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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양산 아래 하나 되는 은티마을

희양산 아래 하나 되는 은티마을

  • 웹출고시간2026.09.14 15:38:12
  • 최종수정2026.09.14 15:38:12

김순덕

수필가

초코가 하울링을 한다. 잘 익은 밤껍질처럼 진한 초콜릿 색 털을 가진 초코는 내가 붙여준 옆집 개 이름이다. 초코의 하울링은 인근 공군부대에서 훈련하는 전투기 소리나 마을 통장님이 스피커를 통해 "아아, 마이크 테스트"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을까 귀 기울였더니, 동네 어르신의 부고다. 함께 조문 갈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까지 마을 회관으로 모이라는 통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온 마을에 울려 퍼진다. 알아듣기라도 했다는 듯 초코의 하울링이 오늘은 더 구슬프게 들렸다.

십오 년 전, 아파트를 떠나 자연부락인 이곳 안림동으로 이사 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을의 공지 사항이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것이었다. 봄이면 한 해 농사를 위한 비료 신청을, 김장철이면 젓갈과 소금을 공동 구매하기도 했고, 어버이날이면 부녀회 주관으로 마을 경로당에서 음식대접 한다는 안내 방송이 마을 전체에 전해지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행정 전달을 받아보기는 하지만 이렇듯 간간이 들리는 스피커공지가 나는 더 좋다. 마치,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TV 프로그램 '전원일기'를 보는 듯 정겹기 때문이다. 이런 감성과 풍경을 얼마 전에 은티마을에서도 느끼고 왔다.

은티마을은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에 위치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우연히 알게 된 은티라는 마을 이름에 나는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나와 아무 연관 없는 단어에 꽂힌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정겹고 따뜻해서 마음 한쪽에 저장해 두었다. 그 마을에서 얼마 전에'희양산 치맥 페스티벌'행사가 열렸다. 8월의 마지막 여름 끝자락에서 지난 계절을 갈무리하고 다가올 가을의 문턱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마련하였다는 은티마을의 축제는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다. 주민들이 화합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며 희양산을 관광자원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후원을 통해 마련한 자리라고 한다. 나는 의미가 큰 축제에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했다. 준비된 축제의 시작은 태평소 소리로 그 막을 올렸다. 춤과 노래, 하모니카 연주와 시 낭송까지 다채롭고 풍성한 공연이 마을에 흥을 돋우었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라인댄스는 애쓴 연습과 단합을 그대로 보여주어 눈길이 더 갔다. 축제를 위해 청주, 충주, 괴산에서 섭외된 공연팀은 모두 재능 기부로 출연하였다는 이장님의 인사말에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 고마움을 표현했다. 마지막 순서에서는 마을 사람들과 방문객이 하나가 되어 노사연의'만남'을 손에 손잡고 떼창으로 가득 메웠다. 마을에 울려 퍼지는 화합의 장은 아름다웠다.

현재 은티마을에는 73가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그중 18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들은 모두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이장님의 인사말 속에 주민들의 단합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흥겨운 것이 어찌 어른들뿐이겠는가. 두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어른들 사이로 등장한다. 존재 자체로 사랑스러운 아이를 바라보는 눈에서 모두 꿀이 뚝뚝 떨어진다. 어느 노랫말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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