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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9.08 15:14:37
  • 최종수정2026.09.08 15:14:36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중증자폐 아들을 20년 넘게 홀로 키우며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을 위한 재단 설립을 꿈꾸었던 전경철 작가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64세, 턱없이 아까운 나이다.

전 작가의 27세 아들 제원씨는 사회성 연령이 2세 수준인 장애인이다. 몸은 다 자랐지만 한없이 순수한 어린아이에 머물러있는 아들을 아버지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동화 속 소년 '피터팬'으로 부르며 아꼈다. 그런데 그림자처럼 아들을 지켜주던 아버지에게 간암 말기 판정이 내려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나서 아버지는 아들이 지낼 거처를 마련하려 전국 시설 1000여 곳의 문을 두드렸다. 출간한 에세이 집 '안녕 피터팬'에 아들을 걱정하는 애절한 아버지의 사랑이 절절히 담겨있다. 중증자폐 아들을 두고 떠나는 시한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들이다.

자신이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들을 받아줄 곳을 찾기 위해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과 관련 기관을 찾아 다녔지만 전경철씨는 마땅한 시설을 찾기 힘들었다. 인력 부족과 정원초과 그리고 중증 장애인 지원여건 등의 요건을 맞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유일한 보호자가 간암 말기의 환자라는 진단서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그는 방송에 출연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빠라는 존재가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던 늙은 남자 정도의 희미한 그리움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아버지의 가슴 아픈 바람은 청취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뜨거운 관심과 응원 덕에 아들은 최 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마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투병과 아들 거취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전경철 작가는 성인 중증 자폐인을 위한 '피터팬 자폐인 복지재단' 설립 추진위를 출범했다. 놀라운 부성애의 힘이다.

암컷이 새끼를 맡아 기르는 역할이 자연스런 자연 생태계에서 수컷의 부성애는 기대하기 힘든 본능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체외수정이 이루어지는 어류는 모성애보다 부성애가 더 강한 경우가 관찰된다.

암컷이 알을 낳고나면 수컷이 지느러미로 침입자를 경계하고 물리치며 알이 부화할 때까지 지키는 꺽지, 알을 낳은 암컷조차 의심하여 쫓아낸 뒤 알들의 곁을 떠나지 않는 수컷 베타, 입 안에 알을 넣고 키우는 열동가리돔 수컷 등은 모두 눈물겨운 부성애를 지닌 어류다,

특히 가시고기의 부성애는 새끼를 돌보는 비슷한 어류 가운데서도 유별나다. 수컷이 수초로 만든 둥지에 암컷이 알을 낳고 떠나면 수컷은 먹는 것도 잊은 채 알을 지킨다. 알이 부화한 후에도 둥지를 바로 떠나지 않고 5일 동안 새끼들을 돌보다가 기력이 다하여 죽는데, 새끼들은 숨진 아비의 살을 뜯어먹으며 성어로 자란다.

제 사체까지 새끼들에게 먹이로 내주는 가시고기의 헌신적 부성애를 소설가 조창인은 희생적인 아버지의 사랑에 대비시켜 소설 가시고기를 창작했다.

새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가시고기의 사랑과 아픈 자식의 치료비를 위해 자신의 장기까지 파는 소설 속 주인공의 희생적인 사랑은 꼭 닮은 모습이다. 소설 가시고기의 아버지 호연도 전경철 작가처럼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장애아들을 돌본 지난 27년을 두 살 아이를 키우며 누린 27년 동안의 행복이라 했던 고인의 유언대로 전경철 작가의 장례는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로 진행됐다. '목숨 줄을 붙잡는 존재'인 아들을 지키느라 병원이 예상한 시간보다 약 1년을 더 살다 떠난 피터팬 아버지의 명복을 빈다. 이승에서의 걱정을 내려놓고 부디 편안히 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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