5명 체계가 두 해 만에 2명으로 무너졌다. 마취·영상·응급의학의 외상전담 전문의는 0명이다. 결과는 숫자로 드러났다. 충북에서 발생한 중증외상환자를 충북 안에서 받아낸 비율은 2021년 43.4%에서 올해 상반기 22.5%로 떨어졌다. 전국 평균은 46% 안팎을 지켰다. 전국이 제자리에 서 있는 동안 충북만 절반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이 경고는 이미 국회 기록에 남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가운데 중증환자 1,000명당 사망이 충북대병원 229.9명으로 가장 높고, 가장 낮은 아주대병원 37.8명과 6배 차이라는 자료가 공개됐다. 손상 정도를 바로잡지 않은 원자료여서 해석에 조심이 필요하지만, "환자의 생사가 병원과 지역에 따라 갈린다"라는 문제의식이 충북을 첫 번째로 지목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왜 하필 충북인가. 의사가 나빠서도, 병원이 게을러서도 아니다. 구조다. 정부는 2013년 보도자료에서 외상을"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로 수익성이 낮고 위험이 커 민간이 자발적으로 투자하기 꺼리는 분야"라고 스스로 규정했고, 이듬해 공모에서 운영비는 병원 자체부담이라고 못 받았다. 국비 인건비는 서울이나 청주나 같다. 그런데 충북대병원은 800병상으로 거점국립대 병원 가운데 세 번째로 작고, 도내 외과 전공의는 0명이다. 새 의사는 전부 다른 지역에서 데려와야 하는데, 그들을 오게 할 처우 재원은 국비 안에 없다. 같은 잣대를 전국에 대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곳이 충북일 수밖에 없다. 전국에서 인력이 가장 많다는 울산대병원조차 지난 6월" 센터가 무너지는 초기 단계"라며 울산시에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인가. 국가 혼자 못 메우는 틈을 지역이 함께 메운 곳이 살아남았다. 경기도는 아주대 외상센터 신축에 도비 약 200억원을 넣었고, 2023년에는 도 외상체계지원단과 소방이 함께 지역 외상 협력병원을 8곳으로 늘려 경기 북부의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을 16%에서 12%로 낮췄다. 광주·전북·전남은 올해 봄 광역상황실이 중증환자의 이송병원을 지정하는 시범사업으로 석 달간 응급실 미수용 0건, 중증환자 하루 사망 8.3명에서 7.1명이라는 결과를 냈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7월 시행령을 고쳐 시·도지사가 지역 이송체계를 직접 짤 수 있게 했다. 권한은 이미 도에 있다.

재원의 문도 열렸다. 정부는 2027년 지역 필수의료특별회계 1조2천614억원 가운데 3천605억원을 시·도가 직접 사업을 설계해 신청하는 지역 주도 의료공백 해소 사업으로 배정했다. 계획을 내는 도가 받는다. 충북대병원은 이미 연 24억원 사업안을 만들어 두었다. 외과 4명, 신경외과 1명, 영상의학과 1명, 여섯 명의 전문의를 데려와 5년 이상 남게 하는 데 12억원, 남아 있는 의료진의 보수 격차를 줄이는 데 3억원, 당직과 장비와 이송체계에 9억원이다. 국비를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비와 현실 사이의 틈을 메우는 보완재정이다.

이 24억 원을 국비 한 곳에서 다 받아내려 하면 실패한다. 국비 12억, 도비 6억, 청주시 2억, 기업 기부 3억, 고향 사랑 기부 1억의 다섯 층으로 나누어 5년 협약과 조례로 묶어야 한 층이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기업의 몫도 현실적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 M 15X 20조원, 첨단 패키징 팹 19조원을 투자하고 있고, 지난달 청주시에 지정 기탁을 했으며, 이달 10일 청주시·이천시와 고향 사랑 기부 상생 협약을 맺었다. 수만 명의 건설·생산 인력이 청주에 모이는데 그들이 다쳤을 때 받아줄 최종치료 기관이 하나뿐이라면, 외상센터는 곧 그 기업 근로자의 안전망이다. 새 제도를 만들 필요가 없다. 이미 열린 기부 통로에" 외상센터 살리기" 한 줄을 얹으면 된다.

외상센터를 지키는 일은 특정 병원의 적자를 메우는 일이 아니다. 외상센터를 위해 확보되는 24시간 응급수술·마취·영상·중환자 역량은 심근경색과 뇌졸중, 고위험 산모, 한밤의 응급수술로 실려 오는 모든 도민에게 함께 쓰인다. 도민이 수술 한 번 받으려 서울행 열차에 오르는 일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청주의 정치권에 묻고 싶다. 도지사와 시장,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의원까지, 우리는 도민의 응급권을 도정과 시정의 몇 번째 순위에 두고 있는가. 응급권은 거창한 말이 아니다. 내가 다친 날, 내 부모와 아이가 다친 날, 충북 안에서 수술받을 수 있는 권리다. 10월까지 충북도가 2027년 지역 주도 사업계획의 첫 줄에 이 사업을 올리는 것, 도비 6억원을 편성하는 것, 조례로 도가 책임 주체가 되는 것, 기업과 5년 협약을 맺는 것, 이 네 가지는 예산 규모로 보면 작고 결정의 무게로 보면 도민의 생명이다. 국회부의장실은 예산심의와 제도 개선에서 그 결정을 뒷받침할 것이다.

기록은 남아 있다. 개소 당시 20명이던 계획, 7년을 지켜낸 다섯 명의 외상 외과 의사, 그리고 지금 남은 두 사람. 이 두 사람마저 떠난 뒤에 돈을 쏟아붓는 그것과 지금 24억원으로 여섯 명을 데려오는 것 가운데 무엇이 도민에게 값싼 선택인지는 자명하다.

당신이 다치는 날은 예고 없이 온다. 그날 충북에 받아줄 병원이 있느냐는, 오늘 우리가 결정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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