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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년 세월 품은 '아득이 별자리 돌판'… 청동기인이 새긴 영원의 밤하늘

대청댐 수몰지구서 발굴된 국내 최고(最古) 천문 기록 유물… 청주고인쇄박물관서 진품 공개
'성경(星鏡)' 원리와 별 밝기까지 차등 표현… 고구려 벽화로 이어진 한국 천문관의 효시

  • 웹출고시간2026.09.09 17:23:46
  • 최종수정2026.09.09 17: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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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시대 고대 선사인들이 밤하늘의 별자리를 돌에 새긴 유물인 아득이 별자리 돌판(왼쪽)이 청주고인쇄박물관 근현대기획전시실에서 이달 말까지 특별 공개된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아득이 돌판을 아십니까’

‘아득이돌판’은 청동기시대 고대 선사인들이 밤하늘의 별자리를 돌에 새긴 유물이다.

1978년 대청댐 건설 당시 수몰지구 발굴조사를 통해 청주 문의면 가호리 아득이 마을 고인돌 유적에서 출토됐다 해서 ‘아득이 별자리 석판(아득이 돌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고학적으로는 우리나라 고대천문학사를 청동기시대까지 끌어 올리는 유물로 평가받고 있지만 다른 고대 선사유물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져 학계 외엔 일반인들에게 잘알려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아득이 돌판’이 긴 잠에서 깨어나 드디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토 이후 줄 곧 충북대학교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던 아득이 별자리 돌판은 청주고인쇄박물관 근현대기획전시실에서 이달 말까지 특별 공개된다.

특히 이번 특별공개는 복제품이나 시각 자료에 의존하던 기존 전시의 한계를 벗어나 돌이라는 원시적 수록매체에 새겨진 고대 천문의 실물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대청댐 구제발굴 현장에서 드러난 사암 판자돌(가로 23.5cm, 세로 32.5cm, 두께 3.5cm)에는 쪼으기와 갈기 수법으로 파인 크고 작은 알구멍(성혈·性穴) 65개가 또렷이 남아 있다. 발굴을 이끈 충북대학교 박물관 조사단은 이 홈들이 선사인이 직접 관측한 밤하늘의 결정체임을 확인했다.

아득이 돌판은 한국 고대 천문학사의 지평을 청동기 시대까지 끌어올린 결정적 고고학 유물로 평가받는다. 정밀 분석 결과 석판 위에 새겨진 65개 홈은 북두칠성을 비롯해 용자리, 작은곰자리, 케페우스, 카시오페이아 등 북극 주변 5개 별자리를 정확히 나타낸다.

아득이 돌판의 학술적 가치는 정밀하게 계산된 표현 수법에서 잘 드러난다. 2mm부터 7mm까지 4단계 크기로 홈의 지름과 깊이를 달리해 별의 밝기(등성)를 시각적으로 차등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석판 좌측 하단의 북두칠성은 하늘을 직접 올려다본 모습이 아닌 좌우가 반전된 형태로 들어앉아 있다. 이는 하늘의 별자리를 거울에 비춰 땅에 투영하는 ‘성경(星鏡)’의 원리를 청동기인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을 입증한다.

이러한 반전 투영 기법은 고구려 고분벽화와 고려 시대 서곡리 벽화묘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 천문 표현 방식의 원형이다. 특히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석판의 홈 위치 데이터와 과거 밤하늘 별자리 좌표를 정밀 비교·분석한 결과, 아득이 돌판에 새겨진 별 배치는 기원전 5세기경 북반구 가을 하늘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은 “청동기인들은 내세에 대한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죽은 자의 영혼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별자리를 새겼을 것”이라며 “자연 관측이자 농경·종교의 핵심이었던 천문 지식이 당시 생사관에 깊이 관여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영환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사는 “돌이라는 수록매체에 당시 천문 지식을 남겼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다”며 “충북대 박물관의 협조로 성사된 이번 전시를 통해 돌에서 종이로 이어진 인류 기록 매체의 발전 과정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청주 아득이 별자리 돌판은 밤하늘을 치밀하게 관측한 선조들의 정교한 지식과 사후 세계를 향한 염원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고대 천문 역사와 기록 문화의 깊이를 깊이 있게 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 박소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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